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고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지만, 내일 추방될 수도 있어요

'드리머즈' 기예르모와 조나단

사진 출처, Jonathan Varg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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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은 최근 한 사건을 심사중이다. 이 결과에 따라 어렸을 때 불법으로 미국에 온 수많은 이들이 추방될 수도 있다.

2012년에 통과된 '드리머즈 액트'는 불법으로 미국에 온 어린이들에게도 합법적으로 일을 하고 공부도 할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이들이 추방 위기에 처했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맞서는 보건 노동자들도 있다.

지난 4월 초, 노스캐롤라이나 주 윈스턴-살렘의 한 병원 인근으로 경찰차들이 모여들었다. 경찰차들은 푸른색 불빛을 점멸하며 병원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목숨을 걸고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에게 경의를 표하는 행위였다.

하지만 이 병원 집중치료시설에서 일하는 간호사, 조나단 바르가스 안드레스는 마냥 감격에 겨울 수만은 없었다. 오히려 공허하다는 생각을 했다.

조나단과 아내, 그리고 그의 형제는 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4년째 근무중이다. 코로나19로 지난주에는 이 병동에 환자가 급증하기도 했었다.

조나단은 불법 입국자 신분이다. 때문에 그가 안전을 위해 목숨을 걸고 지키고 있는 국가가 몇 주 안에 그의 추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조나단은 "너무 오래 생각하면 피곤해지기 때문에 최대한 이 문제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남부 특유의 느린 말투로 말했다. "제 건강을 위해서 그 문제에 선을 그어뒀죠. 가장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에요."

드리머즈 액트

미국 내 다카의 수혜자는 약 80만 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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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은 다카(DACA, the Deferred Action on Childhood Arrivals, 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 제도)의 수혜자다. 불법으로 미국에 온 어린이들이 추방되지 않도록 2012년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 덕에 불법 이민자의 아이들도 미국에서 일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다. 열두 살 때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온 조나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2017년 도널드 트럼프가 이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그리고 현재 미국 연방대법원이 이를 심사중이다. 결과에 따라 조나단은 더 이상 미국에서 일을 하거나 거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미국 내 다카의 수혜자는 약 80만 명에 달한다.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 '미국 진보 센터'는 이들 중 2만9000여 명이 의사나 간호사, 구급대원 같은 의료계 최전방 노동자라고 추산했다. 더불어 1만2900여 명이 보건 산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조나단에게 있어서 간호사는 소명과 같다. 일을 시작하고 4년 만에 팬데믹으로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있다.

그는 "병실에서는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만지는 것에 대해 아주, 매우, 몹시 편집증을 갖게 되죠."

"하지만 사람들을 돕기 위해 그 안에 있는 거니까, 그런 생각은 마음 한 구석에 넣어둬야 합니다."

그가 일하는 병원은 감염 예방을 위한 보호장비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는 감염에 대한 불안은 이런 장비로 덜 수 있지만, 사람들이 홀로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괴롭다고 했다.

그는 "아이패드로 고인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가족들을 볼 때면, 몹시 슬프고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도 스트레스이지만, 감정적으로 지치게 됩니다."

병동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도 유대감을 갖고 잘 지내는 편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중 생활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는 "일터에 나가 동료들과 대화를 하지만 그들이 내 신상에 대해서 세세하게 알지는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집에 돌아오면 내가 감시받으며 사는 처지라는 것을 깨닫게 되죠."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국가를 돕기 위해 하는 일들이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태라고요. 그리고 몇 달 뒤에, 추방당할지도 모른다고요."

인생을 바꿀 만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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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은 1990년 멕시코 푸에블라 근처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버스를 몰았지만, 가정 형편은 빠듯하기만 했다.

그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 살던 집은 창문도 없고 흐르는 물도 없는 흙바닥 집이었다.

2000년, 그의 아버지가 먼저 미국으로 갔다. 그리고 2년 뒤 가족을 불러들였다.

어머니와 조나단 형제는 미국과 멕시코를 가르는 강을 건너고, 걸어서 사막을 가로질렀다.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한 채로 미국에 들어왔다.

2012년까지 그의 가족은 감시 속에서 살아야 했다. 당시 불법 이민 가정의 아이들도 공립학교에는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공립 대학은 불가능했고, 사립 대학은 학비가 너무 비쌌다.

그래서 조나단은 고등학교 졸업 후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했다. 그렇게 타이어 가게에서 타이어 수리 일을 하던 무렵, 다카 프로그램이 발표됐다.

그는 "인생을 바꿀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저도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고, 대학에 갈 가능성도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는 엄청난 일이었죠."

미국에 온 지 10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미국인이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이를 증명해줄 서류는 없었다.

다카 프로그램이 시행된 뒤 조나단 형제는 군에 입대하려 했다. 하지만 시민권 문제로 거절됐다.

사회에 봉사하는 일을 하고 싶었던 형제는 대신 간호사를 직업으로 선택했다.

"강 건너로 돌아가라"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었지만, 지난 4년은 불안하기만 했다.

조나단에게 잠을 자다가 이를 악무는 습관이 생긴 건 그 무렵부터였다. 심할 때는 턱 관절이 부어올랐고, 먹는 것과 말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2015년쯤부터였어요.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가장 먼저 멕시코인들을 공격하던 그 무렵부터 스트레스 증상이 나타난 거죠."

"그가 당선되고 취임하면서, 현실이 되었죠."

그는 이후 자신을 향한 적대감도 늘고 명백한 인종차별을 경험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마치 극심한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생겨난 것 같았다.

코로나19 폐쇄가 있기 전이었다. 그는 체육관 근처에서 한 사건을 겪었다고 했다. 그가 주차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한 남자가 그에게 인종차별적 욕설을 내뱉으며 "강 건너로 돌아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위장

대법원이 다카 프로그램 중단을 결정한다면, 조나단은 일할 권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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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은 2년 전에 결혼했다. 아내는 미국 시민이다. 조나단은 영주권을 신청하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다. 어렸을 때 불법으로 미국에 들어온 것이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미국에 온 아이들은 열여덟 살이 된 후 1년 내에 미국을 떠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 입국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그리고 대법원이 다카 프로그램 중단을 결정한다면, 조나단은 일할 권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지는 상황에 대해 최대한 생각지 않으려 노력중이다.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멕시코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신 그의 형제는 캐나다 이주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그가 미국을 떠나게 된다면, 부모는 물론 지난 18년의 시간과 이별해야 한다. 더 많은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해온 간호 관련 공부 역시 중단해야 할 지도 모른다.

코로나19 사태와 더불어 대법원 결정에 대한 두려움이 매일 그를 괴롭힌다. 하지만 그는 짙푸른 수술복에서 안정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일할 때 입는 수술복이나 유니폼이 일종의 위장술처럼 생각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수술복을 입고 있는 저를 보면서 '저 사람은 좋은 사람' 또는 합법적으로 이곳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제가 일상복을 입으면 사람들이 제 직업을 알 방법이 없겠죠. 그저 히스패닉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그런 이미지의 멕시코인이 될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