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강간, 살인, 인도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분쟁

메이테이족 지역에서 논밭에 설치된 민간 벙커
사진 설명, 메이테이족 지역에서 논밭에 설치된 민간 벙커
    • 기자, 요기타 리마예
    • 기자, BBC News, 마니푸르

네 남자가 임시 벙커에 무릎을 딛고 있다. 시멘트 자루를 쌓아 올린 벽에 총을 얹은 채 푸른 논을 응시한다. 대나무가 주름진 양철 지붕을 받치고 있다.

이들은 직접 만든 방탄조끼를 입고 무기를 사용해 훈련한다. 주로 낡은 단열 산탄총이나 쌍열 산탄총이다. 적대 세력의 벙커가 1마일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한다. 대나무 기둥 중 하나에는 탄창 벨트가 매달려 있다.

이들은 모두 '마을 방위군'의 민간인 대원들이다. 운전사, 노동자, 농부, 그리고 톰바(가명)가 모였다. 톰바는 지난 5월 인도 북동부 마니푸르주에서 심각한 인종 분쟁이 터지기 전까지 휴대전화 수리점을 운영했다.

주의: 이 기사에는 폭력 묘사 등 일부 독자가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주요 경제국이다. 그런 인도의 변경에 위치한 마니푸르 지역에서는 부족 간에 깊은 골이 파였다. 그 긴장감은 전시 상황의 중무장 접경지대를 방불케 한다.

톰바는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 다른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을 것이다. 겁이 나지만 감춰야 한다"고 말했다.

톰바와 벙커에 있는 다른 세 명은 마니푸르 지역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메이테이족'이다. 이들은 주로 힌두교를 믿는다.

임팔 남부의 논밭이 폭력 사태 이후 버려졌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임팔 남부의 논밭이 폭력 사태 이후 버려졌다

마니푸르 지역에는 공포감이 만연해 있다. 메이테이족과 소수 부족 '쿠키족' 사이에서 잔혹한 살인과 성범죄 등 충격적인 폭력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약 3분의 2가 쿠키족이다. 쿠키족에는 '쿠키', '조미', '친', '흐마르', '미조' 부족이 속하며, 이들 대부분은 기독교인이다.

5월 4일에는 메이테이족 남성들이 쿠키-조미족 여성 두 명을 발가벗긴 채 길거리로 끌고 다니는 사건이 발생했다. 둘 중 어린 여성은 집단 성폭행을 당했고, 그 아버지와 19세의 형제가 구타당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는 유가족을 만났다. 강간에 관한 인도 법에 따라 가족의 신원은 밝힐 수 없다.

그는 흐느끼며 "남편과 아들이 살해당하고 딸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들었을 때 정말 죽고 싶었다. 남편은 교회 장로였다. 말 한마디도 부드럽게 하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 남편의 팔을 저들이 칼로 베어버렸다. 아들은 12학년이었는데 싸움 한 번 안 하는 순한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몽둥이로 잔인하게 구타당했다"고 말했다.

"딸은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잡니다. 가족들이 이렇게 된 저는 다시는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없습니다."

이번 분쟁으로 2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그중 약 3분의 2가 쿠키족이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이번 분쟁으로 2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그중 약 3분의 2가 쿠키족이다.

5월에 경찰 신고가 접수됐지만. 7월 소셜미디어에 관련 영상이 올라오기 전까지 사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영상이 올라온 뒤에야 인도와 전 세계 사람들이 마니푸르 분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또한 이때부터 마니푸르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폭력 사태의 시발점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린다. 메이테이족은 주로 마니푸르주에서 가장 번영한 임팔 계곡에 살고 있다. 임팔 계곡은 마니푸르주 면적의 약 1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구릉지대로, 지정부족(ST) 지위를 부여받은 쿠키족을 비롯해 소수 민족이 살고 있다. 지정부족 지정은 인도가 역사적으로 소외된 지역사회의 토지·문화·언어·정체성을 국가 차원에서 보호하는 헌법상의 보호 장치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메이테이족은 구릉지대의 토지를 매입할 수 없지만, 쿠키족은 마니푸르 전역의 토지를 매입할 수 있다.

5월 3일, 쿠키족은 메이테이족에게 지정부족 지위를 부여하려는 시도에 반대하며 집회를 열었다.

쿠키족은 메이테이족 강경파가 임팔 및 주변 지역 소수민족을 상대로 조직적 공격을 감행한다고 비난한다. 메이테이족은 쿠키족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먼저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한다.

보안군은 충돌을 막기 위해 마니푸르 몇몇 마을로 향하는 길에 바리케이드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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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보안군은 충돌을 막기 위해 마니푸르 몇몇 마을로 향하는 길에 바리케이드를 쳤다

BBC는 외부에서 사건의 전말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폭력 사태 초반의 사망자는 쿠키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두 부족이 살던 수백 채의 집이 불에 타거나 파괴됐다. 교회와 사원에도 불이 붙었다. 양쪽에서 이재민 약 6만 명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학교, 운동 시설, 기타 대피소에서 생활 중이다.

