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유럽 투자 대가를 따져봐야 하는 이유

- 기자, 닉 비크
- 기자, BBC News 유럽 특파원
일부 유럽 국가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중국 자금이 경제를 부양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평가들이 말하는 '채무 함정', 즉 채무가 제대로 상환되지 않았을 때 중국이 어떤 요구를 할지 알 수 없다는 우려다.
중국은 자국을 믿을 수 있는 투자자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의 투자와 관련해, 노동자 착취 및 환경 파괴 의혹이 일고 있다.

참사가 벌어지기 직전 상황을 포착한 CCTV 영상이 하나 있다. 영상에는 한 노동자가 거대한 컨테이너가 수북한 그리스 아테네 근교 피레아스 부두를 걷는 모습이 나온다.
그런데 갑자기 컨테이너 두 동이 그를 향해 쏟아진다. 그는 황급히 몸을 피해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지만, 컨테이너는 빈 트럭을 짓뭉갠다.
피레아스 항만 노동자 사고는 작년에도 있었다. 45세의 디미트리스 다그클리스가 크레인 사고로 사망했다.
마르코스 베크리스 부두노동조합 위원장은 "노동 강도가 올라가고 안전대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다그클리스 사건 이후, 노조는 항만 인원 감축을 반대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이 항만은 중국 국영 기업인 코스코가 지분의 3분의 2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유럽 전역에서 중국의 투자 포트폴리오 확장이 진행되고 있다. 유럽 내 항구와 광산을 운영하고, 도로와 다리를 건설하며, 다른 이들이 투자하지 않는 곳에 중국이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이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는 실익과 위험 요소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채무를 상환할 수 없을 경우 중국 정부 등의 채권자가 경제적 또는 정치적 양보를 요구할 수 있는 "채무 함정"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임금, 노동 조건, 인력 규모 면에서 노동자들이 중국 기업에게 착취당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BBC는 코스코에게 디미트리스 다그클리스 사망, 피레아스 항만 직원의 규모, 항만 확장으로 인한 환경 파괴 문제를 질문했다. 회사 측은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며 더 이상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베크리스는 노동권 파괴가 오로지 중국만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자본주의 체제가 모든 기업이 영토에 구애되지 않고 노동자의 희생을 대가로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 2008년 엄청난 경제 위기를 겪으며 피레아스 항구를 비롯한 여러 공공 자산을 매각했다. 그리스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부쩍 늘어난 것은 이 시점이다.
우리는 취재를 위해 모터보트를 타고 해안가를 돌아봤다. 수평선 위에 거대한 컨테이너선들이 줄지어 있었다. 그리고 배에는 유럽 곳곳으로 유통될 중국산 상품들이 가득했다.
피레아스 부두의 호황은 그리스 현지인들에겐 새로운 일자리였고 그리스의 재정적 전망에 대한 커다란 변화였다. 실제로 그리스는 EU 경제권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리스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시름을 앓고 있다. 중국의 투자 사업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은 지난 2월 동맹국인 러시아와 함께 새로운 세계 질서를 선언했다.
중국은 지난 동계올림픽 개막일에 러시아와의 "무제한" 파트너십을 선언했고 서방에 대항하기 위한 더 많은 협력을 약속했다. 그러다 보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도 중국은 침묵했다.

최근 피레아스 항만 확장으로 환경 파괴가 벌어지면서, 현지 주민들은 중국 코스코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 무분별한 해저 준설과 독성 오염, 바다와 육지의 교통량 증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곳이 고향인 변호사 안시 지안누루는 "항만 확장은 피레아스 주민들에게 득이 되지 않고 이곳에 살지 않는 다른 이들에게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주 작은 도시인 피레아스에서 아직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수세대에 걸쳐 이곳을 지켰어요. 그래서 우리는 투자자들로부터 대답을 듣지 않고 이대로 쫓겨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아테네에서 니코스 덴디아스 그리스 외교부장관을 만났다. 그는 그리스 정부가 항구를 매각해야 했을 때 중국이 유일한 투자자였다며, 피레아스 투자 유치는 상호에게 이익이 됐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측면에서, 저는 양자가 혜택을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EU와 발칸지역와 중부유럽 및 동유럽에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진입로를 확보했습니다. 우리는 대규모 상업항을 현대화할 수 있었고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당시 EU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 IMF는 그리스의 부채 급증 대안으로 이 항구를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실은 중국이 피레아스를 인수했고, 현재 피레아스는 유럽에서 1위 또는 2위 규모의 항구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커다란 발전이며, 투자는 실제 효과가 있었던 거죠."

