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 '미사일 주권' vs '반중 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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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는 지난 21일(현지시간)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의 큰 성과 중 하나로 평가된다.
한미 양국이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와 탄도 중량 제한 해제에 합의한 것으로, 이로써 한국은 42년 만에 미사일 주권을 확보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 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은 1979년 10월에 미국의 미사일 기술 이전 대가로 한국이 개발하는 미사일의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
한국자주국방 기대
한국 내에서는 방위 능력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주권 국가로서의 권리를 되찾은 만큼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 이창형 국방전문연구위원은 BBC 코리아에 "지금껏 미사일 개발을 자제해온 한국이 이제 정상적으로 탄도미사일 능력을 향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개발 역량이 되는데도 이 지침 때문에 개발을 자제하면서 상당히 기형적인 미사일 능력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 방위 능력이 개선되고 제고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사일 개발에 대한 족쇄가 풀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방부 군비통제차장을 지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한국군이 그동안 기치를 내걸었던 '자주국방'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북한 '비대칭' 대응능력 커져
미사일 지침 해제는 북한에 관한 대응 능력의 향상을 의미한다. 북한은 지금까지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온 반면, 한국은 방어 위주의 정책을 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핵무력을 제외하면 실제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치로 키울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창형 국방전문연구위원은 "머잖아 한국이 북한 미사일 능력을 능가할 경우 전쟁 억제와 방위 능력이 더 강화되고 향상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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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사일 지침 해제에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계속해서 핵미사일 역량을 고도화 시키지 않았다면 미사일 지침을 해제할 명분이 없었다는 것이다.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미사일 지침이 4번 개정됐는데 이는 모두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 증대에 비례했다"며 결과적으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높아졌기 때문에 해제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심기불편한 중국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24일 서울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100년과 중국 발전' 세미나에 참석해 미사일 지침 종료에 대해 한국이 알아서 할 일이며 중국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국익을 상하게 한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미국이 모든 힘을 동원해 중국을 억압하거나 탄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입장에선 이번 미사일 지침 종료가 달가울 리 없다는 데 동의한다. 미사일 능력은 일종의 공격 능력으로, 주변국의 미사일 능력 향상을 반가워할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이창형 국방전문연구위원은 "만약 한미 군사동맹의 능력으로 발전한 고도화된 미사일이 중국의 턱 밑에 배치되고 운용된다면 중국으로서는 대단히 껄끄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중국 베이징까지의 거리는 약 900km로, 사거리 800km 제한이 해제되면서 이제 한국은 물리적으로 베이징 타격은 물론 사거리 1만km 이상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도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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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묵 센터장은 '동북아시아 세력의 균형'을 강조했다. 한국의 미사일 능력이 향상되면 중국도 한국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어 "중국이 이미 한국보다 훨씬 더 강력한 미사일과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한국의 미사일 주권을 지적할 명분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군 당국은 미사일 지침 해제와 관련해 주변국의 영향 등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같은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반발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중국으로부터 어떤 항의도 없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국가적 역량과 위상, 국제 비확산 모범국으로서의 신뢰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한국 반중 독배 들이켜' 지적도
일각에서는 미사일 지침 해제가 결국 미국의 전략적 덫에 빠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이렇게 자화자찬하며 '포장'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김동엽 교수는 BBC 코리아에 "한국 정부가 정말 전략적이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거리를 해제한 것 자체가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해석이다.
김 교수는 특히 "한국이 미사일 주권을 찾은 것과 별개로, 미국이 주한미군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알아서 중거리 미사일을 만들게 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순수하게 한국의 우주개발을 지원하려고 미사일 지침을 해제했겠냐며 '로우키(Low-key)'로 했어도 모자란 마당에 왜 이 사안을 부풀리고 포장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