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지침 해제 비난… '남조선 당국자 역겨워'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사실을 밝혔다

사진 출처, News 1

사진 설명,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사실을 밝혔다

북한이 3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결정된 미사일 지침 해제를 놓고 '대북 적대시 정책'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약 열흘 만에 나온 첫 반응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국제문제평론가 김명철 명의의 글을 통해,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는 고의적인 적대행위이자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미국이 입으로는 대화를 운운하면서 행동은 대결로 이어가고 있다며 '실용적 접근', '최대 유연성' 등을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한낱 권모술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국의 미사일 족쇄를 풀어준 목적은 한반도와 주변 지역의 군비경쟁을 조장하려는 것으로, 결국 주변 나라들을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실현해보려는 속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는 '지역 나라들의 조준경 안에 스스로 머리를 들이민 남조선 당국자'라며 그 비루한 꼴이 실로 역겹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거친 언사에 서욱 국방부 장관은 3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국가 원수에 대한 예의 없는 언행'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번 비난은 현지시간 지난 21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나온 북한의 첫 반응이다. 한미 양측은 회담에서 미사일 사거리 800km 제한 해제에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상당히 유연한 반응을 보이면서 북한이 내부적으로 대화 재개에 고심하고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BBC 코리아에 "과거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도살자, '폭력배'로 지칭했는데 이번 회담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며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와 협력하기로 했다'는 추상적인 문구를 넣은 것이 북한에게는 유화 제스처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의 미사일 전략 강화가 북한에게도 심각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미사일 지침 종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실제 외무성 고위 당국자나 대변인이 아닌, 개인 명의의 글로 비난 수위를 조절했다. 향후 북미 대화를 위한 외교적 움직임에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마술공연을 관람 하고 있다

사진 출처, News 1

사진 설명,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마술공연을 관람 하고 있다

한미 공동성명에 인권 문제나 대북제재가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사일 지침 해제'를 걸고 넘어진 것은 결국 자신들의 미사일 정당화를 내세우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BBC 코리아에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초 8차 당대회에서 '최강 군사력'을 강조하며 미사일 추가 시험발사 의지를 내보인 만큼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북한이 '역내 군비 경쟁', '주변국에 대한 위협' 등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애당초 미사일 지침은 북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사일 지침 종료로 한국의 미사일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불편한 국가는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사일 능력은 곧 공격 능력으로, 한미 군사 동맹으로 대중국 견제 차원에서 미사일이 개발될 대단히 껄끄러운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북한의 미사일 지침 종료 비난은 북중 결탁 차원에서 북중 간 소통 및 협력 강화를 모색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

한편 통일부는 북한의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 비난과 관련해 개인 명의의 글을 논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에서 지켜보겠다고 31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