하지만 그리스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향후 불러올 "부채 함정"은 없을까? 피레아스 항구 이후, 그리스와 중국의 투자 관계는 지속될까? 장관은 피레아스 항구 이후 그리스가 대규모 투자 계약을 맺지는 않았지만, 향후 사안에 따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리스에 대한 실질적인 중국의 투자는 검토되고 있는 게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상업적 관점에서 투자를 판단해요. 중국이 투자를 원한다면, 우리는 자유 국가이고 자유 경제라는 관점에서 고려를 해보겠죠."
중국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유럽 국가는 그리스만이 아니다.
높은 곳에서 세르비아의 도시 보르를 내려다보면, 마치 중국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노동자들은 중국어로 일을 지시하고, 곳곳에 붉은 깃발이 휘날리며, 사찰을 연상케하는 행정사무소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곳의 구리 광산에 수 년간 돈을 쏟아부었다. 그 과정에서 구리 채굴로 인해 인근 호수와 저수지의 묽은 불게 변했다.

이곳에도 중국 공산당이 유럽에 새긴 흔적이 남아 있다. 세르비아는 EU 수준의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우리가 베오그라드 북쪽에 있는 즈레냐닌에서 만난 35세의 베트남 남성 둥(가명)은 이로 인한 문제를 호소했다.
세 아이의 아버지라고 소개한 그는 "중국 기업은 우리를 가혹하게 다루며 존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둥은 1200파운드를 받고 세르비아 '링 롱 타이어' 공장 건설 현장으로 왔지만, 이내 후회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일은 더 많이 시키면서, 물자는 충분히 지원하지 않았어요. 음식이 처음 왔을 때보다 절반으로 줄었죠."
둥에 따르면, 여기에서 일하는 400여 명의 베트남 근로자들은 같은 현장의 중국인들보다 임금도 적게 받는다.
"컨테이너마다 20~30명이 살고 있어요. 사측은 우리를 노예처럼 취급합니다."
입국 5개월 후, 그는 이곳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고용주는 베트남으로 가는 비행기가 없다고 했다. 고향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발이 묶인 것이다.
이후 우리는 둥이 간신히 가족에게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이를 위해 1500파운드의 빚을 졌다고 한다.
노동 인권 단체에 따르면, 열악한 환경뿐만 아니라 계약서에서도 문제가 드러난다.
세르비아는 EU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확인한 고용 계약서는 사형제가 있는 중동 국가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사용하는 계약서를 복사해 붙인 것 같았다.

