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기스족: 고래상어와 함께 살아가는 '바다의 집시'

고래상어

사진 출처, Anita Verde

사진 설명, 트리톤 베이의 고래상어는 부기스인이 지은 수상 건물 '바간' 아래에 모인다
    • 기자, 아니타 베르데
    • 기자, BBC 트래블

인도네시아 웨스트 파푸아에 있는 트리톤 베이에 가면, 세계에서 가장 큰 물고기와 바다 유랑민 부기스인들의 매우 특별한 동행을 볼 수 있다.

방갈로 밖에서 가이드 인드라가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여러분, 일어났나요?" 새벽 4시30분. 사위는 여전히 어두웠고, 잠잠한 바다 위로 초승달이 저물고 있었다. 파푸아의 코뿔새 한 무리가 머리 위로 날아오르자, 헬리콥터가 나는 듯한 소리가 났다.

우리는 인도네시아의 웨스트 파푸아 지방의 트리톤 베이에서 수중 풍경을 관찰하고 고래상어를 촬영했다. 트리톤 베이는 고래상어와 함께 스쿠버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전 세계 극소수 장소 중 하나다. 방문객 수는 적고 해양 생물은 다양하기 때문에,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외진 곳이다 보니, 이곳은 상대적으로 보존상태가 좋다. (트리톤 베이는 웨스트 파푸아의 북서쪽 끝에 있는 22만5000㎢ 규모의 해양 생물 다양성 중심지인 '버즈 해드 시스케이프'의 일부다) 매년 이곳을 찾는 이들은 500명 미만이다. 사람들은 무성한 석회암 봉우리와 하얀 활석 가루 모래에 경외감을 느끼고, 영양이 풍부한 푸른 바다의 수중 산호 정원에 매료된다.

우리는 트리톤 베이 최초이자 유일한 리조트인 '트리톤 베이 다이버스'에 머물렀다. 이곳은 투숙객을 오직 12명만 받으며, 거대 상어와 함께하는 다이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날 다이빙을 위해 우리는 방갈로를 나와 설레는 마음으로 보트에 올랐다. 배를 모는 선장은 야간 시력이 적응될 수 있도록 우리에게 불을 끄라고 말했다. 고래상어가 모이는 '바간'이라는 이름의 수상 건물을 찾아 섬과 바위 주변을 안전하게 항해하려면 꼭 필요한 조치였다.

부기스인

사진 출처, Anita Verde

사진 설명, 부기스인은 삶의 대부분을 바다에서 보낸다

바간은 남부 셀레베스(지금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으로 알려짐)에서 유래한 해상 민족 부기스인이 만든 해상 건축물이다. 부기스인들은 "바다 집시" 또는 "바다 유목민"이라고도 불린다. 생의 대부분을 바다 위 바간에서 보내며, 조업이 잘 되는 지역을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한다. 그런데 이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매일 아침 그물 아래에 모여 구멍 사이로 즙이 많은 정어리를 빨아먹는 고래상어와 특별한 관계를 맺어 왔다.

사실 호주의 크리스마스 섬과 닝갈루 리프, 갈라파고스 제도, 필리핀의 돈솔 시정촌 해역, 홍해 등 고래상어가 모이는 곳은 많다. 하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고래상어를 보는 게 우연한 일이라면, 트리톤 베이에서는 일 년 내내 고래상어를 볼 수 있다. 고래상어가 먹이를 먹기 위해 부기스인과 바간을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고래상어와의 다이빙은 사전 예약이 불가능하다. 부기스인을 찾은 다음 허가를 받아야 한다. 어떨 때는 트리톤 베이 다이버스 리조트에서 30분만 가면 부기스인을 만날 수 있지만, 이번에는 물고기가 카이마나 해안선을 향해 북쪽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부기스인을 찾는 데 2시간이나 걸렸다. 우리가 부기스인을 만난 건 부드러운 아침 햇살에 물 위에 떠 있는 목조 구조물 마을이 모습을 드러내는 새벽 무렵이었다.

바간은 밤에는 밝은 불빛을 이용해 물고기와 새우, 플랑크톤을 그물로 끌어들인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한 새벽 6시30분은 조명을 끄고 그물을 걷어 올리는 시간대였다. 우리는 가장 큰 바간으로 갔고, 인드라는 바간 운영자에게 다이빙 허가를 요청했다. 아칭이라는 이름의 부기스인은 망설일 없이 우리를 바간에 올려 줬다.

고래상어

사진 출처, Peter Marshall

사진 설명, 고래상어는 매일 아침 부기스의 그물 아래에서 작은 구멍을 통해 작은 물고기를 빨아먹는다

아칭은 대를 이어 바간에서 일했다고 말했다. 과거 부기스인은 직접 먹거나 인근 지역과 거래하기 위해 물고기를 잡았지만, 오늘날에는 현지 시장뿐 아니라 지역 전역에 생선을 공급한다. 이날 아칭은 밤샘 낚시로 그물을 가득 채웠고, 막 쉬려던 참이었다.

