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 거꾸로 매달기'가 올해 이그 노벨상을 받은 까닭

사진 출처, Namibian Ministry of Environment
코뿔소를 거꾸로 매달면 신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한 실험이 올해 이그 노벨상을 받았다.
다른 수상작들엔 '길바닥에 붙은 껌에서 자라나는 박테리아'와 '잠수함에 서식하는 바퀴벌레 생태계" 연구 등이 있다.
원래라면 하버드 대학교에서 이그 노벨상 시상식이 열렸겠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노벨상을 패러디한 '이그 노벨상'은 과학 유머 잡지 '있을 법하지 않은 연구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에서 "처음엔 웃기지만 생각하게 만드는" 연구에 수여하는 상이다.
올해 이그 노벨상 교통부문상을 받은 코뿔소 연구는 이그 노벨상 취지에 정확히 부합한다. 10분 넘게 코뿔소 12마리를 거꾸로 매다는 것보다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게 있을까?
그러나 코넬대학 소속 야생동물 수의사 로빈 래드 클리프와 그의 연구진은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이 실험을 진지하게 진행했다.
헬리콥터에 다리를 매달아 거꾸로 매달았을 때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사진 출처, Robin Radcliffe
실제로 이 방법은 최근 들어 아프리카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코뿔소를 이송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마취 상태에서 거꾸로 매달렸을 때 동물의 심장과 폐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조차 이뤄진 적 없다고 로빈은 지적했다.
그는 BBC에 "나미비아는 이 문제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인정한 최초의 국가다. '정말 이 방법이 코뿔소에게도 안전한지 연구해봅시다'라고 말이다"라고 말했다.
로빈의 연구진은 나미비아 환경부와 함께 마취된 코뿔소 12마리를 거꾸로 크레인에 매달아 신체 상태를 검사했다.
검사 결과, 거꾸로 매달려도 전혀 신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실제로 가슴을 바닥에 대고 엎드리는 것보다 신체에 좋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로빈은 "코뿔소가 옆으로 누우면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다. 즉, 폐 하부에 혈액이 몰려 가스 교환이 이뤄진다. 그러나 폐 상부는 중력에 의해 관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코뿔소는 거꾸로 매달렸을 때 폐에 혈액 관류가 고르게 이뤄진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뿔소는 한쪽으로 오래 누워있으면, 특히 흉부의 경우 근육이 손상된다. 너무 무겁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출처, Namibian Ministry of Environment
한편, 이그 노벨상이 수여한 "현금"을 어디에 사용할지 묻자 로빈은 웃으며 "우리는 항상 펀딩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이그 노벨상에 대해 들었을 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헷갈렸다. 그러나 '우선 웃고 나서 생각해보게 한다'는 메시지가 우리와 일치한다고 생각했다. 더 많은 사람이 지구에 존재하는 엄청난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들어가는지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로빈의 동료이자 야생동물 수의사인 피트 모켈은 "(이번 실험은) 코뿔소 이송뿐 아니라 코끼리 이송까지 바꿨다. 대형 동물의 발을 들어 올려 거꾸로 매다는 게 이젠 용인된다. 다음 단계는 물소, 하마, 기린 등 다른 대형 동물에게도 동일한 효과가 있는지 연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