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잔혹한 학살 때문이 아니다

네안데르탈인은 40만 년 전 멸종될 때까지 수십만 년 동안 유럽에 살았던, 현생인류와는 별개의 종이었다
사진 설명, 네안데르탈인은 40만 년 전 멸종될 때까지 수십만 년 동안 유럽에 살았던, 현생인류와는 별개의 종이었다
    • 기자, 팔랍 고쉬
    • 기자, 과학 전문기자

새롭게 발견된 화석으로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뻗어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네안데르탈인을 전멸시켰다는 주장이 힘을 잃고 있다.

프랑스 남부의 한 동굴에서 새롭게 발견된 어린아이의 치아와 석기는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약 5만4000년 전에 서유럽에 살았음을 드러낸다.

이는 기존 이론보다 수천 년이나 앞선 것으로,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두 종이 오랜 기간 공존할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당 연구는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게재됐다.

프랑스 툴루즈 대학의 루도빅 슬리막 교수팀은 이 치아와 석기를 프랑스 남부 론 계곡의 그로트 만드린 동굴에서 발견했다. 슬리막 교수는 이 발견이 초기 인류의 정착 증거라는 것을 알았을 때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는 이제 호모 사피엔스가 기존 학설보다 1만2000년 더 일찍 유럽에 도착했으며 이후엔 네안데르탈인이 유럽에 살았음을 증명해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그야말로 모든 역사책을 다시 쓰는 발견입니다."

고고학자들은 프랑스 남부 그로트 만드린 동굴에서 기존 학설보다 수천 년 빠른 5만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현생인류의 흔적을 발견했다

사진 출처, Rob Hope Films

사진 설명, 고고학자들은 프랑스 남부 그로트 만드린 동굴에서 기존 학설보다 수천 년 빠른 5만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현생인류의 흔적을 발견했다

네안데르탈인의 유럽 출현은 4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존 학설은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호모 사피엔스가 유럽 대륙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약 4만 년 전에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이번 발견은 현생인류가 훨씬 더 일찍 유럽에 도착했으며, 이 두 종이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기 전까지 1만 년 이상 유럽에서 공존했음을 보여준다.

크리스 스트링거 런던 자연사 박물관 교수에 따르면 이번 발견은 현생인류가 빠르게 네안데르탈인들을 멸종시켰다는 현재 가설을 반박한다.

스트링거 교수는 BBC와 인터뷰에서 "하루아침에 현생인류가 점령해버린 것이 아니"라며 "때론 네안데르탈인이, 때론 현생인류가 유리한 시기가 존재하는 등 두 종은 균형 있게 공존했다"라고 덧붙였다.

Graphic

고고학 연구팀은 해당 유적지에서 여러 층으로 된 화석을 발견했다. 땅을 깊게 파면 파낼수록 더 오래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가장 낮은 층에서는 약 2만 년 동안 그 지역을 차지했던 네안데르탈인의 유해가 발견됐다.

하지만 놀랍게도 연구팀은 약 5만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현생인류의 치아와 함께 네안데르탈인들의 방식과는 다르게 만들어진 석기 또한 발견했다.

이 증거들은 통해 초기 현생인류가 이 유적지에 비교적 짧은 기간 살았으며, 이후 약 2000년 동안 아무도 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네안데르탈인들이 돌아와 현생인류가 약 4만4000년 전에 돌아올 때까지 수천 년 동안 이 지역에 거주했다.

어린아이의 치아와 함께 발견된 석기들. 작은 석기는 화살촉이라는 추측이 있다

사진 출처, Ludovic Slimak

사진 설명, 어린아이의 치아와 함께 발견된 석기들. 작은 석기는 화살촉이라는 추측이 있다

스트링거 교수는 "성쇠의 흐름이 있다"며 "현생인류가 잠깐 이 지역에 나타났다가 아마 기후 요인으로 사라지고, 네안데르탈인들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의 시간 차가 있다"고 말했다.

어린아이 치아와 현생인류와의 연관성만큼이나 주목할 점은 같은 층에서 발견된 석기들의 연관성이다.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도구들이 론 계곡과 레바논의 몇몇 다른 유적지에서도 발견됐지만,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어떤 종이 이 도구를 만들었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아이의 이 치아 조각은 현생 인류의 출현에 관한 이야기를 바꿔놨을지도 모른다

사진 출처, Ludovic SlimaK

사진 설명, 아이의 이 치아 조각은 현생 인류의 출현에 관한 이야기를 바꿔놨을지도 모른다

일부 연구자들은 작은 도구 중 일부는 화살촉일 수 있다고 추측한다. 만약 이 가설이 입증된다면 이는 상당한 발견이 될 것이다. 발전된 형태의 활과 화살 등 무기가 유리하게 작용해 아마 초기 현생인류는 5만4000년 전 네안데르탈인을 이겼다고 추정된다. 그러나 해당 가설이 입증된다면, 네안데르탈인이 결국 다시 돌아왔기 때문에 현생인류가 누렸던 이점은 일시적이었다는 것이 된다.

우리 현생인류가 즉시 네안데르탈인을 학살해버린 게 아니라면 우리의 이점은 결국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우리의 예술 능력, 언어, 그리고 아마도 더 뛰어난 두뇌 등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하지만 스트링거 교수는 우리가 더 조직적이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현생인류는 네트워킹을 더 잘했고, 우리의 사회 집단 규모가 더 컸으며, 지식을 더 잘 보존하며 그 지식을 기반으로 삶을 발전시켜나갔다"고 말했다.

우리가 네안데르탈인과 장기간 공존했다는 이론은 현대 인류가 소량의 네안데르탈인 DNA를 가지고 있다는 2010년의 발견과 맞아떨어진다. 스트링거 교수에 따르면 이는 이종교배가 일어났음을 시사한다.

그는 "이 두 종의 결합 과정이 평화로웠는지는 알 수 없다. 다른 종의 여성에게 강요한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심지어 고아가 됐거나 버려진 네안데르탈인 아기들을 입양한 것일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 모든 가설의 가능성이 있기에 아직 모든 이야기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더 많은 데이터, DNA, 발견과 함께 우리는 네안데르탈인 시대 말에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진실에 더 가까워질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