그는 몸짓으로 우리에게 바간 밑을 들여다보라고 했다. 거대한 고래상어가 있었다. 스쿨버스 크기 정도였다. 아칭은 자신의 바간 아래 세 마리 고래상어가 있고, 그들을 위해 정어리가 가득 찬 그물을 건지지 않고 남겨둔다고 했다.

부기스인은 바보 같은 물고기라는 뜻의 '이칸 보도(ikan bodo)'라는 애칭으로도 고래상어를 부른다. 온화하고 유순한 성격 때문이다. 또 고래상어가 행운을 가져온다고도 믿는다. 아칭은 여러 세대에 걸쳐 그의 가족이 풍부한 어획량을 기대하며 상어들과 좋은 관계를 키워왔다고 했다. 매일 아침 그물을 들어 올릴 때마다 그는 고래상어가 먹을 수 있도록 물속에 그물 하나를 남겨 둔다. 그는 "고래상어는 작은 물고기만 좋아한다"고 말했다.

바간

사진 출처, Anita Verde

사진 설명, 트리톤 베이에서 고래상어와 함께 다이빙하려면 먼저 부기스인을 찾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흥미롭게도, 고래상어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은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다.

국제보호협회의 인도네시아 현지 파트너인 '콘절바시 인도네시아'의 종 보존 전략 매니저인 이크발 헤르와타는 "고래상어와 돌고래는 자신들이 먹이를 구하는 바다로 멸치, 고등어, 참치와 같은 중요한 물고기를 끌고 오기 때문에 행운의 존재로 간주된다"며 "이들은 수중 영양의 풍부함과 생태계 건강의 지표"라고 말했다.

"고래상어가 있으면 먹이 사슬의 균형이 대체로 유지되고 다른 해양 생물종과 부기스 어민들에게 풍부한 식량원이 보장됩니다."

아칭은 "우리는 고래상어를 좋아한다"며 "고래상어는 항상 우리 가족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배웠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흥미로운 이주 패턴이 생겼다. 콘절바시 인도네시아의 자료에 따르면, 트리톤 베이의 고래상어는 이주를 하기는 하지만 많은 개체가 이 지역에 머문다.

위성 추적장치를 부착한 '딥시'라는 고래상어는 17개월 동안 트리톤 베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인도네시아 동부 말루쿠 지방의 아루와 케이 제도를 잠깐 다녀왔다. 또 다른 어린 상어는 11월부터 4월까지 트리톤 베이에서 먹이를 먹다가, 5월에 근처 아라푸라 해와 티모르 갭을 잠시 다녀왔고, 11월에 다시 트리톤 베이로 돌아왔다. 이 때문에 부기스인들은 상어와 독특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인드라는 "그들은 그물을 당길 때마다 옛 친구들을 만난다"고 했다.

우리가 이 온순한 거인들을 만나러 물에 들어가기 전, 인드라가 단단히 당부했다. "바간이 보이는 거리를 유지하세요. 고래상어를 따라가려고 하면 물속에서 바간 위치를 놓칠 수 있어요."

트리톤 베이

사진 출처, Anita Verde

사진 설명, 트리톤 베이는 22만5000㎢ 규모의 해양 생물 다양성 중심지인 '버드 헤드 시스케이프'의 일부다

인도네시아에는 고래상어에게 얼마나 가까이 갈 수 있는지에 관한 규정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고래상어의 공간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가 물속으로 들어가자, 깊은 곳에서 나온 거대한 수컷 상어가 우리를 지나쳐 바간 표면까지 부드럽게 미끄러졌다. 그리고는 그물의 작은 구멍을 통해 즙이 많은 정어리를 동굴 같은 입으로 빨아들였다. 우리는 사진을 찍기 위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갑자기 또 다른 수컷이 올라오더니 가슴지느러미로 우리를 부드럽게 치고 갔다. 우리는 수컷의 왼쪽 가슴지느러미를 촬영했다. 아가미 뒤에 있는 독특한 반점 패턴이 개체를 식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고래상어 모니터링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게끔 우리는 콘절바시 인도네시아에 사진을 보냈다. 해당 기관에서는 이 고래상어가 2021년 12월 16일에 처음 목격되었으며 WP-RT-0209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줬다.

세 번째로 등장한 수컷은 약간 작았다. 이 수컷은 신기하게도 거대한 입을 크게 벌리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수백 개의 작은 이빨이 줄지어 있는 입속을 들여다보면서, 우리는 충돌이 임박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고래상어는 우리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우아하게 우리를 비껴갔다. 그 아래에선 돌고래 떼가 그물에서 빠져나온 정어리를 먹고 있었다.

지구에서 가장 크지만 가장 유순한 물고기 세 마리에 둘러싸인 장엄함은 말로 표현이 불가능했다. 세 시간 후, 카메라 메모리 카드가 가득 찼고 배터리가 소진됐다.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바다에서 가장 큰 물고기의 식탁에 자리를 함께할 기회를 나눠준 부기스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