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북한, 임기 말 한국 정부에 '대화 시그널'… 갑자기 왜?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소개로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소개로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문재인 정부에 '대화 시그널'을 보냈다.

김 부부장은 25일 밤 또다시 담화를 발표하고 "의의 있는 종전이 선언되는 것은 물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관계 개선의 여러 문제도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경색된 남북관계를 회복하고 평화적 안정을 이룩하려는 남조선 각계의 분위기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우리 역시 그 같은 바람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루 전인 24일 낮 담화에서 '종전선언은 좋은 발상'이라며 관계 회복, 발전 전망 논의 용의'등을 표명한 이후 한 걸음 더 나아가 좀 더 명확한 대화 시그널을 보냈다.

앞서 북한은 24일 오전 리태성 외무성 부상을 통해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며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가 최우선 순위"라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김여정 부부장이 한결 부드러워진 담화를 내놓았고, 이튿날 더욱 '톤 다운'된 두 번째 담화를 발표하는 등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함께 종전선언을 하자"고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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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접촉 신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유엔총회를 마친 뒤 귀국길에서 "남북관계 진전의 기회가 있다면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책무"라고 밝혔다.

또 "북한도 대화와 외교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파리라 믿는다"면서 "다만 그게 현 정부에서 이뤄질지, 다 못 끝내고 다음 정부로 이어져야 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 없는 남북관계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단절된 남북관계를 이대로 다음 정권에 넘겨줄 수 없다는 의미가 읽히는 대목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남북한이 과거 노무현 정부 임기 말에 10.4 선언을 체결했듯, 남은 임기 동안 어떠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BBC 코리아에 "북한이 강경발언을 하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수용하는 제스처를 취했다"며 "이는 남북간 물밑접촉이 어느 정도 진행돼서 어떤 그림이 그려졌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에게 한국 정부는 엄청난 지원군이자 자원"이라며 "정권이 바뀔 경우 북측에 불리한 만큼 대선 정권에 개입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어떤 성과를 업그레이드 해줄 수 있는 행위를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또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는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다"며 "다양한 물밑접촉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대북지원에 대한 명분을 주고 민간 대북단체들에게 예산을 푸는 등 다양한 계획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07년 10월 남북한은 노무현 정부 임기 막바지에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10.4 선언을 채택했다.

북한 평양에 흩날리는 북한 국기와 중국 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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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 변화는 중국 입김?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와 관련해 중국이 특정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25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내는 김정은 위원장의 답전을 공개한 후 달라진 담화가 나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여정 부부장이 24일 담화에서 '종전선언문이나 낭독하고 사진이나 찍는 것은 진정한 의미가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25일에는 '공정성과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 종전선언도 이뤄질 수 있다'며 전향적 태도를 보인 것은 중국과의 협의가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정 센터장은 "김 부부장의 발언을 볼 때 북한은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통신선 복원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를 시작으로, 베이징에서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과 남북 정상회담을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이 요구하는 남측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가 한미연합훈련의 완전한 중단, 한국의 미국산 첨단무기 도입 중단을 의미할 수도 있다"며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 유화 발언을 너무 확대 해석하거나 지나치게 낙관적 전망에 빠져있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최근 담화를 통해 문재인 정부에 '대화 시그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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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보유국 지위 고착 목적'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의원(국민의힘)은 "김여정 부부장 담화의 핵심은 남북간 '상호 존중' 합의를 이끌어내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고착시키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김여정이 연속 이틀 담화를 발표하면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흐름을 북한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이 현 시점에서 종전선언을 통해 '상호 존중' 원칙에 합의한다면, 북한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에 기초하고 있는 남한의 안보구조를 존중하는 대가로 핵 무력에 기초한 북한의 안보구조를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태 의원은 "종전선언은 말 그대로 전쟁을 포기하고 상대의 존재를 인정 및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정치적 선언이고 당연히 상호 존중원칙이 핵심"이라며 "종전선언을 통해 남북이 '상호 존중' 원칙에 합의하며 한미는 북한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여정의 담화 중 보고 싶은 부분만 과대 해석해 북한이 바라는 종전선언의 함정에 빠진다면 스스로 북한의 핵 인질이 되는 '종속선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