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에렉투스: 최초의 직립보행 인류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최근까지 생존했다

사진 출처, Science Photo Library
- 기자, 폴 린컨
- 기자, 과학 에디터, BBC News
현대 인류에게 고대 친족에 속하는 호모 에렉투스가 비교적 근래까지 동남아시아에서 살아남았다는 내용의 연구가 공개됐다.
호모 에렉투스는 200만 년 전 진화했으며 최초로 완전한 직립보행을 한 인간 종이었다.
새로운 연대측정 자료에 따르면, 호모 에렉투스는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 10만 전까지 생존했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오래전 멸종한 상태였다.
다시 말해 현생 인류가 등장했을 때까지도 호모 에렉투스도 함께 지구에 존재했었다는 것이다.
1930년대에 호모 에렉투스의 머리덮개뼈 12개와 정강이뼈 2개가 자바 중부의 솔로 강 인근에서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 화석의 연대 측정을 시도했으나 쉽지 않았다. 주변의 지형이 복잡한 데다가 최초 발굴지의 위치가 모호했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Tim Schoon/University of Iowa

1990년대 한 연구진은 이 화석의 연대가 5만 3000년에서 2만 7000년 사이라는 의외의 결과를 제시했다. 이는 호모 에렉투스가 자바 섬에 살던 시기와 현생 인류가 등장한 시기가 겹칠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이오와대학교 러셀 시오콘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솔로 강 인근의 비탈을 새로 발굴한 다음 현장과 그 인근을 재분석했다.
연구진은 화석이 발굴된 지층의 연대가 11만 7000년에서 10만 8000년가량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최근에 발견된 호모 에렉투스 화석 기록을 경신하는 연대다.
"저희가 측정할 수 있었던 것보다 더 정확한 연대 측정 방식은 없다고 봅니다." 시오콘 교수는 BBC에 말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런던 자연사박물관 인간 진화 부문 연구 책임자 크리스 스트링어 교수는 이렇게 평했다. "이번 연구는 자바의 유명한 호모 에렉투스 화석의 퇴적층 연대에 대한 매우 종합적인 연구 결과입니다. 연구진은 이 개체들이 약 11만 2000년 전 사망한 후 솔로 강 퇴적층에 쓸려 들어갔다는 것을 매우 설득력 있게 입증했습니다."
"원시 시대의 인간 종으로 보이는 호모 에렉투스에게는 상당히 최근 연대입니다. 이는 호모 에렉투스가 자바에서 100만 년 이상 생존했음을 보여줍니다."
연구진은 이곳에서 발견된 다량의 화석이 당시 대규모 사망 사건이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본다. 아마도 상류에서 발생한 이류(泥流)가 원인이었을 수 있다. 이류란 폭우나 화산 분출 후 화산의 비탈을 따라 흙이 폭포처럼 흐르는 것을 말한다. 이류는 진행 경로에 있는 모든 것을 휩쓸어버린다.

사진 출처, Kira Westaway, Macquarie Univ

동남아시아 다른 섬에서 호모 에렉투스는 다양한 종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서는 호모 플로렌시스('호빗'이란 별명이 있다)로, 필리핀에서는 호모 루조넨시스 등 작은 체구로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진화는 도서 지역에 식량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바에서는 호모 에렉투스가 본래 체구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식량이 있었던 듯하다.
이번 발견은 최근 학계에서 어떠한 관점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간의 진화를 유인원에서 현생 인류까지 직선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과정으로 여기곤 했다. 이는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그림에서 잘 드러난다. 그림은 대개 침팬지 같은 유인원이 차차 호모 사피엔스로 변하는 모습을 담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인류의 진화 과정이 그보다 훨씬 중구난방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번 연구는 한 가지 골치 아픈 진실을 보여준다. 진화되기 전이라고 알고 있던 종이 진화된 종과 같은 시기를 살았던 경우가 많다는 것. 어떤 경우에는 서로 다른 종이 수십만 년을 공존하기도 했다.
호모 에렉투스는 어떻게 자바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었을까?
호모 에렉투스는 아프리카에서 50만 년 전에 이미 사라진 종이다. 중국에서는 40만 년 전에 사라졌다. 러셀 시오콘 교수는 호모 에렉투스가 다른 지역에선 다른 인간 종과의 경쟁에서 밀려 사라졌지만 자바 섬에서는 격리된 상태로 더 생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자바의 호모 에렉투스 화석이 자바의 환경이 변하고 있던 시기에 나온 것임을 보여준다. 한때 너른 삼림지대였던 자바는 우림지대로 변하고 있었다. 시오콘 교수는 바로 이 시기가 호모 에렉투스가 자바에서 멸종된 시기일 수 있다고 여긴다.
마지막 모습?
이 시기 이후 호모 에렉투스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후 자바에 3만 9000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나기 전까지 인류 활동은 전무했다. 시오콘 교수는 호모 에렉투스가 사바나 환경에 너무 의존적이었으며 우림지대에서의 적응할 능력이 없었다고 보고 있다.
"열대 숲지대에서 사는 인류 종으로는 호모 사피엔스가 유일합니다." 그는 말했다. "아마도 그 주된 이유는 호모 사피엔스가 특별한 도구들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림지대의 동식물이 자바에 퍼지자 호모 에렉투스의 시대는 끝이 난 거죠."
그러나 크리스 스트링어 교수는 다른 가능성을 언급했다.
"연구진은 이것이 호모 에렉투스의 마지막 모습이었으며 호모 사피엔스가 한참 뒤에나 등장했기 때문에 두 종이 공존한 기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말했다.
"저는 그것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습니다. 자바의 다른 곳에서 발견된 호모 에렉투스 화석의 연대 추정이 정확하다고 여겨지긴 하지만 여전히 그보다 더 최근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구 대상의 발굴지와 상관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건 다음 연구 과제에서 다뤄야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