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 올림픽: '말 많고 탈 많은 올림픽?'...온라인에선 감정대립 확산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
    • 기자, 나리 킴
    • 기자, BBC 코리아

시작 전부터 인권 탄압과 외교적 보이콧 등으로 잡음이 많았던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지난 4일 열린 개막 이후에도 연일 시끄럽다.

개막 공연의 '한복' 논란부터 선수촌의 부실한 도시락, 연이은 심판 판정 논란 등 끊임없는 논란에 일각에선 이번 베이징 올림픽이 전 세계인의 축제가 아닌 중국 '그들만의 축제'로 퇴색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온라인에선 이러한 논란들이 한국과 중국간 감정 대립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지난 4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오성홍기를 든 소수민족 중 하나로 표현됐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지난 4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오성홍기를 든 소수민족 중 하나로 표현됐다

'한복 도용' vs. '조선족 소개'

논란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을 입은 여성이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중국의 56개 민족을 대표하는 참가자들이 개막식에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함께 옮겼고, 그 가운데 조선족을 대표해 나온 여성이 흰색 저고리와 분홍색 치마를 입고 등장했다.

중국은 조선족을 자국 소수민족으로 공식 포함하며, 한복과 갓, 사물놀이 등을 중국 내 소수민족 문화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에서는 중국이 '한국의 고유 문화를 중국 문화의 일부로 선전하려 했다'는 반발이 뜨거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은 '중국의 문화공정을 반대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도 "동북공정 멈춰"라는 글을 게재했다.

반면 주한 중국대사관은 지난 8일 "한복은 한반도의 것이며 또한 중국 조선족의 것으로, 이른바 '문화 공정', '문화 약탈'이라는 말은 전혀 성립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7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헝가리 리우 샤오린 산도르는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실격판정으로 중국의 런쯔웨이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7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헝가리 리우 샤오린 산도르는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실격판정으로 중국의 런쯔웨이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노터치 금메달'... 쇼트트랙 오심 논란

지난 8일 한국 선수단은 전날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판정에 대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CAS에 제소하기로 했다. 이날 헝가리 측도 IOC에 "올림픽 원칙에 어긋나는 편향된 판단을 거부하고 IOC 지도자들에게 공정한 판단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며 1000m 경기 재검토, 당시 심판에 대한 윤리 조사를 요청했다.

당시 준결승에서 한국의 황대헌은 조 1위로 들어왔지만, 레인 변경을 늦게 했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됐다. 다른 조에서 2위로 들어온 이준서 선수도 레인 변경 반칙을 했다는 이유로 실격됐다.

문제는 이날 결승에서도 가장 먼저 들어온 헝가리의 샤오린 샨도르 선수가 레인 변경 과정에서 접촉이 있었다는 이유로 역시 실격되면서 중국 선수가 금, 은메달을 모두 차지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그보다 앞선 지난 5일 쇼트트랙 2000m 혼성계주 준결승에서는 헝가리, 미국, 러시아 올림픽위원회 ROC와 경기를 한 중국 대표팀이 교대하던 순간 터치 없이 레이스를 이어간데다, 3위를 기록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지만, 2위인 미국이 실격되면서 결승에 진출해 금메달을 차지해 논란이 됐다.

한국 쇼트트랙 남자 대표 곽윤기는 이에 대해 교대할 때 "터치가 안 된 상황에서 그대로 경기를 진행한 것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며 "동료 선수들과 '중국 선수와 바람만 스쳐도 실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지난 9일까지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종목에서 발생한 실격 판정은 31차례. 이미 4년 전 평창동계올림픽 전체 페널티 27개를 넘겼고, 석연찮은 판정들로 논란이 되고 있다.

부적격 선수 출전

또 개최국 자격으로 첫 동계올림픽 본선 자격을 얻은 중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는 부적격 귀화 선수가 있어 논란이 됐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 IIHF 규정에 따르면 대표 선수로 IIHF 공식 대회에 출전한 경력이 있는 선수는 새로운 국적을 취득한 경우 취득한 국적 실업팀에서 4년 이상 뛰어야만 올림픽 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총 25명 가운데 미국 출신 주전 골리인 제러미 스미스가 포함돼 부적격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스미스는 2019년부터 2020년 시즌 중국 하키팀 쿤룬 레드스타에 이적해 3시즌밖에 소화하지 못해 규정상 중국 대표팀으로 이번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

11일 오후 3시 기준 황대헌 선수 인스타그램 댓글란에는 한국과 중국 유저들 사이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댓글이 390만 건 넘게 달렸다

