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글을 배우기에 가장 좋은 나이는?

언어에 풍부하게 노출되는 데 있어서 책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글로 쓰인 언어는 일상의 구어보다 더 넓고 미묘하며 상세한 어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Ozge Elif Kizil/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사진 설명, 언어에 풍부하게 노출되는 데 있어서 책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글로 쓰인 언어는 일상의 구어보다 더 넓고 미묘하며 상세한 어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국가에서는, 아이들이 4살 정도 되었을 때부터 읽고 쓰는 것을 배운다. 반면 7살이 될 때까지 글을 가르치지 않는 국가들도 있다. 어떤 게 가장 효과가 좋을까? 멜리사 호겐붐이 이를 취재했다.

내가 글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7살 때다. 내가 다녔던 스타이너 스쿨에서는 일반적인 일이다. 반면 내 딸은 보통의 영국 학교를 다니는데, 4살에 읽기 학습을 시작했다.

딸이 바깥에 나가 뛰어놀 나이에 글자를 외우고 단어를 소리내 읽는 것을 보다보니, 우리의 서로 다른 경험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해졌다. 내 딸이 평생 혜택을 누릴 만한 중요한 출발을 한 것일까? 자유를 만끽해야 할 시기에 과도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노출된 것은 아닐까? 아니면 내가 너무 걱정을 하는 것이지, 글을 배우기 시작하는 나이는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언어를 풍부하게 접하는 것은 인간의 초기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일이다. 아기들은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 들었던 언어에 훨씬 잘 반응한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기 전이나 아주 어린 아기일 때, 책을 읽어주는 게 좋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대화량이 미래의 교육 성취도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도 있다. 그리고 언어에 풍부하게 노출되는 데 있어서 책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글로 쓰인 언어는 일상의 구어보다 더 넓고 미묘하며 상세한 어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은 아이의 표현 범위와 깊이를 증가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아이의 초기 언어 경험이 인생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 때문에, 정규 교육이 시작되기 전부터 기본적인 문해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점점 더 일반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문해력은 주요한 관심사가 된다. 팬데믹으로 인해 부유한 가정과 가난한 가정의 격차가 벌어졌고, 이로 인해 학업 격차도 커졌다는 연구가 있다. 그래서 모든 어린이들에게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겠다는 목표가 훨씬 더 절실해진 상황이다.

나미비아에 있는 한 학교에서 시각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점자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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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나미비아에 있는 한 학교에서 시각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점자를 가르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아이가 4살이 되었을 때 정규 교육을 시작한다. 일찍 시작하면, 배움과 향상을 위한 시간이 더 많아진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 결과가 "교육 군비 경쟁"이 되기도 한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개인 지도와 교습을 하거나, 심지어 4살 아이에게도 과외 교습을 시키게 되는 것이다.

수십 년 전에는 어린 아이들에게 놀이 위주 교육을 했다. 이와 비교해보면,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한 판단이 달라졌고 정책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2001년 교육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표준 평가를 만드는 "낙제 아동 방지법" 같은 정책을 만들어 조기 교육에 대한 불안감을 가속화시켰다. 영국에서는 아이들의 읽기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2학년(5-6세) 때 시험을 치른다. 이를 두고 이 같은 조기 평가 때문에 아이들이 읽기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비판과 시험을 통해 추가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을 찾아낼 수 있다는 찬성이 엇갈린다.

하지만 많은 연구들은 어린 아이들을 지나치게 학업을 강조하는 환경에 몰아넣어봤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2015년 미국에서 나온 한 보고서는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배워야 할 것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달라져, 놀이 기반 학습을 줄이는 등 "부적절한 교실 수업"이 생겨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위험한 "학교화"

아이들이 배우는 방식과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초등교육과 교수인 도미닉 와이즈는 "어린 아이들의 읽기 학습은 초등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라며 "이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학교 사회학과 교수인 앨리스 브래드버리와 함께 글을 가르치는 방식이 정말 중요하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2022년 보고서에서, 이들은 영국 학교들이 많이 사용하는 발음 중심 어학교육법을 비판했다. 이 학습법은 "소리내기"라고 불리는 방식을 통해 음성으로 말해진 단어에 맞는 철자를 찾게 한다.