링 롱 타이어 공장 상황을 우리에게 제보한 세르비아 NGO들은 자신들도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알게된 뒤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A11 이니셔티브 NGO'의 다닐로 쿠르치치는 "이 사건은 지금까지 이 나라에서 목격한 사건중 가장 끔찍한 인신매매 및 노동착취"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세를 불리고 있는 다른 유럽 국가들은 이 공장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인권 침해나 노동 기준 위반을 막아줄 강력한 규제 기관이 없다면, 중국 기업들은 해당 국가에 있는 최악의 노동 환경을 따라할 수 있습니다."
링 롱 공장 측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르비아 현지 언론은 이 기업이 노동자들에게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려 노력했다고 보도했다.
세르비아 정부는 중국의 투자가 경제 성장을 촉진시켰다고 말한다. 알렉산드르 부치치 대통령도 일부 베트남 노동자들 때문에 중국의 투자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유럽에서 자행했다는 인권 침해 의혹은 신장 자치구에서 위구르 무슬림에게 저지른 것과 닮아 있다.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때 신중을 기해야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영국의 해외 첩보기관 MI6을 이끄는 리차드 무어는 중국의 채무 함정뿐 아니라 "데이터 함정"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그는 지난해 BBC에 중국은 "전 세계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으며, 자금을 활용해 "사람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러한 혐의를 부인한다.
그러나 중국의 거대 통신업체인 화웨이는 영국의 5G 인프라에서 금지됐다. 이 기업은 자사의 보안 관행에 대해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또한 화웨이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와의 연관성에 대한 조사도 진행중이다.
미국 역시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가했다.
다시 세르비아로 가면, 베오그라드 거리에 설치된 8000여대의 보안 카메라 중 일부가 화웨이 제품이다. 인권단체들은 화웨이의 생체 인식 기술이 이 카메라에 사용되는 것을 우려하지만, 세르비아 정부는 적어도 근시일 내에는 얼굴 인식 기능 도입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의 채무 함정과 관련해, 중국을 비판하는 이들은 몬테네그로에서 진행중인 또 다른 거대 프로젝트를 지적한다. 몬테네그로의 유일한 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다. 몬테네그로도 세르비아와 마찬가지로 EU의 규제권 밖에 있다.
이 고속 도로는 남쪽의 아드리아해의 바르 항과 북쪽의 세르비아와의 국경을 연결하려 한다. 하지만 잇따른 타당성 조사에서 너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중국이 10억 달러를 들고 사업에 참여했다. 몬테네그로에 대한 선물이 아니라 갚아야 할 대출금이었다.
공사가 시작된 지 6년이 지난 지금, 약 41km만이 건설됐다. 다리를 건너고 산을 깎아 만든 터널을 잠시 지나다 보면, 어느덧 도로의 끝이 나오는 상황. 소요된 자본을 고려하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고속도로라 할 만하다.
이 프로젝트는 부패와 리베이트 의혹에 휘말리며, 계획보다 2년 정도 지체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과연 완공은 될 수 있는지 등의 의문도 나온다.
당시 중국과 맺은 계약에 따르면, 몬테네그로가 대출금 분할 상환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중국은 어떤 손해배상도 요구할 수 있다. 바르 항을 포함해 다른 자산들을 압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독이 든 성배를 물려받은 몬테네그로의 장관은 34세의 밀로이코 "미키" 스파지치다. 화상 인터뷰로 만난 그는 고속도로 프로젝트로 인한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 준비한 상환 협정을 설명했다.
그는 몬테네그로가 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투자금이 필요한 작은 국가들의 시범 사례가 된다고 했다.
"우리 같은 국가들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게 중국만이라면, 투자 조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모든 조건이 일반적인 정책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난 주 스파지치는 새로운 정부 구성으로 내각에서 물러났다. 남은 고속도로 건설과 부채 상환은 이제 후임자의 과제다.
중국에 대한 갖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동서양간의 효과적인 협력 사례로 꼽는 한 가지가 있다. 아드리아 해에서 몬테네그로 바로 위에 있는 크로아티아의 펠레샤츠 대교 프로젝트다.
크로아티아 본토와 펠레샤츠 반도를 연결하는 이 공사는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다. 대교가 완공되지 않은 현재는 펠레샤츠 반도에서 크로아티아 본토로 가기 위해 보스니아를 통과해야 한다.

크로아티아는 EU회원국이다. 건설 비용 대부분은 EU가 지불했다. 하지만 페인트칠, 청소, 타르마킹 등에 투입된 것은 중국 인력이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도로교각공사'의 입찰 가격은 경쟁사보다 20% 낮았다. 유럽의 경쟁사들은 문제를 제기했지만, 중국의 입찰을 막을 수는 없었다.
크로아티아 풀라대의 브라니미르 비드마로비치 교수는 펠레샤츠 대교를 유럽 국가들이 동서양간의 균형점을 확보하면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소외시키지 않은 사례로 꼽았다.
그는 "중요한 기술을 배제하고, 철도나 인프라 프로젝트 등 물리적 분야에서 협력한다면 EU와 나토, 미국, 중국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는 많은 분야에서 중국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유럽에게는 중국의 자금과 호의를 외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의 유럽 확장에 대한 생각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중국 외교부에 취재를 요청했다. 하지만 취재를 요청한 중국 대사 5명 모두 취재를 거부했다.
그리스와 크로아티아와 같은 EU회원국이든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같은 주변국이든, 유럽 국가들은 중국과의 협력에 대한 찬반양론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의 가장 친한 친구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을 가장 큰 안보 위기로 몰아넣은 블라디미르 푸틴이라는 사실은 어떤 좋은 결정도 무의미하게 만들 만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