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사태: 제2의 리먼 사태 막으려는 중국의 노력

헝다 그룹 간판

사진 출처, Reuters

    • 기자, 마리코 오이
    • 기자, 싱가포르, 아시아 비지니스 리포터

올해 초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의 3000억달러(약 350조원)의 채무 위기가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우려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초입에 발생했던 리먼 브러더스 파산 당시 미국 정부와는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헝다는 향후 채무 이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발표한 후 일부 해외 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헝다는 현재 중국 정부와 채무 조정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창업자 개인 자산 매각이 포함될 수 있다.

실크로드 리서치의 비네쉬 모트와니는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중국 연락망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무도 놀라워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헝다 대 리먼

모트와니는 "헝다와 리먼의 가장 큰 차이점은 헝다 사태가 모두가 예견한 사고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리먼브라더스 사태 당시 미국 크레디트 스위스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그는 "1년여 전 중국 정부가 '3대 레드라인' 기준을 도입했을 때도 헝다가 이를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음은 자명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현 사태를 오래전부터 예상했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3대 레드라인이란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자금 조달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세 가지 기준이다. 지난 수십 년간 중국 부동산 개발업계는 과도한 차입을 단행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를 두고 "무모하다"고 언급했다.

투자자문기업 'TS롬바르드'의 로리 그린 중국·아시아 리서치 대표는 헝다 사태를 '회색 코뿔소'에 비유했다. 이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뜻하는 '블랙 스완'과는 반대로 서서히 다가오는 명백한 위험 요소를 뜻한다.

올해 헝다 주가는 90%가량 폭락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올해 헝다 주가는 90%가량 폭락했다

그린은 "헝다 사태는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이라며 "채권 보유자들은 디폴트 상황에 놀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이 다른가?

리먼 브러더스 파산과 헝다 사태의 또 다른 중요한 차이는 정부다. 미국 정부는 행동에 나서야 할 때 사태에 개입할 권한을 갖기 위해 법안을 통과시켜야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러한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중국은 국영은행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통제하고 있으며 어떤 개발업체가 디폴트 상태에 빠질지도 안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미국 정부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동시에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보다 훨씬 더 선택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은행들을 긴급 구제해준 미국과는 달리 중국 공산당은 더 개별적인 접근법을 택했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무엇을 살려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종양 수술에 착수한 의사 같다"고 말했다.

쉬자인 헝다 창업자가 보유했다고 알려진 호화 요트 '이벤트'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쉬자인 헝다 창업자가 보유했다고 알려진 호화 요트 '이벤트'

중국 정부로서는 헝다의 일상 운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헝다가 현재 건설 중인 건물 완공을 보장함으로써 일반 부동산 매입자를 보호하고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헤레로는 "정부로서는 심장이 여전히 뛰고 있다면 이 또한 염두에 둬야 한다"며 "그게 현재 부동산 시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모트와니는 이러한 접근 덕분에 부동산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말하면서 "실제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전년 대비 상승 중"이라며 "전월 대비 하락한 구간조차 두 자릿수 하락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경우 잠재 구매자가 신규 주택 구입을 미룸으로써 향후 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헝다는 20개 이상의 도시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헝다는 20개 이상의 도시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헝다는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헝다의 구조조정이 수년은 아니더라도 수개월 걸릴 수 있다고 예측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당국이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미친 충격을 감안해 중대 발표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그린은 과거 중국 대기업의 실패 사례에 주목했다. 그는 보험 및 금융 대기업 안방보험의 붕괴를 예로 들며 헝다의 구조조정이 장기적인 과정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안방은 2년 전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라며 "헝다는 훨씬 큰 기업이기 때문에 수년이 걸릴 수 있지만, 내 생각에 최악의 자금 상황은 지났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헝다가 여러 개의 회사로 분리되는 것"이라며 "회색 코뿔소를 분리해 지역 은행에 각 회사를 분담시킴으로써 부동산 업계와 경제 전반의 안정을 꾀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투자자들은 겁을 먹을까?

헝다가 디폴트를 선언한 역외 채권은 대부분 부유한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 붕괴를 초래하진 않았다. 하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부동산 부문에 대한 신뢰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장분석플랫폼 본드슈퍼마트의 잭슨 챈은 "이번 사태는 중국 역외 부동산 채권에 투자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정적으로 이번 일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을 대폭 상승시켰다.

앞으로 중국이 어떻게 엄격한 부동산 시장 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해외 투자 유치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