한국 반도체 수출 6개월째 부진...'아직 바닥 찍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2022년도 4분기 및 연간 실적이 발표된 1월 3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딜라이트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폰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삼성전자의 2022년도 4분기 및 연간 실적이 발표된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딜라이트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폰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 수출이 6개월째 부진을 겪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월 반도체 수출액은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 등으로 전년 동월 대비 44.5% 감소했다. 특히 2021년 1월에는 2020년 1월 대비 수출액이 24.2% 증가했던 터라 올 1월의 수출액 감소 폭을 더욱 키웠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는 글로벌 경기 악화로 IT 수요가 줄어든 점, 전세계 PC시장 수요가 줄어든 점, 모바일 수요가 줄어든 점 등에 기인한다.

이렇게 수요는 줄었지만 공급은 이어지면서 시장에 수개월치(업계 추산 3~4개월치) 재고가 쌓임에 따라 메모리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메모리 가격 하락세와 함께 주요 반도체 사업자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수익성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아직 바닥을 찍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당분간 가시밭길 전망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2012년 3분기 이후 10여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1일 SK하이닉스가 공시한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1조7012억원으로 전년 동기 영업이익 4조2095억에서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도 전년 동기보다 38.7% 줄어 7조 6986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전날 공시한 반도체 부문(DS)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2700억원으로 겨우 적자를 면한 수준이다.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영업이익은 96.9%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전체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삼성전자 DS 영업손실 전망치를 2조2000억원 수준으로 내다봤고 한화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각각 각각 1조7910억원, 1조7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남대종 연구원은 BBC 코리아에 "반도체 업황이 급변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6월 이후 무렵인데 이때부터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그 영향이 눈으로 보여지기 시작한 게 작년 4분기"라며 "올해 1분기에도 그런 상황이 지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남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오늘 1.7조원 적자를 발표를 했지만 시장의 예상보다 조금 더 큰 적자 폭인 것 같고 내년 1분기에도 추가적인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이 예상이 되기 때문에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라며 "삼성전자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2월 1일 오후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의 모습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1조70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1일 오후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의 모습

주요 반도체 사업자들의 적자 폭 증가는 반도체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던 한국의 전체 무역 수출에도 타격을 줬다.

한국의 수출은 감소 폭이 확대되며 넉 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1월에는 수출이 수입보다 더 많이 감소하면서 무역수지가 126억 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월 사상 최대 규모로, 무역수지는 지난해 4월부터 이달까지 10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반도체 업계 경고 신호'

남 연구원은 반도체 메모리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의 폭이 "생각보다 크다"며 "반도체 업계에 일종의 워닝 시그널(경고)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남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메모리 수요 감소 상황에 대해 "코로나 19사태 초기 각 정부에서 보조금이나 통화 공급 정책을 실시해 수요가 증가하며 반도체 사업자들이 생산 설비 투자 확대를 실시했다"며 "하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반도체 사업 특성상 급격하게 생산 설비 가동률을 떨어뜨리는 것이 어려워 재고가 쌓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발발 초기, 세트를 제조하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부품 공급이 끊어질 것을 우려해 오더를 많이 한 케이스가 있는데, 이로 인해 생산 업체에 주문이 예를 들어 두 배씩 들어오다 보니까 반도체를 제조하는, 즉 설비 투자를 해야 되는 입장에서는 그 수요에 준하게끔 설비투자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다시 주문량이 떨어졌다고 해서 생산을 떨어뜨리면 수요 손실이라든지 여러가지 비용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생산을 유지를 해 오는 가운데 이제 수요가 급격하게 떨어지니까 그 차이 나는 만큼 재고가 쌓이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난달 10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상·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반도체 등 수출부진의 여파로 지난해 11월 경상수지가 석 달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난 지난달 10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상·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난해 3,4분기 이후로 계속되고 있고 올해 1,2분기까지도 재고가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투자와 비용을 줄이고 성장성 높은 고부가가치 기술 시장에 집중해 타격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밝힌 대로 올해 투자 규모를 전년(19조원) 대비 50% 이상 줄이면서, DDR5와 LPDDR5, HBM3 등 고부가가치 주력 제품 양산과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는 지속할 계획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 토대가 되는 얇은 원판인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하는 식의 인위적 감산은 하지 않는 대신 실질적(기술적) 감산 가능성을 열어놨다.

삼성전자가 생산설비를 재배치하고 라인 유지보수를 강화하면서 설비 투자 내 R&D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등 실질적 감산을 추진하는 것이 직접적으로 가동률을 조정하거나 웨이퍼 투입량을 감소시키는 등의 인위적 감산보다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예를 들어 기존 라인에서 장비를 보수하고 재배치를 하는 동안 웨이퍼 처리량이 감소하고, 레거시 공정을 최첨단 공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초기 수율(정상품질의 제품 비율) 생산량이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R&D 용 엔지니어링 웨이퍼 투입량을 늘리게 되면 양산 웨이퍼 투입량이 줄 수 도 있다.

반도체 사업자들의 이런 움직임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는 업황 반등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남 연구원은 한국 반도체 업계가 "아주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현재 (반도체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 폭이 너무 크니까 원가절감도 같이 병행하는 동시에 여러가지 제반 비용도 축소를 시켜야 재무구조, 캐시 플로우상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을텐데 한 순간 삐끗하다 보면 그 시기를 놓치는 경우들도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