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루과이: 월드컵 녹화 중계하는 북한, '한국-우루과이' 경기 내보낼까?

24일 우루과이와의 대결을 앞두고 현지에서 훈련 중인 한국 대표팀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24일 우루과이와의 대결을 앞두고 현지에서 훈련 중인 한국 대표팀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지난 21일 저녁 뉴스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소식을 전한 이후 매일 녹화 중계본을 한 경기당 1시간 정도 분량으로 편집해 내보내고 있다.

23일에는 프랑스와 호주의 조별리그 D조 1차전 경기에 이어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조별리그 C조 1차전 경기도 전파를 탔다.

하지만 북한이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월드컵 중계권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불법 중계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북한이 공개한 중계 영상을 보면 다른 나라 방송사의 중계를 녹화한 뒤 로고를 지우고 편집해 자체 자막을 입힌 것을 알 수 있다.

북한 주민들도 월드컵 본다… 어떻게?

북한이 이번 월드컵을 중계할 수 있는 이유는 국제축구연맹(FIFA) 덕분이다.

FIFA가 한국의 방송 3사(SBS, KBS, MBC)로부터 한반도 중계권을 양도 받아 지원하기 때문이다.

실제 FIFA 요청에 따라 지상파 3사가 합의해 북한 내 중계권에 대한 권리를 양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동안에도 FIFA가 요청하면 인도적 차원에서 양도가 이뤄져 왔으며, 한국 측 배려로 북한 주민들이 월드컵을 시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의 경우 TV 중계권료에 상당히 많은 돈이 필요한데, 통상 북한이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측에 중계 지원을 요청하면 한반도 중계권을 가진 지상파 3사가 합의해 지원을 결정해 왔다.

지상파 3사가 지불한 이번 월드컵 중계권료는 1200억 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KBS와 SBS 측에 문의를 했지만 두 곳 모두 답변을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BBC에 "김정은 위원장이 기본적으로 스포츠에 적극적이고, 게다가 1966년 월드컵은 북한에게 매우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며 "정치적 실익도 없기 때문에 굳이 월드컵을 숨길 이유는 없다"고 평가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 첫 출전해 월드컵 우승팀인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진출한 바 있다.

태극기, 한국 기업 등 모자이크 처리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24일 저녁 10시(한국시간)에 열리는 H조 1차전 한국 대 우루과이 경기는 보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서 열린 미국과 일본의 경기도 모두 보도 목록에서 제외됐다.

북한은 한국 기업 '현대 자동차'와 미국의 '코카콜라' 광고판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사진 출처, 조선중앙TV

사진 설명, 북한이 한국 기업 '현대 자동차'와 미국의 '코카콜라' 광고판을 모자이크 처리한 모습. 반면 중국 기업인 '완다'와 글로벌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는 손대지 않았다

북한은 또 이미 중계된 영상 속 한국 기업 로고와 태극기를 모자이크 처리하기도 했다. 현지 관중석에 걸려있는 여러 국기 중 태극기만 골라 지웠고 경기장 광고판에 나오는 현대자동차 광고 또한 알아볼 수 없게 처리했다.

다른 중계 영상에서는 미국의 코카콜라 광고판도 지워졌다. 현대차와 코카콜라 외에도 글로벌 맥주 브랜드인 버드와이저, 중국 완다 등 다수의 광고가 있었지만, 한국과 미국 브랜드만 흔적을 없앴다.

이우영 교수는 "FIFA에서 한국 측에 중계권 지원을 요청했다고는 하지만 그게 광고(돈) 계약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실은 매우 예민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측에서 중계권을 양도했다면 광고 계약에 관해 한국 방송사들이나 FIFA 측과의 정산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 교수는 "일부 광고만 가린 것은 철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완다 광고를 내보낸 것은 중국에 잘 보여야 하니까 서비스 차원에서 그런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북한은 앞서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을 보도할 때도 BTS의 멤버 정국이 공연한 사실도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2019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한국과도 맞붙었던 북한은 이듬해 4월 코로나를 이유로 남은 경기 출전을 모두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