사진 출처, 황대헌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 설명, 11일 오후 3시 기준 황대헌 선수 인스타그램 댓글란에는 한국과 중국 유저들 사이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댓글이 390만 건 넘게 달렸다

과열된 온라인 공방

지난 9일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황대헌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하자 주한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10일 "황대헌 선수와 한국 대표팀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 관영매체도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황대헌 선수의 금메달 소식에 10일 "논쟁의 여지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올림픽은 이래야 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지난 개막식에 제기된 한복 논란 이후 쇼트트랙 심판 판정, 금메달 비난까지 사이버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RM이 지난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에서 실격당한 황대헌 선수의 경기 영상을 올리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이모티콘을 올리자 중국 네티즌들이 비난 댓글을 쏟아냈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황대헌 선수의 인스타그램에 '작은 나라의 작은 마음' '반칙으로 딴 메달' 등 비난과 욕설을 남기고 있고, 이에 한국 네티즌들도 댓글로 축하 소식을 남기는 한편 중국 네티즌들의 댓글에 '눈 뜨고 코베이징' '중국이 중국했다' 등 비난을 하면서 맞대응 하고 있다.

한편 중국 쇼트트랙팀의 일원이 된 안현수 (빅토르 안)의 부인 우나리 씨는 인스타그램 댓글 창을 닫았다. 안현수를 비난하는 한국 팬과 반대로 그를 옹호하고 한국 팬을 비난하는 중국 팬이 몰려 1만 건 이상의 댓글을 달며 설전을 펼쳤기 때문.

안현수는 8일 자신의 SNS에 "가족을 향한 무분별한 욕설이나 악플은 삼가주시기 바란다"고 올렸다가 삭제했다.

9일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 경기에서 황대헌이 1위로 금메달을 획득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9일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 경기에서 황대헌이 1위로 금메달을 획득 후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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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에 표출된 중국 네티즌들의 감정'

왕판, BBC 중국어 서비스

중국과 한국 선수들은 빙판 위에서 오랫동안 라이벌 관계로, 두 나라 팬들 사이에는 긴장감이 늘 존재해 왔다. 중국 팬들에게 있어서 중국 선수들이 홈경기장에서 한국 선수들을 상대로 승리하는 것을 보는 것이 짜릿한 이유다.

이미 양국 네티즌 사이에서 벌어진 논쟁을 고려할 때 두 나라 대표팀 소식은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쉽게 확산된다.

특히 중국 대표팀이 첫 금메달을 딴 쇼트트랙 혼성계주 경기의 왕멍 전 국가대표의 해설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조회 수를 얻고 있다. 왕멍은 한국 대표팀이 넘어지자 장난스럽게 "잘 넘어졌다"라고 말한 뒤 "이 스포츠에서 흔이 일어나는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정정했다.

전 한국 대표팀 선수이자 현재 중국팀의 코치인 안현수 인스타그램에 '가족을 공격하지 말아달라'고 게시하자 중국 네티즌들은 안 코치가 한국에서 겪은 일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웨이보에서는 주한 중국대사의 성명이 24시간 만에 거의 6억 3000만 조회 수를 돌파했다. 이는 중국대사관이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들"이 "중국 정부와 베이징 동계올림픽 전체를 손가락질하고 반중 감정을 조장한다"고 비판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관련해 가장 인기 있는 댓글 중 하나는 "한국인은 뻔뻔함에 있어 세계 1위"로 16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이번 동계 올림픽이 인권 유린 의혹부터 외교적 보이콧, 사이버 안보와 검역에 대한 우려까지 수많은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중국인들은 이미 올림픽에 대해 극도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반응은 한국인들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전이 있던 날, 중국 네티즌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헝가리를 대표하는 혼혈 중국인 선수 류샤오린에게 중국 선수 런쯔웨이를 상대로 페널티를 받은 행동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2016년 사드(THAAD) 배치 이후 중국과 한국 사이의 민족주의적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양국 정부의 관계가 개선되었음에도 최근 쇼트트랙 논란을 보면 서로를 향한 국민감정에 개선이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더 많은 한중간 경기가 예정됨에 따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이 시끄러운 논쟁을 멈추고 싶어 한다는 징후도 보이고 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지난 9일 두 번째 성명을 내고, 이번 1500m 결승에서 한국 황대헌 선수에게 축하 편지를 보냈다.

다만 이번에도 한국에 분노한 중국 팬들을 볼 수 있다. '좋아요' 330만 개가 달린 댓글은 "(이런 성명) 필요 없습니다. 너무 많은 공로를 부여합니다. 우리 대사들이 다른 나라가 우승할 때마다 축하해 줘야 합니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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