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으로 이주한 홍콩인들: '우리는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사진 출처, YOWIN MO
- 기자, 일레인 총, 패트릭 클래핸
- 기자, BBC News
지난해 영국으로 이주한 홍콩인은 수천 명에 달한다. 영국의 비교적 느린 삶의 속도에 끌렸다는 이들도 있지만 고향의 어지러운 상황을 피해 왔다는 이들이 많다. BBC가 새로운 삶을 찾아 영국으로 온 홍콩인들을 만나봤다.
홍콩의 고층 아파트에서 살던 요윈 모와 에디 웡 부부는 9살 난 딸 헤일리와 함께 이제 영국 중서부 체셔주 크루 지역에 있는 침실 2칸짜리 주택에 살고 있다.
이주 전까진 와본 적도 없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땅이지만 지금까진 영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요윈은 "영국인들은 대부분 예의 바르고 느긋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 가족, 직장 등을 모두 두고 떠나기란 절대 쉽지 않았다. 어린 헤일리는 "아빠는 울었다.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아 했다"고 기억했다.
헤일리는 영국에서 강아지를 기르게 되면서 도움이 됐다고 한다.
아내 요윈은 홍콩에서 마케팅 관련 일을 했다. 그러나 잦은 야근 등 업무가 힘들었다고 한다. 남편 에디는 사진기자였다.
이제 이들은 분주한 홍콩에서의 바쁜 삶을 뒤로하고 이곳으로 왔다. 집값도 더 저렴하고 학교 환경도 좋다고 한다.
요윈은 "부자가 되길 기대하는 게 아니"라면서 "이곳에서 그저 소박한 삶을 살 수 있길, 딸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요윈과 에디 부부는 홍콩을 떠나는 것이 헤일리를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헤일리는 다른 홍콩 어린이 11명과 함께 지역 초등학교에 입학해 재미있게 다니고 있다.
요윈은 아이들이 뛰어놀 만한 운동장이 없으며 헤일리는 매일 저녁 7시까지 숙제에 매달리는 등 홍콩에서 학교 다닐 때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홍콩에 계속 살면 헤일리가 "세뇌당할 것"이 가장 우려됐다고 한다.
요윈은 중국 정부가 승인한 교육 과정이 도입되면서 홍콩의 교육 시스템은 아주 크게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 수업에서 홍콩 광둥어 대신 표준 중국어 사용이 늘어나고 있어 걱정했다고 한다.
"(언어 문제는) 제가 홍콩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물론 홍콩 당국은 아이들을 세뇌한다는 주장을 부인하면서 홍콩 교육 시스템을 통해 지속해서 수세대에 걸쳐 인재가 배출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광둥어, 표준 중국어, 영어 등을 통해 수업이 진행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요윈의 또 다른 걱정거리는 언론 검열이었다. 요윈은 홍콩에 있다간 헤일리가 TV를 통해 "진실한 뉴스"를 접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가짜 뉴스만을 보게 될지도 모르죠. (또한) 홍콩에 있다간 나중에 헤일리가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요윈은 집에서도 헤일리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선반 위에 사진첩 한 권을 보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시기의 현장 사진을 담은 책으로, 시위대와 경찰과의 무력 충돌 등이 기록돼 있다.
헤일리가 조금 더 나이가 들면 보여주면서 왜 홍콩을 떠나왔는지 설명해줄 계획이라고 한다.
"시민 200만 명이 거리로 나와 행진하는데도 정부가 여전히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한다면 그곳엔 희망이 없다"는 요윈은 "나는 이 얘기를 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덧붙였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한편 큰 결심을 내리고 영국으로 이주한 건 요윈 가족뿐만이 아니다. 영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새로운 비자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으로의 이주를 신청한 홍콩인의 수는 14만 명 정도다. 영국 당국은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시행하자 이를 자유와 권리 침해라고 비판하며 지난해 홍콩인들을 위한 특별 비자 프로그램을 마련한 바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 따라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 이전 출생해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지닌 홍콩인들은 비자를 신청하면 영국에서 5년간 거주하며 취업하거나 공부할 수 있으며, 이후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다. 여권 소지자의 가족들도 함께 올 수 있다.
요윈 가족이 정착한 크루를 포함해 인근의 스토크온트렌트. 워링턴 등 중서부 지역에 정착하는 홍콩인들이 특히 많다. 이에 따라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마련하는 기업들도 늘어가고 있다.
일례로 스토크온트렌트에 있는 'KPI 인력공급'사는 광둥어를 할 줄 아는 직원 2명을 고용했다. 'KPI 인력공급'사의 샬롯 쇼는 "홍콩에서 오는 이들을 고려할 때 꽤 큰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고용 배경을 밝혔다.
쇼는 "많은 동유럽인들이 영국을 떠나 고국으로 돌아갔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과 브렉시트로 불거진 영국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홍콩 이민자를 통해 해결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일자리를 원하는 홍콩인들로부터 메일 수천 통을 받았다고 한다.
영국으로 이주하는 홍콩인의 70% 이상이 대학 학위 이상을 소지하고 있으며, 절반이 넘는 이민자들이 전문직 혹은 고위 관리직 출신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홍콩 출신 이주민들은 인력 고용업체들을 통해 주로 콜센터에서 일하거나 식품 가공, 사무 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요윈과 에디 부부 또한 홍콩에서 벌던 것만큼 벌 수 없으리라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홍콩에서 살던 아파트를 팔고 남은 현금이 있다고 한다.
요윈은 계산원이나 리셉션 직원으로 일하고 싶다고 했으며, 현재 영어를 배우고 있는 에디는 배달 기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인력 고용 업체를 통해 육류 공장에서 10시간 교대로 일하는 자리를 제안받았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요윈은 "마치 로봇처럼 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체셔주 워링턴에선 영국으로 건너온 또 다른 홍콩인인 매튜 츠를 만날 수 있었다. 츠는 부동산 회사를 세워 홍콩인들의 주택 구매를 돕고 있다.
