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우: '성적 합의' 논란에 불 지핀 중국 톱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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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웨이 입
- 기자, BBC News
최근 몇주간 중국 톱스타이자 엑소(EXO)의 전 멤버 크리스 우(우이판)를 둘러싼 성폭행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성적 합의(sexual consent)' 기준에 대한 논쟁이 다시 점화됐다.
7월 초, 크리스가 미성년자 성폭행의 가해자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최소 24명의 여성이 자신들도 크리스에게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고 폭로했다.
포르쉐와 루이비통 등 그와 사업적 관계를 맺었던 글로벌 브랜드 다수는 그와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중국 내에서는 그가 연예계에서 추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크리스는 관련 모든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SNS를 강타했다. 네티즌들은 그의 행적을 파해치기 시작했고, 타블로이드 스캔들로 처음 치부됐던 이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인터넷에서는 처음 크리스에 대한 성범죄 혐의를 제기한 18세 대학생 두 메이주를 지지한다는 목소리가 압도적이다.
중국에서는 흔히 여성 성범죄 피해자들이 되레 비난을 받았다. 이에 여성인권 운동가들은 이번 움직임은 중국 사회 내에서 성적 합의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있다는 고무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자기가 유명해지려고 그런 거다'
지난 8일 두 씨는 중국 SNS인 웨이보에 크리스에 대해 성범죄 혐의를 제기했다. 이후 그는 꾸준히 자신의 이야기를 개인 SNS와 매체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그는 자신이 17살 때 크리스를 처음 만났으며, 당시 다른 여자 아이들과 함께 그의 집에 초대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크리스의 집에서 술을 마실 것을 강요 받았으며, 자신이 술에 취해 의식이 없을 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크리스는 두 씨에게 술을 강요한 적 없으며, 다른 여성들을 유혹해 돈을 대가로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의식이 없는 여성을 강간한 적이 없으며, 미성년자 성관계 의혹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중국법에 따르면 18세 미만은 미성년자로 분류된다. 성인이 14세 이상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질 경우, 성적 합의가 있다면 불법은 아니다.
베이징 공안당국의 중간 수사 결과에 따르면, 두 씨의 주장은 일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단 크리스와 두 씨가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가진 사실은 확인됐다.
경찰은 아직 크리스의 다른 혐의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며, 두 씨가 온라인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이번 일을 폭로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두 씨는 경찰의 발표에 불만을 드러냈다. 둘 사이 성관계는 자신이 쓰러졌을 때 성적 합의 없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크리스의 매니저가 술에 취한 자신을 그의 방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두 씨는 BBC의 인터뷰 의뢰를 거절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웨이보에 "내가 먼저 하자고 한 것이 아니"라며 "내가 처음부터 그 집에 남고 싶어서 남은 것이 아니"라고 올린 뒤, 이 글을 곧 삭제했다.
"너무 지쳤습니다. 다 끝나버렸으면 좋겠어요."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경찰 발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크다. 발표의 전반적인 어감, 그리고 언어가 남성 중심적이며 가해자를 옹호했다는 지적이다.
여성 운동 활동가들은 이번 경찰 발표가 중국의 남성중심적 문화를 그대로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중국의 유명 페미니스트인 루 핀은 BBC에 "이것만 봐도 중국 정부의 태도를 알 수 있다"며 "여성들의 목소리의 적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용기를 내 목소리를 낸 여성에게 '유명해지기 위해서 그랬다'고 동기를 부여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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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투 운동' 이후 중국에서도 성범죄에 대한 인식 변화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
중국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성희롱 방지 지침이 공포됐다. 성희롱 방지 책임을 조직에 부여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규정이 중국 민법전에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강제성이 없는 이런 지침으로는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일정한 진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베이징 여성인권단체 '이퀄리티'의 공동창립자인 펑위안은 "성폭행과의 싸움은 중국 사회에 뿌리내렸다"며 "모든 사건이 대중적인 화제를 모으면 결국 이를 바꿀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루핀은 이번 크리스 사건은 유명 스타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두 씨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사람들이 연예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젠더 관계에서 어떻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지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긴 시간 이 힘으로 상대를 통제할 수 있는지도 보여줬습니다."
'여성이 여성을 돕는다'
운동가들은 높아진 성 인식이 두 씨를 포함한 많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도왔다고 말한다.
웨이보에서는 '정확히 성적 합의가 뭔가요'라는 해시태그가 3억8000만 번 이상 조회됐다.
일각에서는 남성이 여성에게 성적으로 다가왔을 때 현실적으로 거절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여성이 거절해도 남성은 여성이 수줍어서 그런 것이라고 치부해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남성들은 여성들이 자신을 헷갈리게 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웨이보 사용자는 "중국 문화에서는 예의상 좋아도 아니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한 웨이보 사용자는 "'예스'라고 정확하게 말하는 것만이 성적 합의가 이뤄지는 것이며, 좋다고 했더라도 이후 언제든지 거부 표현을 밝힐 수 있다"고 정리했다.
두 씨를 응원하는 해시태그 '#걸스 헬프 걸스'도 등장했다. 사람들은 해시태그를 사용해 크리스의 피해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 두 씨는 정의가 이뤄지길 기다리고 있다. 그는 최근 SNS 글에 "크리스의 마스크를 뚫어 그 누구도 그로 인해 다치지 않게 막고 싶다"며 "내가 마지막 피해자가 되길 희망한다"고 적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