4개월이 지난 지금, 메이테이족과 쿠키족은 물리적으로 완전히 분리돼 있다. 서로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 금지된 상태다.

메이테이족이 거주하는 임팔에서 쿠키족이 거주하는 남부 추라찬드푸르까지 60km를 이동하는 동안, 경찰 및 군 검문소를 7번 통과해야 했다.

A map shows the location of the city of Imphal and the area of Churachandpur in Manipur

양쪽 모두에서 민간인 여성 수십 명이 운영하는 검문소를 거쳤다. 기자증을 보여주고 여러 질문에 답해야 했다. 그들의 허가 없이는 출입할 수 없었는데, 정부의 통제력이 얼마나 미약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메이테이 벙커에서 톰바를 만났을 때, 톰바나 다른 사람들은 대놓고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경찰이나 보안군에 붙잡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 메이테이 및 쿠키 지역 사이에서 거의 국경처럼 변해버린 분리선 주변에서는 민간인들이 무기를 들고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경찰과 보안군 앞에서도 거리낌이 없었다. BBC는 미성년자가 총을 든 모습도 목격했다.

30대의 톰바는 "두 달 전 마을의 전직 군인에게서 총기 사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이 이 총들을 모아 우리에게 줬습니다."

이들은 24시간 내내 보초를 선다고 말했다. "의무적으로 가정마다 남자 한 명이 초소에서 교대 근무를 서고, 여자 한 명이 검문소에 배치됩니다."

"경험상 경찰은 제때 오지 않습니다. 정부 보안군도 신뢰할 수 없어요. 쿠키족 쪽에 보안군이 배치돼 있는데, 어떻게 쿠키족은 아직도 우리 마을로 넘어올 수 있는 거죠?"

벙커를 나오자 박격포 포탄 소리와 비슷한 폭발음이 들렸다. 어느 쪽에서 발사됐는지는 알기 어려웠다.

현재까지 분쟁으로 인한 사망자 3분의 2가량이 쿠키족이다
사진 설명, 현재까지 분쟁으로 인한 사망자 3분의 2가량이 쿠키족이다

톰바의 대답은 이 복잡한 분쟁의 또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마니푸르 경찰은 N 비렌 싱 마니푸르주 총리가 이끄는 주 정부에 상황을 보고한다. 쿠키 사람들은 싱 총리나 마니푸르 경찰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마니푸르에는 인도 중앙정부에 보고하는 반군 조직 '아삼 라이플'(Assam Rifles) 부대도 주둔 중이다. 메이테이 사람들은 아삼 라이플이 쿠키족 편이라고 생각한다.

메이테이 지역의 경찰 무기고에서 수천 개의 무기가 약탈당했기 때문이다.

BBC는 마니푸르 경찰과 아삼 라이플 측에 어느 쪽의 편에 섰는지, 왜 무장한 민간인을 체포해 면허를 확인하지 않는지 질문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경찰은 X(구 트위터) 계정을 알려줬다. 이 계정에는 민간인에게서 회수·압수한 무기 사진이 올라오고 있었다. 폭력 사태가 시작된 이후 마니푸르에서 최소 6명의 경찰관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삼 라이플은 한 녹화 영상의 주소를 보내왔다. 영상에는 아삼 라이플 대표가 우리는 한쪽에 치우침 없이 무기를 압수하고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쿠키족 벙커

톰바의 벙커에서 1마일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쿠키족의 벙커가 있다. 비슷한 모습의 이 벙커에는 카캄(가명)이 쌍열 산탄총을 들고 앉아 있었다. 카캄은 쿠키-조미족 출신으로, 육체노동을 하는 생계형 농부다.

그는 "우리는 악의적 의도를 갖고 여기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폭력을 원하지 않는다. 메이테이 사람들에게서 스스로를 지키려면 무기를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이 있어도 메이테이 사람들이 침입한 적이 있다. 경찰을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카캄이 총을 구하고 훈련을 받은 경위는 톰바와 비슷했다.

양쪽 모두 전쟁 용어가 익숙했다. 두 벙커 사이의 구역은 "최전선", "완충지대" 또는 "무인지대"라고 부른다.

카캄은 "우리는 메이테이 사람들과 다시는 상생할 수 없다.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폭력 사태의 자세한 내용을 들으면, 왜 이렇게 빠르게 적대감이 확산됐는지, 왜 이렇게 깊고 적대적인 골이 파였는지 바로 이해가 된다.

아브라함과 그 부친 쿠마는 사건이 조사되길 바라며 아직 데이비드를 땅에 묻지 않았다
사진 설명, 아브라함과 그 부친 쿠마는 사건이 조사되길 바라며 아직 데이비드를 땅에 묻지 않았다

쿠키-하마르족 남성 데이비드 투올러(33)는 랑자 "마을 방위군"의 일원이었다. 데이비드의 유족은 그가 집 근처에서 붙잡혀 7월 2일 메이테이 폭도들에게 살해당했다고 말한다.

사망 직후 온라인에 올라온 동영상에서는 구타당하고 참수된 머리가 울타리에 걸려 있었다.

