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 ‘중국 영사관으로 끌려 들어갔습니다’

밥 찬이라는 이름의 이 시위자는 기자 회견에서 영사관으로 끌려가 남성들에게 구타당했으며, 이에 따라 병원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밥 찬이라는 이름의 이 시위자는 기자 회견에서 영사관으로 끌려가 남성들에게 구타당했으며, 이에 따라 병원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 기자, 조지 보우든, 테사 웡
    • 기자, BBC News

영국 맨체스터에서 홍콩의 민주화를 외치다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중국 영사관 구내로 끌려가 구타당한 시위자가 자신은 시위 도중 영사관에 침입하려고 시도한 적 없다고 밝혔다.

밥 찬이라는 이름의 이 시위자는 기자 회견에서 영사관으로 끌려가 남성들에게 구타당했으며, 이에 따라 병원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 기자 회견에 앞서 앨리시아 키언스 영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맨체스터 총영사가 이번 사건에 연루돼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정시위안 중국 총영사는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이렇게 영국과 중국 간 갈등이 깊어져 가는 가운데 중국은 시위대가 불법적으로 영사관에 침입하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하원의원들의 주도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홍콩 국적의 찬은 지난 16일 사건으로 신체 및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영사관 밖의 복면을 쓴 남성들에게 구타당했으며, 이 남성 중 일부는 시위대가 들고 있던 시위 현수막을 훼손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어느 순간 이 남성들에 의해 영사관 쪽으로 끌려가고 있었다"는 찬은 "나는 문을 잡고 버텼지만 발길질과 주먹질을 당했다. 그래서 더는 오래 버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결국 영사관 구내로 끌려갔습니다. 계속 발길질과 주먹질이 날아왔습니다. 다른 시위대가 절 구해주려고 애썼으나 소용없었습니다."

"맨체스터 현지 경찰관 한 명이 날 문밖으로 끌어내자 비로소 공격이 멈췄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힙니다. 저는 영사관으로 끌려간 것이지, 영사관에 침입하려고 시도한 적 없습니다."한편 맨체스터 경찰은 시위대 최대 40명 정도가 당시 영사관 밖에 모여 있었다고 밝혔다.

영사관은 영국 내에 있으나, 영사관 측 동의 없이 임의로 들어갈 수 없다.

맨체스터 경찰에 따르면 현지 시각으로 오후 4시경 한 무리의 남성들이 "영사관 건물 밖으로 나오더니 시위하던 한 남성이 영사관 구내로 끌려가 폭행당했다"고 한다.

경찰은 성명을 통해 "이 남성의 안전이 우려됐기에 경찰관들이 개입해 구타당하고 있던 남성을 영사관 구내에서 끌어냈다"고 밝혔다.

한편 당사자인 찬은 해당 사건 이후로 아직도 충격에 빠져 있다면서 여전히 홍콩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영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영국은 자유로운 발언과 시위의 자유가 기본적인 인권으로 보장되는 곳이라고 믿습니다."

"어떤 폭력이나 외교적 압력에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찬은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나는 신체 및 정신적으로 다쳤다"고 말했다.

당시 대부분 홍콩인들로 구성된 시위대는 현재 수도 베이징에서 진행 중인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맞아 항의하던 중이었다.

한편 정 총영사는 지난 19일 오후 영국 '스카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위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자신을 포함한 영사관 직원들이 시위대를 공격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그 누구도 구타한 적 없다"는 정 총영사는 "사람들에게 구타를 지시한 적도 없다. (오히려) 소위 '시위대'라는 이 사람들이 우리 총영사관 사람들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을 담은 영상엔 정 총영사가 어느 시위자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에 관해 묻자 정 총영사는 위협당하고 있던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면서 "그 시위자(밥 찬)가 내 나라와 내 지도자를 모욕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사관 대변인 또한 시위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모욕적인 사진을 정문에 내걸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아울러 중국 당국 또한 자국 영사관 직원들이 오히려 괴롭힘당한 것이며, 시위대가 영사관에 무단으로 진입하려고 했다면서 영국 정부에 자국 외교관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달라고 "항의"했다.

이번 폭력 사건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이는 남성(왼쪽)과 정시위안 중국 총영사(오른쪽)

사진 출처, BBC / Alamy

사진 설명, 이번 폭력 사건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이는 남성(왼쪽)과 정시위안 중국 총영사(오른쪽)

한편 이언 던컨 스미스 전 보수당 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영국 정부의 외교적 대응이 미흡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스미스 전 대표는 정부의 대응이 "전적으로 불충분했다"면서 "정부가 (심지어) 약간 친절하기까지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재시 노먼 외무부 부장관을 하원 단상으로 "끌고 가 세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사건의 여파로 중국 측 외교 관계자와 만났으나 결과적으론 "가벼운 질책"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제임스 클레버리 외무장관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라면서 "시위는 합법적이고 평화롭게 이어지고 있었다. 시위대는 영국 땅에 있었으며 이러한 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클레버리 장관은 '스카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맨체스터 경찰 당국이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고, 수사를 통해 세부 사항이 밝혀지는 대로 어떤 조치를 더 할 수 있을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정부가 작년 새롭게 도입한 비자 프로그램을 통해 약 70%의 홍콩인들은 비자를 신청하면 영국에서 5년간 거주하며 취업하거나 공부할 수 있으며, 이후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다.

논란 속에 국가보안법이 제정되고 중국 본토의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현재까지 홍콩인 10만 명 이상이 해당 비자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에 들어왔다.

영국-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

Analysis box by Caroline Hawley, diplomatic correspondent

분석: 캐롤라인 홀리, BBC 외교 전문기자

맨체스터의 중국 영사관에서 지난 16일 벌어진 보기 힘든 사건이 발생한 이후 영국 정치인들은 당을 막론하고 중국에 대해 훨씬 더 강경한 태도를 보여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먼저 노동당 출신의 아프잘 칸 하원의원은 이번 사건은 "도를 넘었다"고 비난했다.

스미스 전 보수당 대표 또한 이번 사건을 통해 중국이라는 국가가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드러났다면서, 이처럼 경제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중국이 자극받아 "맞대응"을 일으킬까 두려운 나머지 영국 정부가 지나치게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칸 의원과 스미스 전 대표 모두 공식적으론 중국 영토에서 일어난 사건이기에 사건 관련자들을 기소하진 못하더라도 않더라도 이들을 영국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맨체스터 경찰 당국은 "복잡하고도 민감한 수사"라면서 현재 CCTV, 휴대전화, 경찰관의 보디캠 등의 영상을 모두 자세히 살펴보고 있으며, 혹시 관련 증거를 촬영했다면 경찰 웹사이트에 올려달라고 호소했다.

확실히 이번 사건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영국과 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 당국은 조사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으나, 많은 하원의원들은 연루된 외교관이 파악되는 대로 중국 측에 빠르고도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