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민이 : 뇌성마비 유튜버가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

동영상 설명, 노래하는 민이 : 뇌성마비 유튜버가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
    • 기자, 이윤녕
    • 기자, BBC 코리아

선천적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민이씨는 15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다. 경직으로 근육을 쓰기 어려워 말을 하는 것조차 쉽지 않지만 한 소절씩 정성을 다해 부른 노래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BBC 코리아가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노래하는 민이입니다. 반갑습니다."

선천성 뇌병변을 갖고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다.

사진 출처, 노래하는 민이 제공

사진 설명, 선천성 뇌병변을 갖고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다.

방황의 시기 :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유튜브에서 '노래하는 민이'로 인기를 얻고 있는 그는 선천성 뇌병변을 가지고 태어났다. 7살 때 초등학교 입학을 하면서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을 했고, 고등학교까지 지체장애인 특수학교에 다녔다.

"특수학교를 다닐 때는 전부 몸이 불편한 학생들끼리 함께 있어서 제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걸 크게 못 느끼며 지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전 그때가 좀 더 행복했던 것 같아요."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가서 직업을 가지려고 하다 보니까 비장애인들의 따가운 시선들이 느껴졌고, 제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걸 조금 더 실감하게 됐어요."

그가 처음 유튜브에서 노래를 시작하게 된 건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원래 작은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며 월급을 받고 그 돈을 모아 소박한 가정을 꾸려 평범하게 사는 것이 꿈이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면접을 보러 가면 면접관들이 제일 처음에 하는 게 제 몸을 위 아래로 훑어보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저한테는 질문도 별로 안했고 당연히 계속 면접에서 떨어졌죠. 그러면서 이 세상에서 이런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좌절하고 방황했어요."

그는 이후 끊임없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뭘까?' 고민했다. 그러다 중학교 때 처음 가요제에 나가 상을 받았던 행복한 기억이 떠올랐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노래'라는 것을 알게 됐다.

"노래를 하려면 무대가 있어야 하고 관객이 있어야 하잖아요. 하지만 제가 설 무대는 별로 없었고, 그렇게 찾게 된 게 유튜브였어요."

혹시 장애인이라고 무시를 당하지는 않을까 두려움도 있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는 노래를 시작했다.

그는 노래 한 곡을 익히기 위해 수십 차례 똑같은 노래를 계속 연습한다.
사진 설명, 그는 노래 한 곡을 익히기 위해 수십 차례 똑같은 노래를 계속 연습한다.

한 곡을 위한 50번의 연습과 노력

그는 노래 한 곡을 익히기 위해 최소 30~40번 정도, 많을 때는 50번 정도 똑같은 노래를 계속 연습한다. 영상을 올릴 때도 실수를 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계속 다시 촬영을 하기 때문에 적어도 20번은 촬영을 한다.

"제가 몸에 경직이 있다 보니까 노래할 때 힘이 많이 들어가서 사실 힘들어요. 들어가야 될 부분에 박자를 놓쳐 못 들어갈 때도 있고요."

"노래 한 곡을 다 부르고 나면 땀도 엄청 많이 나고 배도 아파요. 당연히 숨도 차고 소화가 안 되는 기분도 들어요. 하지만 노래 부르는 건 정말 좋아요."

커버 영상 촬영 후 편집도 직접 해왔지만 몸이 불편하다 보니 기본 3~4시간에서 가사가 많은 건 최대 5시간까지도 걸렸다. 그래도 최근에는 고맙게도 한 고등학생이 편집 작업을 도와주고 있어 상황이 좋아졌다고 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은 행복한 일이었다.
사진 설명,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은 행복한 일이었다.

응원의 목소리, 그리고 악플의 상처

유튜브를 처음 시작하면서 그는 지금처럼 많은 구독자를 기대하진 않았다. 때문에 사람들의 응원과 관심이 놀라우면서도 감사하게 느껴졌다. 어떤 때는 '나라는 사람이 과연 이런 큰 사랑을 받아도 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노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은 행복한 일이었다.

하지만 구독자 수가 늘어나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악플이나 욕, 비난을 마주하게 됐고 적지 않은 상처를 받게 됐다.

"노래를 못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저 말고 비장애인들 또한 평가를 받는다는 거니까 괜찮아요. 하지만 노래 말고 제 신체를 가지고 욕을 하거나 비하를 하고, 이유 없이 부모님 욕을 하는 건 상처가 많이 되요."

그는 15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인기 유튜버이지만, 이는 현재 수익으로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커버곡은 저작권 문제 때문에 MR을 직접 연주하거나 따로 편곡을 해야 하는데 그는 노래방 반주를 켜놓고 노래를 하기 때문이다. 가끔 실시간으로 팬들이 보내주는 후원 외에 그의 높은 영상 조회수는 콘텐츠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가족사진'이라는 곡이다.
사진 설명, 그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가족사진'이라는 곡이다.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버린'

민이씨가 노래를 처음 좋아하게 된 건 중학교 때 그룹 SG 워너비를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SG 워너비의 노래를 계속 들으면서 흥얼거리다가 자신도 이 사람처럼 노래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혼자 노래 연습을 하다가 보니까 우연히 한 장애인 가요제에 나가게 됐고 그날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기쁘게 상도 받았고 '노래 잘한다'는 사람들이 칭찬에 더욱 흥이 났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가족사진'이라는 곡이다.

"어느 날 '불후의 명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진호 님이 이 노래를 부르는 걸 봤는데 그때 가사가 자막으로 나왔어요.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를 읽으니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부모님 생각이 나서요."

"가사 중에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 버린' 이란 가사가 있어요. 제가 다른 사람들과 이렇게 다른데도 불구하고 부모님께서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셨잖아요. 몸도 마음도 남들보다 배는 더 힘드셨을 텐데 이렇게 길러주셨으니까 그래서 그 가사가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민이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노래를 듣고 많은 팬들이 생겼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겉으로는 말을 안 했지만 속으로는 우리 아들 참 대단하고 장하구나 이런 생각은 해요. 제가 봤을 때는 노래를 크게 잘하진 못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그만큼 팬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예뻐요."

"근데 유튜브 하는 거 보면 가끔 참 안쓰러워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방에서 선풍기 하나 가지고 하는 걸 보면 그래요. 선풍기 소리가 나니까 선풍기도 제대로 못 틀고 이렇게 노래할 때 보면 마음이 아플 때가 많아요."

노래는 그의 삶의 유일한 낙이자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이다.
사진 설명, 노래는 그의 삶의 유일한 낙이자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이다.

노래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

민이씨는 자신의 노래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비장애인들과 다를 것 없이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장애인은 무조건 도와줘야 되고 뭘 해도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편견들이 저로 인해서 깨졌으면 좋겠어요. '장애인도 노력하면 할 수 있구나'라는 걸 알려드리는 먼저이고, 그 다음은 저와 같이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셨으면 좋겠어요."

민이 씨에게 '노래'는 어떤 의미인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노래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고 제가 유일하게 조금이나마 잘 할 수 있는 일이예요. 제 삶의 유일한 낙이고 세상과의 소통 창구이자 사람들과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영상 촬영 및 편집 : 양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