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중국산 피임약 단속...사용금지 10년 됐지만 여전히 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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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Getty Images

    • 기자, 에블린 무삼비
    • 기자, BBC News, Nairobi

케냐에 사는 수잔 와마이타(32)는 1년 전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했지만, 몇 달 전부터 복용했던 피임약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임신 8주라는 걸 알게 됐다.

그렇게 막내딸이 태어났고 와미이타는 세 자녀의 엄마가 됐다. 와미이타가 작년 6월부터 복용했던 약은 케냐에서 판매가 금지됐으나, 와미이타는 알지 못했다.

케냐에선 흔히 '소피아'라고 불리지만, 사실 이 약은 중국에서 제조된 것으로, 제품에 대한 모든 정보는 중국어로만 표기돼 있다.

설명서의 첫 번째 줄을 번역하면 이 약은 "레보노르게스트렐 패스트 에스트라디올 정제"이며, 다음 줄에는 이 약은 "장기간 작용하는 경구 피임약"이다. 또한 "주식회사 지주제약"이 제조사로 나와 있다.

그런데 이 피임약은 케냐 당국이 10년 전 금지한 약물이다. 레보노르게스트렐 함유량이 권장량의 40배가 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레보노르게스트렐은 여러 피임법에 이용되는 호르몬제이다.

케냐 보건부는 전체 연구 결과를 공개하진 않았으나, 해당 약을 복용한 뒤 피임에 실패해 임신한 여성이 낳은 아이들에겐 성조숙증이 나타났다고 한다.

두통과 메스꺼움

와마이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알약이 (케냐에서) 금지된 줄 몰랐다. 내 친구들도 다들 이 약을 먹고 있었고 부작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많은 케냐 여성들이 그랬듯, 와미이타 또한 저렴한 가격과 한 달에 한 번 복용해도 된다는 장점에 이끌려 이 약을 선택하게 됐다.

인근 국가에서 종종 불법적으로 수입되는 피임약. 케냐에선 판매가 금지됐다

사진 출처, PPB

사진 설명, 인근 국가에서 종종 불법적으로 수입되는 피임약. 케냐에선 판매가 금지됐다

케냐 여성들은 보통 이 '소피아' 알약을 매달 구매한다. 대량으로 파는 곳은 거의 없다. 한 알에 300~400케냐실링(약 3500~4700원) 정도다.

물론 케냐에도 한 달간 매일 복용하는 경구 피임약 등 다른 피임 방법이 있다. 이러한 피임약은 정부 병원에 가면 1.7달러(약 2400원)에 살 수 있지만, 언제나 수량이 넉넉히 준비된 것은 아니기에, 여성들은 사설 약국에서 상당히 비싼 가격에 구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케냐 여성들은 정부 병원에서 약 5달러에 받을 수 있으며, 3개월간 피임 효과가 지속되는 호르몬형 임플란트나 몇 년간 피임 효과가 이어질 수 있고 비용은 최대 9달러 정도인 구리 IUD(자궁 내 장치) 삽입 시술을 찾게 된다.

케냐 일반 상점에서도 콘돔을 구매할 수 있으나 관공서나 공중화장실에 비치된 무료 콘돔은 곧잘 동이난다.

와미이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구리 코일에 싸인 T자형 IUD를 삽입했지만, 허리가 너무 아파 제거하고 피임약을 복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주변에서 '소피아'를 복용한 주변 친구들이 살이 전혀 찌지 않았다는 게 끌렸다고 한다. 와미이타는 체중을 감량하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던 상황이었다.

그렇게 '소피아'를 복용하게 됐으나, 처음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처음엔 두 알을 먹고 이후 한 달에 한 알을 먹는 방식이었기에 그저 몸이 새로운 피임약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머리가 아프고 메스꺼웠다"는 와미이타는 "복용 첫 달 생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달엔 생리를 했기에 걱정하지 않던 와미이타는 복용 3달째 다시 생리를 건너뛰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에 와미이타와 남편은 이 피임약에 대해 알아보다가 케냐에선 금지 품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와미이타는 "금지된 약을 복용했다는 사실에 남편과 나는 당황했다"면서 "그리고 내가 임신했다는 걸 알았다. 이 약이 태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걱정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막내딸이 태어났고 이제 3개월이 된 딸은 건강하다. 하지만 와미이타 부부는 정보가 부족했던 상황에 속상할 뿐만 아니라 딸이 앞으로 자라면서 받을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만능 피임법은 없다'

