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제한은 정말 과학적 근거가 없을까?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와 관련해 자국에 부과된 여행 규제를 규탄하고, 그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여행 제한은 과학적인 결정도 아니고, 변이의 확산을 막는 데도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여행 제한은 정말 과학적이지 않을까?
WHO의 입장은?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2월 여행 제한이 코로나19 유입 방지에 "일반적으로 효과적이지 않다"며 오히려 사회경제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WHO는 "국제 교통을 크게 방해하는 여행 제한은 다른 국가들에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방역 초기에나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조는 이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비판을 받았다.
그는 WHO가 중국과 유럽에서 오는 항공편 운항을 멈추려 했던 그의 정책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와 대만과 같은 국가는 아예 WHO의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
이들은 중국발 입국을 제한했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움직임이 뒤따랐다.
이후 WHO는 지침을 수정해 현재는 여행 금지에 대한 "위험 기반" 접근법을 권고하고 있다.
WHO는 각국이 여행 제한을 검토할 때 자연 감염이나 예방접종으로 인한 사회적 면역력의 수준, 변이의 확산 정도, 그리고 검사와 격리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변이 확산이 다른 이들에게 우려를 초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예방적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시간을 제한한 뒤 더 엄격한 여행 제한을 시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조치가 "(위험도에) 비례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과학적 증거는 어딨나?
지난해 발표된 팬데믹 초기 연구 결과는 여행 제한이 바이러스의 초기 확산을 늦추는 데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다만 같은 해 12월 네이처지에 실린 다른 연구는 여행 제한이 늦어질수록 효과가 떨어졌다고 밝혔다.
또 독일 베를린 사회과학센터(WZB Berlin Social Science Center) 역시 같은 해 10월 180개국 이상에서 발생한 여행 제한과 사망률을 조사하고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10명 이하의 사망자를 기록했을 때 도입한 여행 제한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밝혔다.
또 모든 여행자에 대한 의무적인 검역이 입국 금지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이어 특정 국가를 지정해 입국을 제한하는 것이 모든 외국인 여행자의 입국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보다 효과적이었다.
영국은 팬데믹 초기 여행 제한을 도입하지 않았는데, 이후 타 유럽 국가에서 바이러스가 1000번 이상 유입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새로운 오미크론 변이는 지금까지 적어도 12개국에서 확인됐으며, 그 목록은 점점 늘고 있다.
런던 퀸 메리 대학 역학자 뎁티 구르다사니 박사는 BBC 뉴스에 여행 금지가 확산을 늦출 순 있지만, 바이러스가 이미 세계 여러 지역으로 퍼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행 금지보다는 적절한 검진과 격리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 같은 조치가 확산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말했다.
팬데믹 초기와 지금이 다른 점은 백신이 전 세계로 보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백신 접종 수준은 국가마다 매우 다르다. 또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효과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또 관광에 의존하는 국가는 여행 제한이 그들의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따져봐야 한다.
가장 엄격한 여행 금지 조치를 한 나라는?
호주는 지난 11월 내국인의 출국을 자유화하는 등 국경봉쇄를 본격적으로 완화했다.
그간 호주 정부는 정부의 서류 없이는 자국민이 18개월 이상 해외로 나갈 수 없도록 했다.
호주 정부는 최근 12월 1일로 예정됐던 해외유학생, 숙련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호주 비자 소지자들의 입국 재개 조치를 12월 15일 이후로 연기했다.
지난해 이후 국경을 폐쇄 중인 뉴질랜드 정부는 올 초 자국민, 호주 출신 비자 소지자, 그리고 예방접종을 완료한 방문객의 입국을 4월부터 재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여행금지령을 가장 오래 지속해왔던 나라 중 하나인 베트남 역시 이달 초 처음으로 국경을 개방했다.
이들 국가의 인도 델타 변종 피해는 올해 7월까지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적어도 팬데믹 초기 전염병 확산 방지에는 여행 금지만큼 봉쇄, 광범위한 검사, 마스크 착용과 같은 안전 조치 역시 중요했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