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성 약물' 우울증 치료 혁명될까?

사진 출처, Science Photo Library
- 기자, 빅토리아 길
- 기자, BBC 과학 전문기자
"환각적인 여러 빛과 소리를 경험했습니다. 완벽히 신비로웠어요."
스티브는 실로시빈(사일로사이빈)을 처음 복용했을 때를 이같이 회상했다. 실로시빈이란 환각 버섯에서 발견되는 환각제 성분이다.
우울증을 앓던 스티브는 일부 과학자들이 "우울증 치료 혁명을 향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부르는 임상 실험에 참여했다. 불법으로 규정된 실로시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임상 실험이었다.
중독 및 오남용을 기준으로 약물을 나눈 '스케줄' 단계 증 실로시빈은 가장 높은 단계인 '스케줄 1'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그 사용이 당국에 의해 매우 엄격하게 규제된다.
이처럼 '스케줄 1'로 규정된 약품은 의학적으로도 사용이 금지된다. 하지만 해당 임상 실험에서는 우울증 환자들에게 환각성 약물인 실로시빈을 사용한 치료를 시행했다.
이후 환자들의 뇌를 스캔한 결과 치료의 효과와 환자의 경험과 관련해 특별하고도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실로시빈 복용 후 뇌 내 영역 간에 "더 많은 연결성"이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어떻게 환각성 약물이 우울증 환자를 "부정적 사고의 틀에서 꺼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연구라고 평가했다.
즉, 우울증을 앓는 뇌를 실로시빈을 통해 "재통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뇌가 더 유동적이며 유연하고 연결된 상태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뇌가 환각성 약물로 "재통합"되는 건 어떤 느낌일까.

사진 출처, Jane Heritage
이 질문에 대해 스티브는 BBC Radio 4의 '인사이드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존하는 언어로는 형언할 수 없는 경험이다. 언어도단"이라고 답했다.
"처음 실로시빈으로 치료받았을 땐 살면서 경험한 적 없는 환희를 느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저 자신을 가까이 느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복용 후에는 마냥 좋기만 하진 않았다고 한다.
60대인 스티브는 30여 년 전 우울증 진단을 받았으나, 전통적인 항우울제를 통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기존의 항우울제는 '세로토닌'이라고 불리는 화학 물질의 뇌 내 수치를 증가시킨다. 세로토닌은 뇌의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 1960년대부터 낮은 세로토닌 수치는 우울증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졌다.

사진 출처, Jane Heritage
그러나 스티브에 따르면 이처럼 세로토닌 불균형을 "맞춰주는" 항우울제는 기분의 고조를 아예 마비시켰다고 한다. 이에 삶이 무가치하다고까지 느꼈으며 너무 무감각해져 버려 기쁜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항우울제를 복용했을 때의) 삶은 무채색이었습니다. 기쁨이라곤 없었죠. 마치 '기능만 하는 좀비'처럼 살았습니다"
결국 스티브는 약 복용 중단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오랫동안 명상, 요가, 달리기를 계속했다. 이러한 활동이 우울증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라디오에서 환각성 약물을 사용한 우울증 치료에 관한 새로운 실험에 대해 듣게 됐다. 스티브는 실험에 자원했다.
"1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선발 기준은 매우 까다로웠죠."
스티브와 같은 지원자는 기존의 항우울제가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환각성 약물 사용을 통해 악화할 수 있는 정신병 등 다른 병을 앓고 있지 않다는 사실 등 여러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했다.
신중한 검토 후 마침내 스티브는 참가자로 선발됐다. 그 뒤 전문 의료진의 감독하에 실로시빈을 처음으로 복용했다.
당시 "경이로웠다"라던 스티브는 "나 자신과 더 연결돼 있다고 느꼈다. 특별한 기분"이라고 회상했다.

사진 출처, Emily Walker
"저는 저 자신을 전혀 알지 못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실로시빈을 복용한 이후 거시적 관점에서 제 위치를 인지할 수 있었어요."
스티브의 느낌은 실제 뇌 스캔 사진에서도 드러났다.
실험 참가자들이 "버섯 주스"를 복용하기 전과 후의 뇌 사진을 비교한 결과 "뇌 리셋"과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는 게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환각 물질 연구소를 이끄는 데이비드 너트 교수의 설명이다.
뇌 사진을 비교한 결과 환각성 약물을 복용한 이후 뇌 영역 간 연결성이 높아졌다. 소통이 더 활발해져 새로운 사고방식이 가능해진 것이다.
스티브는 "내 뇌가 뒤죽박죽이라고 의식하진 못했지만, 확실히 상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번째 투약 이후 상황은 달랐다.
"지금껏 억눌러온 그런 감정과 기분에 맞서 씨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비록 더 힘든 과정이긴 했지만, 두번째 복용을 통해 전에는 외면했던 감정을 마주해야 했기 때문에 치료 측면에서는 더 효과가 컸던 것 같습니다."
너트 교수는 불법으로 규정된 이러한 약물을 연구 목적으로 허용해달라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번에 진행한 임상 실험의 법률적 위험성을 낮추는 한편 "우울증 치료의 혁명을 이뤄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스티브와 너트 교수 모두 이 약이 '마법의 우울증 치료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해당 임상 실험에서도 환각성 약물 복용과 전문적인 치료법을 병행했다. 너트 교수의 연구소 및 다른 관련 연구 기관은 새로운 치료 프로토콜의 개발 및 안전한 실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약물 치료를 다른 치료법과 결합하는 것이다.
"이 약(환각성 약물)은 치유 과정의 일부이다. 이를 통해 여러 다른 가능성을 마주한다"라는 게 스티브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환각성 약물 복용 후 느낀 경험 이후가 진짜 시작이며, 이를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약물 개발도 중요하지만, 저 같은 환자를 위한 프로토콜 또한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무엇과도 제 경험을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환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다시는 하지 못할 그런 경험이죠."
BBC Sounds의 '인사이드 사이언스'에서 스티브와 함께 환각성 약물 관련 임상 실험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