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스타인의 새 재판을 앞두고 할리우드가 회고하는 미투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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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소피 롱, 리건 모리스
- 기자, BBC 뉴스,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는 하비 와인스타인의 새 재판을 지켜보고 있다. 재판은 21일(현지시간) 배심원단 선정 후 24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위신이 바닥에 떨어지고 건강 악화 보도가 나온 와인스타인은 LA로 돌아와 강간 및 성폭력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수감됐다.
이번 소송은 와인스타인이 뉴욕에서 다른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 항소 중인 상태에서 제기됐다.
와인스타인은 동의 없는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한다.
이번 LA 재판은 예전만 한 볼거리는 없겠지만, 많은 할리우드 관계자가 '미투 운동'과 그 성공 여부를 회고하게 될 것이다.
관련 단체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가 2017년 이후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무려 69%가 미투 운동이 시작된 후에도 일하던 중 부적절한 행위나 위법 행위를 직접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위민인필름(Women in Film)'의 커스틴 샤퍼 전무이사는 여성의 평등권을 확보하고 목소리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예전만 못하다"라고 설명한다.
베테랑 영화 제작자들이 촬영 첫날 배우에게 베드신 촬영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배우는 노출 장면을 찍기 싫더라도 영화 촬영이 이미 시작되어 다른 배우를 섭외하기에는 비용도 많이 드는 상황에서 베드신을 없애자고 제작진을 설득하기 어렵다.
지금도 할리우드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구조적인 성폭력·성희롱이 할리우드를 뒤흔들고 미투 운동에 불을 붙인 지 5년이 지났지만 말이다.
다만, 이제는 배우들이 베드신 리허설에 편안하고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노출수위 코디네이터가 촬영장에 배치될 것이다.
샤퍼는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만큼, 비관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라며, 5년 전 미투 운동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새로운 정책과 방침을 도입했다"라고 설명한다.
많은 할리우드 관계자는 이러한 정책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한다.
여배우들은 더 흥미로운 역할을 제안받고, 여성 스태프·작가·감독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와인스타인 고발에 초반부터 함께한 로재나 아켓은 영화배우조합(SAG) 위원회 일원이었다. 위원회는 노출이 많은 촬영에서 모든 관계자가 안심하고 임할 수 있도록 노출수위 코디네이터 현장 도입에 힘을 보탰다.
아켓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출수위 코디네이터 도입을 반대했는데, 많은 성폭력이 바로 그런 분위기에 떠밀려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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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배우 지망생은 업계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기자가 5년 전 연기 학원을 방문했을 때, 많은 지망생이 오디션에서 경험하는 공포에 대해 끔찍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성추행을 당하거나 배역에 대해 성적 대가를 요구받을 수 있다는 매우 현실적인 공포였다.
이번 주 BBC가 미셸 대너 연기 학원에서 만난 야심 찬 배우 지망생들은 주로 대박을 꿈꾸면서 저예산 영화 오디션을 보고 연기한 경험을 말했다. 한두 명은 추잡한 성적 대가를 요구받았지만, 대부분은 존중받으며 일했다고 말했다.
연기 학원을 운영하고 영화를 감독하는 대너는 성적 대가를 요구하는 관행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다들 훨씬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오디션장에는 많은 사람이 함께 들어가고 모니터 요원과 규정이 도입돼 예전보다 훨씬 안전하고 공식적인 경험을 하게 됐다. 또한 코로나 사태 이후 화상 통화로 오디션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대너는 "현실에 공포가 남아있다"라고 말하면서도, 현장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마주했을 때 목소리를 낼 힘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또한, "미투 운동이 현 상황을 만들었고, 과거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문은 이미 열리기 시작했고, 도로 닫히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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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상 시상식을 주최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할리우드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고 더 많은 여성과 유색인종을 회원에 포함시켜 다양성을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그 변화에도 한계가 있다. 영화 산업의 여성 관련 통계 또한 상당히 암울하다.
'TV영화속여성연구센터(Center for the Study of Women in Film in Television)'에 따르면 2021년 상위 100대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불과하며, 전년도보다 3%p 하락했다.
최고 수익을 올린 영화 중 여성 감독 비율은 2020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21년 다시 감소했다. 상위 100대 영화 중 여성 감독 비율은 2020년 16%에서 2021년 12%로 감소했다.
그러나 더 많은 여성이 영화와 TV를 제작 중으로, 제작자의 32%를 차지한다(2020년 30%에서 증가함).
리즈 위더스푼처럼 힘 있는 여성 관계자들은 보고 싶은 영화와 TV 방송을 만들기 위해 직접 제작사 설립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 열기가 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대너 연기 학원에 다니던 여배우 조세핀 히스와 메이타르 파스는 자신들의 이야기에 더 큰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연기뿐 아니라 제작을 시작했다.
히스는 제작자가 되면 "이야기를 전달하는 관점에서 다른 힘"을 갖고 어떤 이야기를 전할 것인지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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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 와인스타인의 몰락은 이제 영화에 담겨 영원히 남게 됐다. 영화 속 케리 멀리건과 조 카잔은 와인스타인의 성희롱·성폭력 의혹을 조사하는 뉴욕타임스 기자로 분했다. 영화는 미국에서 11월 개봉 예정이다. 와인스타인의 변호사들은 영화가 이미 불리하게 선정된 배심원단에 편견을 줄 수 있다며 개봉을 연기시키려 했으나 실패했다.
여러 배우가 뉴욕 시사회에서 와인스타인을 고발한 많은 이들과 한자리에 모였다. 몇몇 배우는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와인스타인의 전 비서 로웨나 치우는 와인스타인이 자신을 강간하려 시도한 뒤 비밀유지계약(NDA) 서명을 강요했다고 밝혔으며, 이 영화가 더 건강한 제작 문화 조성에 힘이 되기를 희망했다.
치우는 성폭행 시도의 표적이 되고 20년이 지난 뒤 목소리를 냈다. 할리우드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배우뿐만이 아니라고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치우는 "사법 제도를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와인스타인의 피해자는 수십 명이지만, 증언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저는 이제 할리우드와 관계없는 사람이고 할리우드에서 일하지도 않아요. 그저, 우리의 경험을 전하는 것이 중요할 따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