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령 멜리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이주 경로

국제이주기구(IOM)는 2014년 이후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으로 향하는 길에 죽거나 실종된 이주자가 거의 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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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국제이주기구(IOM)는 2014년 이후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으로 향하는 길에 죽거나 실종된 이주자가 거의 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건 이주에 나선다. 그리고 불과 며칠 만에 이주민 여럿이 사망하는 사건이 무려 2건이나 발생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모로코 동북부 끝 해안에 있는 스페인 해외 영토 멜리야에선 수많은 이주민이 철조망을 넘어 월경을 시도하던 중 최소 23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그리고 3일 뒤 27일에는 멕시코와 맞닿은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외곽에 버려진 대형 트레일러 안에는 미국으로 건너온 불법 이민자로 추정되는 46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렇듯 현재 전 세계 주요 불법 이주 경로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여러 국가에서 입국 제한을 더 강화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유엔(UN) 내 이주 전문기구인 국제이주기구(IOM)는 2014년 이후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으로 향하는 길에 죽거나 실종된 이주자가 거의 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으며, 실제 사망자 및 실종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이주 경로는 어디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2015년 이후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다 바다에서 구조된 사람이 거의 30만 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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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2015년 이후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다 바다에서 구조된 사람이 거의 30만 명에 달한다

지중해 중부 해상

IOM에 따르면 지중해 중부 해상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이주 경로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이후 지중해를 건너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길에 1만95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종종 고무 소형보트와 같은 급조된 선박에 이주자들이 초과 승선하면서 비극으로 끝날 위험은 더욱 커진다.

그리고 이러한 선박을 범죄 조직과 인신매매범이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아프리카 북부의 리비아와 튀니지는 지중해 중부 해상 경로를 통해 유럽으로 가려는 이주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국가로, 튀니지에는 이주 중 바다에서 익사한 사망자들을 위한 묘지까지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튀니지에서 출발하는 이주길에 오르고 싶어 하는 비키는 이 묘지를 방문했다. 그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무덤들을 보고 있자니 정말 슬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무덤들]을 보니 바다를 건너고 싶은지 더 이상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전히 이런 비극적인 모습을 보고도 의지를 꺾지 않는 이주자들도 있다는 게 IOM을 비롯한 관련 기관들의 우려 사항이다.

사파 음셸리 IOM 대변인은 "지중해 중부 해상을 통한 이주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계속 수많은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들이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은 가운데 이주자들은 끊임없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프론텍스(유럽 국경 및 해안 경비대)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다 바다에서 구조된 사람이 거의 3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사하라 사막

그전에 많은 아프리카 출신 이주자에겐 아프리카 대륙의 광대한 사하라 사막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우선 이 사막을 통과해야 유럽과 가까운 북부 아프리카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막에선 죽어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갈 힘이 없으면 그냥 죽는 것이다. 몇몇은 물이 동나 죽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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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사막에선 죽어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갈 힘이 없으면 그냥 죽는 것이다. 몇몇은 물이 동나 죽기도 한다"

척박한 환경 탓에 이 또한 목숨을 건 여정이긴 마찬가지다. 실제로 IOM은 2014~2022년 사이 사하라 사막을 건너다 54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주민으로 사하라 사막을 건넜다는 압둘라 이브라힘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막에선 죽어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갈 힘이 없으면 그냥 죽는 것이다. 몇몇은 물이 동나 죽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신매매 갱단 또한 이주자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IOM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밀수업자, 인신매매범, 국경 수비대의 폭력으로 인한 사망이 사하라 사막에서 기록된 사망 건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미국-멕시코 국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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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멕시코 국경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는 아메리카 대륙 이주자 대부분은 궁극적으로 미국행을 꿈꾼다.

그리고 미국과 멕시코 간의 국경은 이들에게 큰 난관이다. 이 국경 지역은 사막 지대 등 사람이 살기 힘든 지역으로 유명하다.

또한 국경 일부 지역을 따라 흐르는 리오그란데강을 통한 위험한 미국행을 선택하는 이주자들도 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익사자가 발생하는데, 이는 미국-멕시코 국경 이주 경로의 주요 사망 원인이기도 하다. 실제로 IOM은 2014년 이후 이곳에서 익사한 사람이 3000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 차량에 올라타 미국으로 향한다면 이러한 자연적 위협은 피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위험이 기다리고 있다.

음셸리 IOM 대변인은 "최근 미국행 이주 경로에서 수많은 인명피해를 낳은 다른 사건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12월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에서는 이주자들이 타고 있던 트럭이 전복돼 이 중 56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음셸리 대변인은 "IOM은 라틴 아메리카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경로와 관련한 위험성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경로

IOM은 2020년 기준 전 세계 이주자 중 40% 이상이 아시아 출신이며, 아시아에도 여러 주요 이주 경로가 있다고 설명했다.

IOM에 따르면 지난 8년간 아시아에서 죽거나 실종된 이주자가 거의 5000명이라고 한다.

사망자 대부분은 로힝야족과 방글라데시 이민자들로, 벵골만 혹은 벵골 만 남동쪽 안다만해를 건너 인근 다른 국가나 유럽으로 향하는 이들이다.

목숨을 건 이 길에서 이주자들은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곤 한다.

로힝야족 난민인 무함마드 일리야스(37)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 굶주렸다. 식수가 없었기에 물도 마실 수 없었다. 먹을 것도 없고, 쌀도 없어 그냥 배를 곯았다. 그런 상태로 1달간 바다에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일리야는 타고 있던 배가 고장 나면서 인도 해군에게 구조됐다.

또한 다른 이주 경로와 마찬가지로, 인신매매단 또한 이주민들을 희생자로 삼기 위해 이 경로를 노리곤 한다.

한편 아시아 내 또 다른 문제의 이주 경로는 이란과 터키 간 국경이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다시 탈레반이 집권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주민들이 많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란과 인근 국가에 등록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이 200만 명 이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