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에서 도쿄까지...아프간 선수의 감동적인 도약

높이뛰기에 출전한 라소울리는 4.46m에 그쳐 최하위 성적을 기록했지만 그의 도전정신은 올림픽 정신을 떠올리게 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높이뛰기에 출전한 라소울리는 4.46m에 그쳐 최하위 성적을 기록했지만 그의 도전정신은 올림픽 정신을 떠올리게 했다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2020 도쿄패럴림픽에 출전한 호사인 라소울리(26)가 31일 꿈의 무대에서 비상했다. 그와 나란히 선 상대 선수들도 기뻐했다.

출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라소울리는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다른 아프간 선수와 함께 아프간을 탈출했다.

원래 그 역시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후 아프가니스탄을 떠나지 못했던 수천 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라소울리의 주 종목은 100m다. 하지만 경기 일정보다 늦게 도쿄에 도착하는 바람에 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그에게 다음 달 2일 남자 400m 출전을 권유했다.

그러나 무리라고 판단한 라소울리는 육상 남자 멀리뛰기(T47) 결선에 출전하게 됐다.

라소울리는 4.46m에 그쳐 가장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그의 도전정신은 올림픽 정신을 떠올리게 했다.

동영상 설명, 패럴림픽: 우리는 한국 장애인태권도 국가대표 선수입니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는 선수 정신 건강 보호 차원에서 아프간 선수단에 대한 언론 접근을 차단하고 있어 경기 후 인터뷰 등은 진행되지 않았다.하지만 크레이그 스펜스 IPC대변인은 “라소울리가 매우 환호했다”고 전했다.

라소울리는 10대 때 광산 지뢰 폭발 사고로 왼쪽 손목 아래를 잃었다. 2016년 장애인 육상에 입문했지만, 제대로 된 트랙도 없어 집 근처 언덕을 달리며 패럴림픽 출전을 꿈꿔왔다.

이날 멀리뛰기 은메달을 딴 미국 선수로데릭 타운센드는 출전 명단에 기존 12명이 아닌 13명이 뜨기 전까지는 라소울리가 출전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타운센드는 "거기서 그의 이름을 보게 됐다"며 "많은 것들이 진행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그를 보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개인적인 삶에 너무 사로잡히곤 한다. 여기 와서 은메달을 딴 것이 불만이었는데, (하지만) 누군가는 우리 모두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기 위해 전 세계를 해치고 와야 했다."고 했다.

"이런 일이야말로 패럴림픽이 진짜로 의미하고 표방하는 바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한편, 함께 도쿄에 당도한 아프간 태권도 대표 자키아 쿠다다디(23)는 다음 달 2일 여자 K44 등급 49㎏미만급 경기에 나선다.

쿠다다디는 이달 중순 아프가니스탄 정세가 급변하면서 카불을 떠날 수 없게 되자,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여성으로서, 아프가니스탄 여성 대표로서 도움을 청한다. 도쿄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게 목표다. 내 손을 잡고 도와 달라"고 간청하기도 했었다.

아프가니스탄 국기는 5번째로 등장했으며, 도쿄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자원봉사자가 홀로 기수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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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아프가니스탄 국기는 5번째로 등장했으며, 도쿄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자원봉사자가 홀로 기수로 나섰다.

아프간 선수들은 호주 정부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 그간 비밀리에 다른 나라에 머물며 훈련과 휴식을 병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스펜스 IPC 대변인은 "그들을 아프간에서 나오게 하려고 노력을 기울였으며 지금 안전한 곳에 있다"라며 "그들은 트라우마 적인 과정을 겪었고 심리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28일 밤 11시 두 선수가 도쿄 하네다 공항을 통해 오후 6시 30분에 입국했다고 밝혔다. 두 선수는 파리와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실시한 코로나19 검사에서 모두 음성을 받았다.

이들은 개회식보다 늦게 도착해 선수단 입장 행사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아프가니스탄 국기는 5번째로 등장했으며, 조직위원회 자원봉사자가 홀로 기수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