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일부 미국인이 봉쇄령에 저항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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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알림 마크불
- 기자, BBC 뉴스
이 시국에 수백 명이 마스크를 쓰지도 않고 집회하는 모습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워싱턴주에서 봉쇄령에 반발해 열린 집회 모습이 바로 그렇다.
"우린 주지사가 기업들을 폐쇄하고 사람들에게 집에 머무를 것을 명령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봅니다." 집회 주최자 타일러 밀러는 워싱턴주 의사당 앞에서 말했다.
3월 중순 워싱턴주 제이 인슬리 주지사는 세계 곳곳에서 발령된 수준의 비상 봉쇄 조치를 시작했다. 음식점과 술집들을 폐쇄하고 대중 집회를 금지한 것이다.
그러나 반대 집회자들은 이것이 위헌이라고 말한다.
"우리 주 헌법은 사람들이 평화롭게 집회할 권리는 절대 침해될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는 (코로나19 긴급) 조치가 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밀러는 말한다.
밀러는 자신이 보건 당국의 권고에 반대하는 게 아니며 '(감염자 수 증가 폭을 의미하는) 곡선을 완만하게' 할 필요성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저는 집회 전에 코로나19와 비슷한 증상을 겪을 때는 14일간 자가격리하기까지도 했습니다."
"제가 반대 집회를 한다는 것을 통해 사람들이 모이는 게 좋다는 건 아닙니다. 저는 단지 정부가 이를 금지할 권한이 없다고 생각할 따름입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밀러는 기술 엔지니어로 미 해군과 일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분노케 한 것은 민주당 주지사가 비(非)미국적인 권력을 남용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의 각 주마다 봉쇄령의 정도는 다르다. 약 20개가량의 주에서 봉쇄령에 반대한 집회가 열렸다. 집회의 규모도 수십 명 정도에서 수백 명까지 다양했다.
미국이 아직 코로나19 위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 시국에 수백 명이 마스크를 쓰지도 않고 집회를 하는 모습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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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에 지속적인 감소는 없는 상황임에도 봉쇄를 해제하라는 목소리는 거리 집회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정치인들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둘러싼 히스테리는 처음부터 그 실체에 비해 과장된 겁니다." 노스다코타주 하원의원 릭 베커는 말한다.
"주 정부가 강제적인 폐쇄 등 봉쇄령을 내린 건 과민반응이었어요."
미국 전역에서 수만 명이 사망했고 봉쇄령이 없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수 있다고 말하자, 그는 이를 반박했다.
"그런 이야기는 어떤 상황에서도 말할 수 있는 겁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 있었다는 거요." 정식 면허를 가진 의사이기도 한 베커 의원은 말했다.
"그 이야기는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의미 있다'는 주장인 셈인데 그런 논리라면 자동차도 시속 80km가 아니라 30km로 달리게 하면 사람이 덜 죽을 수 있겠죠. 우리 인생에서 모든 걸 그렇게 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 나라에서 우리가 사는 방식은 다 무너져 버릴 겁니다."
이웃 사우스다코타주에서는 코로나19로 밥 글랜저 의원이 사망했다.
"그는 정말 자상하고 늘 무언가를 주며 경청하는 타입의 사람이었어요. 신앙이 그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요. 우리 의회는 그를 안타깝게 그리워할 겁니다." 같은 당 동료인 진 헌호프는 말한다.
헌호프 의원은 동료들과 함께 글랜저 의원의 장례식 절차를 어떻게 계획했는지 설명했다.
사우스다코타주는 미국에서 봉쇄령이 내려지지 않은 몇 안 되는 주지만 장례식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적용됐다.
"저는 주지사의 결정을 지지합니다. 그는 권고를 내렸고 진정한 결정권은 지역 공동체에 위임했어요." 공공보건 분야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진 헌호프 의원은 말했다.
"저는 정식 자격증이 있는 간호사이고 데이터에 기반하여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에서 취한 접근법이 바로 그렇다고 봐요. 결정을 내린 후에 바깥에서 무어라 판단하긴 쉽죠."
사우스다코타와 같이 코로나19 위기에도 주 전체 차원에서 전면적인 봉쇄령을 내리지 않은 주에 대한 비판도 많다.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대다수가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한 조치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일부는 반대 집회에 강력히 반대한다.
미네소타의 중환자실 수간호사 매리 터너는 집회를 두고 '불난 데 부채질'이라고 말한다. 그와 자신의 동료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위험 때문이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집회는 정말 사람을 암담하게 만듭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마스크도 하지 않고 모여서는 화가 났대요. 지금 이게 다른 나라에선 문제라도 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정부의 개입에 반발하는 집회에서 나부끼는 플래카드를 보면 참가자들은 공공보건보다도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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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정부에 대한 의구심은 뿌리 깊은 연원을 갖고 있죠. 어느 때는 커지다가 어느 때엔 작아지기도 합니다. 그동안 의구심이 커지고 있었긴 하죠." 하버드대학교의 사회학 교수 티다 스콕폴은 말한다.
봉쇄 반대 집회를 이끄는 원동력은 경제가 아닌 정치적 신념이라고 스콕폴 교수는 말한다.
그는 이 집회가 코로나19 위기에 조직화된 반응이 아니라는 생각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한다. 반대 집회에 어느 정도 전국적인 조직화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미국 상공회의소가 집회 선두에 나선 것은 아니죠. 하지만 이념적인 요소들이 자리하고 있고 집회 배후에는 프로페셔널하게 돌아가는 보수 단체들이 있어요." 스콕폴 교수는 말한다.
"이들의 동기는 미국인들이 정부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보여주자는 겁니다. 이들은 집회에 나온 사람들의 동기가 자신들의 동기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지 걱정하지 않아요. 아마도 양쪽 동기는 다를 겁니다. 저는 집회에 나온 사람 대부분은 그냥 열성 트럼프 지지자라고 생각해요."
집회에 나온 몇몇은 봉쇄로 인해 손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지만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지역에서 열리는 대규모 집회에는 '트럼프 2020'이라고 적힌 깃발, 모자, 셔츠가 확실히 눈에 잘 보였다. 얼핏 보면 소규모 트럼프 집회 같았다.
릭 베커 의원처럼 봉쇄령 해제를 가장 강력히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대부분 공화당원이다. 사우스다코타처럼 봉쇄령을 내리지 않은 주지사들은 모두 공화당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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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이 자유지상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긴 하지만 스콕폴 교수는 봉쇄령에 반발하는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그러는 것 같다고 말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숨기는 사람이 아니죠. 거의 다 말합니다. 제가 볼 땐 그가 코로나19라는 끔찍한 전염병과 그에 대한 자신의 초기 대응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효과와 겹쳐서 재선에 실패할까 걱정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는 많아요." 그는 말한다.
"트럼프 자신이나 공화당, 그리고 그의 지지자들이 이를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죠. 그럼 무슨 계획이 있을까요? 오바마 탓을 하고 중국 탓을 하고 세계보건기구(WHO) 탓을 하다가 이젠 봉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주지사들을 탓하는 거죠."
최근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반대 집회자들을 지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백악관에서 자꾸 혼선이 나오는 것도 이번 위기의 특징 중 하나다. 민주당 주지사들이 있는 주가 '해방'되길 바란다는 언질을 하더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는 조지아의 공화당 주지사가 봉쇄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에 "기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직도 코로나19로 인해 매일 수백 명이 사망하는 가운데 각 주의 주지사들은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난감한 처지에 있다.
한쪽에서 볼 때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문제가 다른 쪽에서 보면 엄청난 경제적, 정치적 압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