데이비드의 남동생 아브라함은 "그 장면을 보고 너무 괴로웠다.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말했다. "휴대전화에서 데이비드의 사진을 지웠습니다. 볼 때마다 계속 떠오르거든요. 마음이 아프고 끔찍한 생각이 들기 시작하죠."

아브라함은 데이비드가 고문을 당하고 난도질당해 죽었으며, 유해는 불태워졌다고 말했다. 유족은 데이비드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 몇 개만 발견할 수 있었다.

데이비드 사망 후 5일이 지난 7월 7일, 메이테이족 남성 응갈레이바 사골셈(29)이 마니푸르 북부의 쿠키족 지역 근처에서 실종됐다.

하루 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동영상이 공개됐다. 한 무리의 남성에게 구타당하며 울고 있었다. 두 달 후 올라온 영상에서는 그가 같은 자세로 머리에 총을 맞고 도랑으로 굴러떨어졌다.

실비야는 어린 아들 닝투바(4)와 일곱 달 된 닝투렘바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할지 걱정한다
사진 설명, 실비야는 어린 아들 닝투바(4)와 일곱 달 된 닝투렘바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할지 걱정한다

응갈레이바의 유족은 그가 쿠키족에게 살해당했다고 생각한다.

응갈레이바는 10년 전 학교에서 아내 실비야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실비야는 눈물을 흘리며 "남편은 누구나 좋아하는 수더분한 사람이었다. 아이 같은 성품을 지녔고 아들과 잘 놀아 줬다. 우리 삶은 기쁨과 만족으로 가득했다"고 말했다.

첫째는 4살, 둘째는 7개월이다.

그는 울먹이면서 "큰아들이 아빠가 어디 있냐고 계속 묻는다. 아직 시신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가끔은 남편이 훌쩍 돌아올 것 같다. 문을 열고 기다려 보기도 한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린토잉감비의 아버지는 딸이 많은 재능을 가졌고 바느질, 그림, 책을 좋아했다고 말한다
사진 설명, 린토잉감비의 아버지는 딸이 많은 재능을 가졌고 바느질, 그림, 책을 좋아했다고 말한다

임팔에서는 또 다른 가족이 딸의 소식을 기다리며 절망 속에 살아간다. 7월 6일, 메이테이 소녀 린토잉감비 히잠(17)은 친구 헤만짓 싱과 함께 쿠키족 거주 지역 근처에서 실종됐다.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다. 린토잉감비의 아버지 쿨라짓 히잠은 이웃의 도움을 받아 며칠 후 헤만짓 싱의 휴대전화가 켜져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 전화에 쿠키족 여성 명의로 등록된 심카드가 연결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무도 내 딸에게 일어난 일을 알아내도록 도와주지 않는다.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만약 제 딸이 주변 사람과 대화가 가능하다면 딸은 그들을 설득해 풀려날 수 있을 거예요. 딸이 어느 날 훌쩍 돌아와서 저를 놀라게 해줄 것 같습니다."

린토잉감비는 작년 아버지의 날에 쿨라짓에게 이 자수를 선물했다
사진 설명, 린토잉감비는 작년 아버지의 날에 쿨라짓에게 이 자수를 선물했다

양측의 대화는 아직 단절된 상태다. 경찰이 쿠키족 지역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가운데, 쿨라짓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은 답을 구할 곳이 없다.

토지 매입에 대한 권리는 여러 불씨 중 하나에 불과하다. 메이테이 사람들은 마니푸르주에서 더 큰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총리직 대부분이 메이테이 출신이다.

또 다른 긴장 요인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미얀마에서 쿠키족과 인종적 유사성을 지닌 사람들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얀마와 마니푸르는 긴 국경을 공유한다. 구릉지에서 불법으로 아편 양귀비를 재배하는 것도 마찰의 원인이 되어왔다.

메이테이 및 쿠키 사람들은 마니푸르주 정부에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쿠키족은 정부가 쿠키족을 향한 폭력을 지원한다고 비난하는 반면, 메이테이족은 정부가 폭력의 확산을 방관했다고 주장한다.

비렌 싱 마니푸르 주 총리실은 BBC의 인터뷰 요청이나 이메일로 보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두 부족 모두 인도 중앙정부에 실망감을 표했다.

메이테이 벙커에 앉은 톰바가 물었다. "모디 총리는 쿠키 여성들의 영상이 나온 뒤에야 현 상황을 언급했죠. 실망스러웠어요. 마니푸르는 인도가 아닌가요? 왜 우리는 무시당하고 있는 거죠?"

모디 총리가 이끄는 바라티야 자나타당(BJP)은 마니푸르 정부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마니푸르 사람들은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위기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카캄은 "우리는 몇 달 동안 그들[인도 정부]로부터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 정부는 수많은 무고한 인도 국민의 생명이나 고통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우리는 분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고 말하며, 쿠키족은 주정부에 행정부 분리를 요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모디 총리는 "마니푸르에 서서히 평화가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3주 동안에만 최소 5건의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7일에는 휴가 중이던 인도군 병사가 임팔의 자택에서 납치돼 살해당했다.

무장 상태의 민간인 수천 명이 분노와 두려움에 휩싸인 가운데,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