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9.19 남북군사합의 3주년… 전문가들 '시간 갈수록 유명무실'

사진 출처, 뉴스1
남북의 군사적 대치를 종식시키기로 합의한 9·19 평양공동선언 3주년을 맞았지만, 북한의 군사 위협이 지속되면서 사실상 '빛 바랜' 합의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뒤 9월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또 남북 군 당국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이른바 9·19 군사합의도 발표했다.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 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행위를 종식해 전쟁 위험을 제거한다는 게 9·19 군사합의 핵심 골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합의가 1992년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과 유사하게 점차 유명무실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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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사문화' 되는 과정
9.19 군사합의 내용을 보면 ▲비무장지대 내 상호 시범적 GP 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서해상에서 우발적 충돌방지 및 평화수역 설정 ▲지상, 해상 및 공중에서의 적대행위 중단 ▲시범적 남북공동유해발굴 등이 포함됐다.
당시 남북 군 당국 간 최초로 상당히 구체적인 군사문제 관련 합의가 이뤄졌지만, 이전 남북한 합의서와 마찬가지로 사문화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해 북한의 비무장지대 초소 진출 및 인근 군사훈련 재개 선언 등 실질적으로 합의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BBC 코리아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과거 1992년 '남북한 비핵화 공동선언'과 유사하게 점차 유명무실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수차례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는 물론 최근 한국 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도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합의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이 굉장히 민감해 하는 최첨단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와 F-35 스텔스 전투기 등 미국산 무기 도입 역시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임 교수는 "현실적으로 남북한 모두 9.19 군사합의를 성실하게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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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9.19 군사합의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해 남북 간 대결을 없애자는 것이 기본 취지였지만 그간 지켜진 것들이 있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북한의 일방적인 개성연락사무소 폭파는 물론 DMZ 내 사격, 해양수산부 공무원 살해 등이 군사합의서 정신과는 전혀 맞지 않는 합의문 위반이라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최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가 위협이 아니라는 한국 정부의 판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합의서에 적시하지 않았으니 문자해석만 한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군사적 긴장을 일으킨 만큼 합의서에 배치된다"고 김 전 차관은 강조했다.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 아니며 2017년 11월 이후 북한은 전략적 도발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 군 당국 역시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한 9.19 군사합의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김 천 차관은 "3년의 결과를 총평하자면 군사 문제에 있어 별로 나아진 게 없다"며 "앞으로의 전망 역시 좋지 않다"고 내다봤다.
'큰 틀에서 대결관계 해소'
반면 큰 틀에서 9.19 군사합의가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이 일부 합의를 파기한 적은 있지만 전면적인 파기 선언은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남북관계를 대결관계로 전환한 지난해 6월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다시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만큼 대적관계가 풀렸다는 설명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과 한국에 대한 압박을 높여가고 있지만 판을 깰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8차 당 대회에서 다시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이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다시 대화국면으로 복원되는 큰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역시 북미관계 교착 국면에서의 핵무기 고도화로 보이기 때문에 임계점을 넘은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조 연구위원은 다만 "북한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화 국면을 위해 중∙저강도의 압박은 높여갈 것"이라며 "이런 국면이 일정 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7일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3주년 간담회'에서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적지 않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우리의 평화 의지 또한 더욱 굳건해지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긴 호흡과 안목을 가지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바를 묵묵하게 그리고 의연하게 해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