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활동' 포착…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사진 출처, MOD
미국 백악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와 관련해 대북 외교와 대화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현지시간 30일 브리핑에서 "보고서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도록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관련 진전 상황에 대해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IAEA는 지난 27일 북핵 관련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이 7월 초부터 영변 핵 시설 내 5MW급 원자로를 재가동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5MW 원자로는 북한 핵무기 제작의 핵심 시설이다. 여기에서 가동 후 나오는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한다.
IAEA는 앞서 2018년 12월부터 올해 7월 전까지는 5MW 원자로가 재가동된 정황이 전혀 없었지만, 7월 초부터 냉각수를 포함해 재가동 징후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IAEA는 또 영변 원자로 근처의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연구소가 가동된 정황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북한 핵 활동은 심각한 우려를 부르는 원인이며 유엔 안정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출처, Empics
이와 관련해 청와대도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31일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되는 이런 상황은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관여가 시급하다는 방증"이라며 "긴밀한 한미 공조 아래 북한 핵 활동과 미사일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기존의 '쌍궤병진' 원칙을 재차 주문했다. '쌍궤병진'은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상의 병행 추진을 의미한다.
중국 외교부는 30일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며 "각 측이 균형적으로 서로의 관심을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안을 찾기 바란다"고 전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뼈아픈 악재'
앞서 지난달 말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촉발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북한의 영변 핵 시설을 재가동은 임기 말 남북 공조를 통해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려던 문재인 정부에 상당히 뼈아픈 악재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 출처, Reuters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BBC 코리아에 "결과적으로 북한이 한국 정부를 기만한 꼴"이라며 "남북 간 평화프로세스에 상당히 중요한 도전 국면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발표를 보면 이미 미국과의 공조 아래 북한의 활동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통신선 복원 등 평화프로세스 추진에만 매달렸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한국 정부가 북한의 핵 활동을 감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고 남북교류 재개 등의 허황된 꿈을 꿨다"며 "이런 상황에서 남북대화가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미 핵 협상 난항 장기화 전망
북한의 영변 핵 활동 포착은 외교와 관여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해온 바이든 행정부에게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조건적인 대화 재개, 실용적 접근 등을 통한 대화 재개를 촉구했지만 핵 능력 증강으로 반응을 보인 만큼, 미국의 정책결정자들 입장에서는 북한이 과거의 악습과 행태를 버리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성윤 연구위원은 "북한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특히 일각에서 기대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좀 더 진전된 양보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북미관계의 교착 국면이 더욱 더 장기화되는 하나의 모멘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단순히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가벼운 전술적 차원으로 평가하기에는 미국이 인식하는 위협의 수준이 더 높을 것"이라며 "북한의 추가 행동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급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또다시 '영변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미국이 영변의 가치를 그리 높게 평가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이 하노이에서 이미 '영변 카드'를 거부한 상황에서 이제 와서 또다시 제재 해제 및 대북 적대시정책 폐지 등을 내걸고 영변 카드와 맞바꾸자는 식의 협상이 바이든 정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재천 교수는 "영변 원자로 재가동이 북미대화를 재점화 시키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미국에게는 그저 '자신들의 길을 가겠다', '핵 능력을 계속 증진시켜 나가겠다'는 등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핵탄두 소량화를 위해선 우라늄 농축 시설이 필요한데, 다시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꺼내 들고 무엇을 어떻게 과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북한의 이번 영변 핵 활동이 철저한 한반도 비핵화를 내세운 미국을 우호적으로 움직일 수 없게끔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