케냐 '국립 인구 및 개발 기구(NCPD)'의 조세핀 키바루 박사는 "(케냐) 여성들은 전문 의료진보다 이웃이나 친구의 말을 더 신뢰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Josephine Kibaru

사진 설명, 케냐 '국립 인구 및 개발 기구(NCPD)'의 조세핀 키바루 박사는 "(케냐) 여성들은 전문 의료진보다 이웃이나 친구의 말을 더 신뢰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 여성 중 오직 50%만이 현대적 피임법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케냐에선 피임에 대해 공공연하게 말하지 않는다.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비롯된 문화 및 종교적 믿음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내에게 피임약을 허락하지 않는 남편들도 있으며, 피임약에 반대하는 종교 종파들도 있다. 예를 들어 케냐 동부의 카보노키야 종파는 성경은 오직 기도의 개입만을 권장한다고 주장하면서 모든 현대 의약품을 거부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 케냐의 인구 및 개발 관련 전문가인 조세핀 키바루 박사는 작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풀뿌리 접근법'이야말로 현대적인 가족 계획 방법을 퍼뜨리는 데 가장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바루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케냐) 여성들은 종종 약사와 같은 전문 의료진보다 이웃이나 친구의 말을 더 신뢰하곤 하기에 지역사회 보건 자원봉사자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키바루 박사는 피임에 대한 무지와 함께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잘못된 미신과 근거 없는 믿음도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인과 전문의인 브리지드 몬다는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과의 상담을 통해 여성들이 자신에게 맞는 가족 계획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선 무지와 미신, 근거 없는 믿음이 사라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여성에게 다 맞는 만능 피임법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시골 지역에선 의약품이 약국에 일정하게 공급되지 않기에 일부 여성들은 여러 피임 방법을 혼합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소피아'는 당국이 금지한 약물이었지만 구하기 쉬웠다. 키바루 박사는 케냐에선 공중 보건과 관련한 소식이 제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않기에 여성들이 약물 금지 사실을 몰랐다고 설명했다.

"언론 매체만으로 알리는 건 충분하지 않다"는 키바루 박사는 "풀뿌리(지역사회) 수준에서부터 홍보해야만 시민들이 왜 이 약이 금지된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약국에서의 비밀 거래

지난달 케냐 보건 당국이 경고를 발령했을 정도로 약사들은 '소피아'가 판매 금지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팔고 있었다. 계속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대신 선반에 올려 두진 않고 매달 '소피아'를 찾는, 신뢰할 수 있는 고객에게만 비밀리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BBC는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 있는 여러 약국을 방문해 '소피아'에 대해 문의했으나, 대부분 판매되지 않는 약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판매자는 꺼내두진 않았으나 '소피아'가 있다면서, 공급책이 인근 국가에서 '소피아'를 들여오면 약국에 넘긴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케냐의 '약국 및 독극물 위원회(PPB)' 관계자는 케냐의 '스탠다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간다와의 접경지대에서 약물을 적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와마이타는 친구로부터 약을 샀는데, 이 친구는 이러한 공급책을 통해 대량으로 약을 구입한다고 했다.

그리고 와마이타는 이 친구와 다른 지인들이 '소피아'가 금지된 약품임을 알았는데도 자신에게 복용을 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와마이타가 임신했음에도 누구도 복용을 끊지 않았다. 아니, 케냐 엄마들이 모이는 여러 페이스북 그룹에도 불만이 제기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온라인 게시판 3곳 정도에서 '소피아' 약물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복용했음에도 피임에 실패해 임신했다는 여성들이 나타났다.

와마이타는 친구들과 다른 여성들에게 다른 피임법을 고려하라고 계속 설득하고 있다.

"'소피아'라는 이름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오싹해집니다. 4번째 아이가 생기는 걸 막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쓸진 모르겠지만, 피임약은 아닙니다. 피임약은 쓰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