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발열자 120만 넘었다', 의약품 공급위해 인민군까지...중국에 손 내미나?

방역에 나선 북한 근로자

사진 출처, AFP

사진 설명, 평양의 한 상점에 북한 관계자가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39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주민들에게 의약품이 제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며 보건 간부들을 질타했다. 또 의약품 공급 안정을 위해 인민군을 투입하기로 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정치국은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또다시 비상협의회를 열고 의약품 공급 대책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이 전염병 전파 상황을 신속히 억제 관리하기 위해 국가 예비 의약품들을 긴급 해제해 시급히 보급한 데 대한 비상 지시까지 하달하고, 모든 약국이 24시간 운영체계로 넘어간 데 대해 지시했지만, 아직도 동원성을 갖추지 못하고 집행이 바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안정을 위해 인민군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15일 오후 6시까지 집계된 북한 신규 발열 증상자 수는 39만 2920여 명, 신규 사망자는 8명이다.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은 5월 15일 또다시 비상협의회를 소집하고 방역대책 토의사업을 진행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사진 설명,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은 5월 15일 또다시 비상협의회를 소집하고 방역대책 토의사업을 진행했다

약 공급문제 질타... 인민군 투입

북한에서 코로나19가 폭증하면서 전국적으로 의약품 사재기와 불법 유통 등이 극심해지고 있다.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중앙검찰소장을 비롯한 사법, 검찰 부문을 향해 당의 의약품 공급 정책을 법적으로 강력하게 집행하지 못한 데 대해 강력히 질타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국적으로 의약품 취급 및 판매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부정적 현상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지적하시면서, 엄중한 시국에조차 아무런 책임도 가책도 느끼지 못하고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중앙검찰소 소장의 직무 태공, 직무태만 행위를 신랄히 질책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내각, 보건부문 간부들에 대해서도 "국가가 조달하는 의약품들이 약국을 통해 주민들에게 제때 정확히 가닿지 못하는 것은 그 직접적 집행자들인 내각과 보건 부문 간부들이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바로 가지지 못하고 인민에 대한 헌신적 복무 정신을 말로만 외우면서 발 벗고 나서지 않고 있는데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인민군대 군 부문의 강력한 역량을 투입해 평양시 안의 의약품 공급 사업을 즉시 안정시킬 데 대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특별 명령을 하달하시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15일 평양의 약국을 직접 찾아 의약품 공급실태를 점검했다

사진 출처, EPA

약국 직접 방문해 사태 파악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치국 협의회 이후 평양 시내 약국을 방문해 의약품 공급, 판매 상황을 직접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보통신은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최대 비상방역체계' 전환 이후 공급된 의약품의 종류, 약품이 규정대로 보관, 관리되는지 여부와 약국들이 실제 24시간 운영되는지 여부, 환자들의 주된 상담 내용과 가장 많이 찾는 약품 종류와 가격 등을 파악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반적인 약국들이 자기의 기능을 원만히 수행할 수 있게 꾸려져 있지 못하고 진열장 외에 약품 보관장소도 따로 없는 낙후한 형편"이라면서 "판매원들이 위생 복장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봉사하는 실태와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위생환경 문제도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 손 내미나?

북한이 이번 코로나19 확산 위기를 독자적으로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전망과 함께 중국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앞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협의회에서 "중국 당과 인민이 악성 전염병과의 투쟁에서 이미 거둔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 성과와 경험을 적극적으로 따라 배우는 것이 좋다"라고 말한 것을 지적하면서 "앞으로 북한 간부들은 중국 방역 정책의 성공과 실패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으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센터장은 "중국공산당이 지역별, 직장별, 아파트별로 매일 신규 확진자 수를 체크하고, 당원들을 통해 주민들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것처럼 북한도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국에 코로나19 치료제와 검사 장비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또한 중국도 북한 내 중국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협의와 북·중 방역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중국은 북한이 지원 요청을 하면 곧바로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북한에 대한 방역 지원과 관련해 "북한과 방역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요구에 따라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보다 앞선 12일에는 "동지이자 이웃이자 친구로서 중국은 언제든 북한이 코로나19에 맞서도록 전력으로 지원하고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한이 중국에만 의존해 방역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다면 위기 극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성장 연구센터장은 "중국 단독으로 북한 주민 전체에 대해 2~3회 이상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중국 백신뿐 아니라 모더나 백신 등도 지원받을 수 있어야 빠르게 방역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2021년에도 북·중 간 백신 지원 관련해 협의가 두 차례 진행됐었지만, 최대 500만 도즈 분량의 백신을 1차로 제공하고 추가 지원은 나중에 논의하는 중국 측 입장과 처음부터 5000만 도즈 분량의 지원을 요구한 북한 측 입장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렬된 바 있다.

누적 발열자 121만여명

국가 비상 방역사령부에 따르면 북한에서 지난 14일 오후 6시부터 전날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39만 2920여 명의 발열자가 새로 발생하고 8명이 사망했다. 누적 사망자 수는 총 50명이다.

지난달 말부터 전날 오후 6시까지 발생한 전국적인 발열자 총수는 121만 3550여 명이며 그 가운데 64만 8630여 명이 완쾌되고 56만 4860여 명이 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북한이 검사 장비 부족으로 '확진자' 대신 '유열자'라는 용어로 환자를 집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