광둥어를 사용하는 직원들로 구성된 츠의 회사엔 하루 평균 20~30명이 새롭게 문의를 해오며, 고객당 보통 70만파운드(약 10억원) 정도를 들고 온다고 한다.
때때로 호가보다 3만~ 4만파운드가 넘어가며 부동산 입찰 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편 홍콩에서 영국으로 이주를 알아보고 있는 찰리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약 65만파운드에 내놓았으며, 인터넷을 통해 워링턴에 있는 22만파운드짜리 부동산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찰리는 "워링턴에 가본 적은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렇지만 친구들이 거기에 산다. 그리고 영국은 대부분 집이 자녀들이 뛰어놀 수 있을 만큼 클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으로의 이주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국에 정착한 홍콩 유튜버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이 올린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수천 건을 기록 중이며, 그 주제 또한 새로운 주택 단지 리뷰부터 영국식 아침 식사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유튜버 중엔 지난해 약혼자 크리스와 함께 영국으로 건너와 노팅엄셔 주 노팅엄에 정착한 홍콩인 하이디 심슨도 있다. 심슨은 "홍콩인들은 영국에서의 실제 생활을 담은 영상을 원한다"면서 "예를 들어 영국에서 월세 구하는 법, 셀프서비스 계산대 사용법 등의 주제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출처, HEIDI SIMPSON
심슨이 올린 영상은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지만, 중국 당국을 지지하는 이들의 표적이 됐다고 한다.
한번은 심슨이 영상을 통해 지역 보건의(GP)와의 상담을 예약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언급한 적이 있는데, 어느 친중 성향 유튜브 채널이 이 부분만을 잘라내 돈이 있어도 홍콩인들은 진료를 받을 수 없다는 증거로 이용했다고 한다.
이에 심슨은 "너무 충격받았다. 불쾌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영상이 홍콩인들에게 영국으로 이주하지 말라고 외치는 프로파간다에 이용됐다고 했다.
그러나 영상 업로드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심슨은 여전히 자신의 영상을 감시하는 이들에 대해 걱정했으며, 홍콩에 있는 가족들에 대해선 영상에서 언급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BBC는 심슨의 영상을 편집해 올린 해당 친중 성향 유튜브 채널에 문의했으나 답은 없었다.
한편 홍콩에서 시위에 참여한 많은 이들이 영국으로 몸을 피했다.
영국 정부는 홍콩 귀 국시 투옥될 것이라며 망명을 신청한 홍콩의 대표적 민주화 인사 중 하나인 네이선 로를 받아들였다. 이제 로는 영국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의 정치선전 및 온라인상에서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
로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권위주의 정권에 대항하는 것"이라면서 "이들(중국)의 영향력은 사회 구석구석 펼쳐져 있다. 그리고 이들은 나를 해치는 데 필요한 여러 자원을 동원할 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으로 망명한 로는 중국의 어느 메시지 서비스에 목표물로 올라오기도 했다고 한다. 해당 서비스의 사용자들은 로의 영국 내 거주지에 대한 세부 정보를 제공하는 이에겐 1만파운드의 현상금을 제공한다고 내걸었다.
이러한 위협 요인으로 인해 이제 로는 대중 앞에 잘 나서지 않는다.
"이웃과도 거의 대화하지 않고 술집에도 거의 가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서 저에 대한 정보가 나쁜 이들의 손에 넘어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로의 의지가 꺾인 것은 아니었다. 로는 "나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 용기를 얻어야 한다.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사람으로서 이 일을 멈춘다면 이는 중국 공산당의 승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BBC의 조사 결과 홍콩에서의 긴장 상황은 때때로 영국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영국으로 이주한 일부 홍콩인들은 BBC에 온라인 혹은 직접적으로 홍콩 정부를 지지하는 이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례로 알란(가명)은 지난 가을 친홍콩 구호를 외쳤는데, 이후 한밤중 중국인 남성 무리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사진 출처, ALAN
"10명 정도 되는 남성들이 날 쫓아오더니 그 중 한 명이 나를 땅바닥으로 밀쳤다"는 알란은 머리와 갈비뼈를 걷어차였다. 당시 찍은 사진을 보여줬는데 알란의 얼굴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경찰이 사건과 관련해 2명을 체포했으나, 현재 해당 사건은 취하됐다고 한다.
"이곳은 중국이 아니라 영국인데 (이런 일이 일어나서) 화가 나고 무섭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냐"는 알란은 "이곳은 민주주의와 법치 국가지 않냐"고 덧붙였다.
한편 리버풀에 사는 홍콩 출신 크리스티는 홍콩인들이 공산당 지지자들과 연루된 비슷한 사건들을 접한 후 자기 방어술 수업을 시작했다. 이 수업에서 크리스티는 공격당했을 경우 어떻게 제압할 수 있는지 가르친다.
크리스티는 "홍콩인들에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기본적인 기술 몇 가지를 가르쳐준다. 이런 (공격)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영국에서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요윈은 살고 있는 크루 지역의 어느 잡화점에서 수습 직원으로 우선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여기서 선반에 물건을 쌓고 금전 등록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요윈은 "이 직업으로 기본적인 삶을 지탱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KAFU WEDDING PHOTOGRAPHY UK
그리고 심슨과 크리스는 이제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결혼사진은 가장 영국적인 배경을 원해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찍었다고 한다.
심슨은 가족들이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어 슬프지만, 영국을 떠나지 않을 계획이다.
심슨은 "홍콩에선 미래를 그릴 수 없다"고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