브래드버리에 따르면, "이른 시기의 학교화"는 정규 학습이 이루어지는 시기를 앞당겨 놓았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을 평가하는 시험은 글을 읽거나 독서를 즐기는데 실제로 필요한 것과 관련이 없는 것들을 측정한다.

예를 들어, 이 시험은 학생들에게 말도 안 되는 단어들을 "소리내어 읽게" 하고 철자를 쓰게 한다. 친숙한 단어를 추측해서 답을 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 때 사용되는 단어는 의미를 가진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이 당황할 수 있다. 브래드버리는 이러한 학습법을 접한 일부 3살 아이들에게서 압박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브래드버리는 "이러한 학습은 맥락을 이해하는 것보다 암기하는 것으로 끝나며, 의미있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사용된 교재 역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언어를 풍부하게 사용하는 것(글쓰기, 말하기, 노래 또는 소리 내어 읽기)은 인간의 초기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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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언어를 풍부하게 사용하는 것(글쓰기, 말하기, 노래 또는 소리 내어 읽기)은 인간의 초기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와이즈나 브래드버리는 교육의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방법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단순히 어휘력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동화책, 노래, 시 등을 통해 단어에 대한 관심과 친숙함을 북돋아주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프리스쿨(취학전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학원이나 학교)에서 공부한 효과가 훗날 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도 이와 비슷한 생각이다. 학업을 강조하는 프리스쿨에 다니며 이른 시기부터 공부를 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이후 학업 능력이 높지 않다는 것이 여러 연구 결과에서 밝혀졌다. 하지만 조기 교육은 사회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낮은 범죄율과 연관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모든 교육 과정을 끝마칠 가능성도 높여준다. 즉 프리스쿨에 다니는 것은 인생의 후반의 성취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학업 능력을 향상시키지는 않는다.

학업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결국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2022년 1월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학업을 강조하는 공립 프리스쿨에 다닌 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낮았다. 반면 아이들이 주도하는 놀이 기반 프리스쿨은 학업 중심의 프리스쿨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여줬다.

2002년 한 연구는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가면서 성공적인 성취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아이들이 활동적이거나 조기 학습을 통해 얻은 습관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너무 이른 시기부터 밀어붙이는 것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또 다른 연구는 놀이 기반 학습을 해온 아이들과 "직접적인 교육" 환경을 경험했던 아이들이 23세가 되었을 때를 비교했다. 그 결과 놀이 기반 학습을 했던 아이들이 행동 문제와 정서 장애를 일으키는 빈도가 더 낮았다.

이와 같은 연구는 조기 교육이 문해력에 주는 영향 자체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다만, 조심스럽지만 어떻게 가르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만약 조기 교육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조기 교육이 보육을 제공한다는 사실과 관련있을 것이다. 조기 교육을 시켰을 때 부모들은 자신의 일을 계속할 수 있고 가정의 수입을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노팅엄 트렌트 대학 심리학과에서 강의하며 어린 시기의 읽기와 쓰기 능력을 연구하는 애나 커닝햄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너무 이른 시기부터 학문에만 초점을 두면 교사들이 평가와 결과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차례로 그 영향이 아이들에게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5살 아이를 결과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 방식뿐 아니라 자녀가 학교에서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한 부모의 우려도 교사에게 영향을 준다. 영국의 한 교육 자선단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교 성적은 학부모들의 커다란 걱정거리 중 하나다.

방글라데시 다카에 있는 야외 학교에서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올바른 지원을 통해 아이들은 다양한 환경에서 글을 배울 수 있다

사진 출처, 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사진 설명, 방글라데시 다카에 있는 야외 학교에서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올바른 지원을 통해 아이들은 다양한 환경에서 글을 배울 수 있다

나중에 시작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모두가 일찍 출발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 이란, 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는 정규 교육을 6살에 시작한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교육 시스템을 가졌다는 핀란드에선 아이들이 7살에 학교에 간다.

