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미국→중·일·러... 반전 거듭한 3월 숨가쁜 외교전

지난 8일 특사단이 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대화를 수락했음을 발표했다. 특사단의 면담과 기자회견은 충분한 예고 없이 이뤄졌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지난 8일 특사단이 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대화를 수락했음을 발표했다. 특사단의 면담과 기자회견은 충분한 예고 없이 이뤄졌다

모두가 놀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 북한과 대화하고자 할 거란 건 어느 정도 예측됐었다. 또 북한이 이른바 '병진 정책'에 따라 우선 핵무력 완성에 힘쓴 후 경제 발전에 주력할 것이고, 이를 위해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졌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서로를 공격할 것 같던 북한과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에 이처럼 속전속결로 동의해, 역사적인 회동이 불과 두 달 후로 예정될 줄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원체 거침없고 파격적인 리더십을 보여왔지만 그래도 최근 며칠간 진전은 놀랍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에만 해도 북한의 도발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한반도 위기설을 넘어 전쟁설이 확대됐다. 새해 들어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희망한다고 하면서 분위기가 전환되긴 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여전히 '핵단추'를 언급하면서 미국을 위협했다.

급물살을 타고 한반도 상황을 가능케 한 긴박했던 한국의 외교 행보를 일자별로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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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 (평양)

지난 5일 김정은 위원장과 만찬 갖는 특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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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특사는 예견된 것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김정은의 특사로 방남하자, 북한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도 곧 북한에 특사를 보낼 것으로 예측했다.

대북특별사절단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으로 구성됐고, 구성원도 크게 예상에 빗나가지 않았다.

반전은 5일 평양에 도착하면서 일어났다.

특사단은 같은 날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을 했다. 방북하기 전까지 김 위원장을 언제 만날지 몰랐다고 전해진다.

특사단은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은 알았지만 일정을 합의되지 않은 채로 평양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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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특사단은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은 알았지만 일정은 합의되지 않은 채로 평양으로 떠났다

한 시간여 이뤄진 면담에서 남북은 무려 6개 항목에 합의했다. 합의 내용은 ▲ 제3차 남북정상회담 4월 말 개최 ▲ 정상 간 핫라인 설치 ▲ 북한의 비핵화 의지 천명 ▲ 북미대화 용의 ▲ 대화 기간 전략 도발 중단 ▲ 남측 태권도시범단·예술단 평양 방문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정 실장이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입장 등 준비한 4∼5가지의 안건에 대해 먼저 말문을 열었는데, 김 위원장이 "이해한다"고 하면서 6개 항에 대해 거침없이 얘기했다.

이어진 만찬에는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도 깜짝 등장했다. 면담 및 만찬은 조선노동당 건물에서 열렸다. 남측 인사의 노동당사 본관 방문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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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워싱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트럼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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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설득하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때 김여정 부부장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회담하고자 했다는 게 뒤늦게 알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명확히 하지 않는 한 대화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특사단은 8일(현지시간) 오후 2시께 백악관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알았지만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지금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깜짝쇼'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특사단은 뜻밖의 초대에 집무실인 오벌오피스로 갔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특사단으로부터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과 정상회담 의사를 전달받는 도중 말을 끊고 즉각 "(김정은)에게 '예스'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브리핑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맥매스터 보좌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 지나 하스펠 중앙정보국(CIA) 부국장 등이 모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에게 '백악관 기자단에 이런 사실을 직접 발표해달라'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사단이 백악관 기자실에서 회견하기를 원했으나, 참모진의 조언을 받아들여 웨스트윙 밖 차로로 장소를 옮겼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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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트럼프 대통령은 특사단이 백악관 기자실에서 회견하기를 원했으나, 참모진의 조언을 받아들여 웨스트윙 밖 차로로 장소를 옮겼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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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14일 (도쿄, 베이징, 모스크바)

한국이 주도해 북한과 미국의 외교전이 속도를 내자 '중국 배제(차이나 패싱)', '일본 배제(저팬 패싱)'론이 제기됐다.

동북아 정세를 180도 바꿀 중대한 결정들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1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방북·방미 결과를 전달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같은 날 서훈 국정원장은 일본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기 위해 출국했다.

특사단 만나는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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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시진핑 주석 만난 정의용 실장

시진핑 주석은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례적으로 시간을 내서 12일 정 실장을 만났다.

일반적으로 중국 주석은 양회 기간에는 외교 사절을 만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정 실장 일행과의 만남을 10분 넘게 공개했는데 시 주석이 주로 비공개 회담을 하는 걸 고려하면 이 역시 이례적이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의 가까운 이웃으로서 중국은 남북 양측의 상호 관계 개선과 화해 및 협력 추진 그리고 북미 대화, 협상을 통해 우려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서훈 국정원장과 아베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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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아베 총리 만난 서훈 국정원장

서훈 국정원장을 총리 관저에서 만난 아베 총리 또한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과 대화하는 것을 일본도 (높이) 평가한다"며 "한미일이 협력해서 북한 핵·미사일과 납치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전력을 다하자"고 말했다.

서훈 국정원장은 일정을 마쳤지만 정의용 실장의 외교일정은 남아있다. 또 다른 6자회담 참여국인 러시아가 목적지다. 정 실장은 13일 모스크바에 도착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만나 방북 및 방미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18일 러시아 대선으로 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면담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14일 귀국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