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화학무기는 무엇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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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프랭크 가드너
- 기자, BBC 안보 전문기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생물 무기 개발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관련해 지난 11일(현지시간)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특별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해당 주장은 오히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화학 무기를 사용하기 위한 정당성을 얻기 위해 꾸민 "거짓 깃발" 작전이라며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내 연구소는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와 같은 질병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연구 시설이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크라이나가 현재 전쟁 중임을 고려해 실험실 내 위험한 병원균을 파괴할 것을 요청했다.
그렇다면 정확히 화학 무기는 무엇이고 생물 무기와는 어떻게 다를까.
화학 무기는 인체를 공격하는 독소나 화학 물질을 이용한 모든 종류의 무기를 뜻한다.
화학 무기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포스젠 같은 질식성 유독가스는 폐와 호흡기를 공격해 흡입자를 폐 속 분비물에 질식해 죽게 만든다. 한편 황산 머스터드(겨자 가스)는 수포 작용제로 피부를 태우고 눈을 멀게 한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화학 무기가 바로 신경 작용제다. 뇌가 근육으로 보내는 신경 전달 물질을 방해하는 신경 작용제는 아주 작은 양으로도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신경 작용제의 일종인 VX는 0.5mg 미만의 양으로도 성인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이 모든 '화학 작용제'는 포탄, 폭탄,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전쟁에도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를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는 1997년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합의하며 화학 무기 사용을 엄격히 금지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협약의 이행을 감독하는 기관으로서 화학 무기의 불법적인 사용을 감시하며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화학 무기는 지난 제1차 세계 대전과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 사용된 적 있으며 가장 최근에는 시리아 정부군이 내전에서 반군에 사용한 바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7년 마지막 화학 무기를 폐기했다고 밝혔지만, 그 이후로도 적어도 화학 무기를 사용한 공격 두 건의 배후로 지목됐다.
선을 넘는 행위
첫 번째 사건은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KGB) 장교였다가 망명한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지난 2018년 3월 영국 솔즈베리에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에 음독된 사건이다. 러시아는 사건 배후설을 부인하며 누가 그랬을 수 있는지에 대해 20가지가 넘는 설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수사 당국은 러시아 군사 정보기관인 정찰총국(GRU) 소속 장교 2명의 소행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 결과 러시아 스파이와 외교관 128명이 여러 나라에서 추방됐다.
그러던 중 2020년 8월 러시아의 저명한 야권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도 노비촉에 중독돼 가까스로 죽음을 모면했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도 화학 무기를 사용할까.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독가스와 같은 무기를 사용한다면 이는 중대한 선을 넘는 행위일 것으로, 서방 세계는 단호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서 정부군을 도와 화학 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는 없다. 다만 러시아는 자국민을 향해 화학 무기 공격을 수십 번 가했다고 알려진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막대한 군사적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장기간 이어지는 전쟁에서 침략자가 방어하는 상대의 의지를 꺾고자 한다면 불행히도 화학 무기의 사용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시리아 알레포에서 정부군도 바로 이런 점에서 화학 무기를 사용했다.
한편 생물 무기와 화학 무기는 서로 다르다. 생물 무기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은 위험한 병원체의 무기화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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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해로운 병원균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연구와 비밀리에 이런 병원균의 무기화를 연구하는 것 사이에 잠재적으로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 소련 시절 러시아는 '바이로프레파라트'라는 생물 무기 기관을 운영했다. 7만 명이 근무하던 대규모 기관이었다.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꾸미고 있다는 일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관련해 11일 UN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소집을 요구했다.
냉전 종식 후 이 기관을 해체하기 위해 들어간 과학자들은 소련이 탄저병, 천연두, 그리고 다른 여러 질병을 러시아 남부의 한 섬에서 살아있는 원숭이에 실험한 후 대량으로 생산해 무기화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서방 국가들을 겨냥한 장거리 대륙 간 미사일 탄두에도 탄저균 포자를 탑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방사눙 물질을 첨가된 폭탄인 '더티밤'도 이 암울한 비 재래식 무기의 일종이다. 일반적인 폭발물에 세슘-60이나 스트론튬-90과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채우면 RDD(방사능 살포 장치)라고도 알려진 더티밤이 될 수 있다.
더티밤 투하 당시에 무조건 일반적인 폭탄보다 피해 규모가 크진 않다. 그러나 더티밤이 투하되면 오염 물질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런던 자치구 크기와 맞먹는 큰 지역 전체가 몇 주간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될 수도 있다.
더티밤은 마치 심리적인 무기와 같아서 집단의 패닉을 일으키고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고안됐다. 지난 전쟁에서 사용된 적은 많이 없다. 위험하고 다루기 어려우며 사용자 또한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