분명 늦었음에도 핀란드 학생들은 영국과 미국의 15세 학생들보다 독해력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아동 중심 접근법에 따라 핀란드 유치원에서는 공식적인 교육을 하지 않고 더 많은 놀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를 검토해 나온 2009년 케임브리지 대학 보고서는 정규 취학연령을 6세로 늦추어 영국의 아이들에게 "훗날의 발전에 필수적인 언어와 학습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할" 시간을 제대로 주자고 제안했다. 너무 일찍 시작하면 "5세 아이의 자신감이 무너지고 학습에 장기적인 손상을 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글을 늦게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 연구도 있다. 2006년 미국의 유치원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입학을 1년 연기한 아이들의 시험 점수가 좋았다.

일찍 글을 배운 이들과 늦게 시작한 이들을 비교한 다른 연구는 늦게 시작한 이들이 금세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잡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심지어는 이해 능력에서 늦게 시작한 이들이 약간 앞서기도 했다.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 소속으로 이 연구의 주요 저자로 참여한 세바스찬 수게이트는 글을 나중에 배운 아이들이 세상에 대한 지식을 학습하는 단어와 효율적으로 일치시킨다는 것을 이 연구가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독해 능력은 언어이며, 언어 뒤에 숨겨진 생각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게이트는 "물론 언어에 초점을 두고 보다 일찍 시간을 투자한다면 발달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술들을 튼튼하게 다질 수 있다"며 "읽기는 금방 익힐 수 있지만, 언어(어휘와 이해)는 지름길이 없고 고된 일"이라고 말했다. 학교에 들어가는 연령의 차이를 살펴본 또 다른 연구에서 그는 일찍부터 글을 배우는 것이 해당 아이가 50세에 이르면 눈에 띄는 이점이 주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찍부터 배운다고 해서 독해력이 향상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왜 일찍 시작하는 것일까? 독서 욕구와 개인이 능력 차이가 이를 설명하는 하나의 요소일 수 있다.

커닝햄은 "학교에 막 들어가거나 글을 배우기 시작할 때 아이들이 가진 기초 기술은 저마다 크게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7살에 정규 교육을 시작하는 슈타이너 교육을 받은 아이들에 대한 연구에서, 그녀는 입학 당시에 이미 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들이 40% 정도였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녀는 7살 아이들이 지난 3년간 언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글을 배울 준비가 충분히 되었다"는 것도 발견했다.

독서의 즐거움을 기념하는 세계 책의 날 행사에 영국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그렉 레더포드가 참여했다

사진 출처, Matt Alexander/PA Wire

사진 설명, 독서의 즐거움을 기념하는 세계 책의 날 행사에 영국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그렉 레더포드가 참여했다

연구에 따르면, 읽기 능력은 나이보다 아이의 어휘와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구어 능력은 이후의 문학적 기술을 예측하는 주요 변수다. 하지만 오늘날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 중 많은 수가, 특히 취약 계층 아이들의 언어 능력이 뒤쳐져 있는 상황이다. 어떤 이들은 취약 계층 아이들에게 취학 전부터 공식적인 교육을 지원해 다른 아이들이 사적으로 취득하는 학습 성과를 갖추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 교육당국도 이를 지지한다. 말하기가 더딘 아이들에게 읽기를 일찍 가르치는 것이 "이 [언어 능력] 격차를 줄이는 단 하나의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정반대의 접근 방식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 아이들이 즐기면서 언어에 대한 이해를 발달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게 몰입하게 하는 것이 성공적인 문해력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놀이를 통한 학습은 이를 장려한다. 와이즈는 "교육의 역할은 자녀들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 평가하고 자녀들의 발달 수준과 관련하여 가장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케임브리지 보고서도 "직접적인 학습으로 배운 아이들이 놀이 중심의 학습을 한 아이들보다 장기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딸이 최근에 글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커닝햄은 글을 배우기에 이상적인 연령에 대해 관대한 입장이다. "가르치는 방법이 훌륭하다면, 4살이든 5살이든 6살이든 상관없습니다. 아이들은 매우 탄력적이어서 어떤 상황이든 놀 수 있는 기회를 찾아내죠."

조기 글 교육에 대한 우리의 집착은 다소 근거가 희박해 보인다. 서두를 필요도 없고, 분명한 이점도 없다. 반면 자신의 아이가 일찍부터 책에 관심을 보인다면, 그 또한 괜찮은 일이다. 교재에 집착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기회만 충분하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