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올림픽: 고대 올림픽 선수들은 왜 나체였을까?

1896년 아테네에서 첫 근대 올림픽이 다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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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1896년 아테네에서 첫 근대 올림픽이 다시 열렸다
    • 기자, 레이첼 뉴어
    • 기자, BBC Future

고대 그리스 전설에 등장하는 메가라 출신 달리기 선수 오르시푸스는 BC 720년 185m 경기에서 뛰다가 바지가 벗겨졌다. 그는 벗겨진 옷에 당황하지 않고 발가벗은 채로 경기를 완주해 결국 우승했다. 올림픽에서 나체 경기 풍속이 생긴 계기다.

고대 올림픽 선수들은 피부를 보호하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몸에 올리브 기름을 듬뿍 발랐다. 당시 올림픽은 제우스 신을 위한 제전이었다.

아이오와 대학 역사학과 사라 본드 교수는 "오르시푸스가 승리를 거둔 영웅이 되자, 그가 나체로 우승한 것 또한 기념하게 됐다"며 "그리스인들이 옷을 벗는 것이 그리스다움과 시민성을 상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BC 720년부터 나체로 올림픽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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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 아테네에서 열린 첫 근대 올림픽부터 나체 올림픽 문화는 먼 신화 속으로 사라졌다.

현대 올림픽에서 운동선수들의 경기복은 매우 중요하다. 충격흡수력과 공기 저항력 등 첨단과학을 활용한 경기복 성능이 선수들의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는 성차별적 유니폼 규정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 개막한 도쿄 올림픽. 만약 지금도 올림픽에 나체 경기 규정이 있다면 어떨까?

중요 부위 가리기

먼저 나체로 경기에 참여할 경우, 중요 부위를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고민이다. 종목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선수가 피부에 딱 달라붙는 스판덱스 소재의 보디 수트를 착용한다. 사실상 일상생활 복장과는 거리가 있는 옷이다.

그렇다면 유니폼은 어떤 역할을 할까? 여성의 가슴이나 남성의 성기를 고정하는 것이 주요 목적 중 하나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섬유산업과 교수인 숀 디튼은 "노골적으로 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유니폼을 입었을 때 편안한 면에서는 더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일부 스포츠 종목은 굉장히 드레스 코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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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유니폼이 실제로 선수의 성적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아직 덜 명확하다. 호주 멜버른에 있는 RMIT 대학에서 섬유 공학을 연구하는 올가 트로이니코프 교수는 유니폼과 선수 기록의 연관성을 알기 위해서 유니폼의 소재와 핏, 선수의 신체 모양, 그리고 종목 자체 등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많다고 설명한다.

물론 경기복의 역할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트로이니코프 교수는 유니폼이 몸을 감싸주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에 더 집중해서 근육을 쓸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예로 역도 벨트나 스판덱스는 선수의 근육을 잡아주고 안정시켜준다. 이런 운동 의류의 도움이 없다면, 선수들의 운동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매우 매끄러운 옷의 경우 공기나 물의 마찰을 줄여줄 수 있다. 예로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이클리스트는 다리를 면도하고 공기 저항이 낮은 몸에 꼭 맞는 쫄쫄이를 입는다.

최첨단 직물과 디자인

운동복의 진화를 얘기할 때 수영복의 존재는 압도적이다. 트로이니코프 교수는 "수영 종목은 선수의 운동 능력뿐 아니라 공학 기술의 경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모든 관심은 남자 수영 종목에 쏠렸다. 이 대회에서 총 25개의 세계 신기록이 수립됐는데, 이 중 23개의 기록이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전신 수영복인 '레이저 레이서(LZR racer)'를 입고 출전한 선수들로 인해 세워졌다.

운동복의 진화를 얘기할 때 수영복의 존재는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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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레이저 레이서의 항력은 이전 세대 수영복보다 24% 낮다. 몸 전체를 압박해 선수의 체형을 물에서 더 역동적인 형태로 바꿔 항력을 떨어뜨렸다.

2000년대 후반 신소재로 만든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이 불공평하게 혜택을 받는다는 지적이 있었고, 국제수영연맹(FINA)은 레이저 레이서 같은 최첨단 수영복을 금지하기로 결론 내렸다.

최첨단 수영복을 입지 못하게 된 만큼, 이제 가슴과 성기를 고정시켜 주는 것 외에 수영복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옷을 입지 않고 수영을 한다고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하계 올림픽의 경우 유니폼의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말한다. 트로이니코프 교수는 "경기 유니폼이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지만, 뭔가 대단한 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압박해주는 타이츠 스타일의 선수복은 산화 개선을 위해 혈액순환이 잘되도록 디자인된다. 하지만 이 성능에 대한 평가도 50대 50으로 나뉜다. 토로이니코프 교수는 "이에 대한 연구가 있지만, 결론을 뚜렷하게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발도 다 같은 신발이 아니다

그렇다면 신발은 어떨까? 신발은 선수의 퍼포먼스뿐 아니라 안전까지 보장한다.

아치와 발뒤꿈치를 잘 지지해주고 발 볼에 쿠션을 제공하는 신발은 달리기와 점프, 그리고 빠른 회전에 큰 도움을 준다. 신발은 또한 하반신, 뼈, 인대, 그리고 근육이 받는 충격을 줄여준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윌슨 섬유 대학의 파멜라 맥컬리 엔지니어는 "발은 몸의 모든 무게를 견딘다"라며 "몸 전체를 받쳐주는 것이기 때문에 발을 잘 지지해주는 신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소재로 만든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이 불공평하게 혜택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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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상의 이유로 일부 스포츠는 훨씬 더 특수화된 신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올림픽 요트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보트 옆에 매달릴 때 미끄럼을 방지하고 안정을 돕기 위해 신발에 의존한다. 이는 위험 사고의 가능성을 줄이는 동시에 선수의 역량도 향상한다.

맥컬리는 "만약 선수들이 다시 나체로 올림픽을 하게 된다면, 최소한 신발은 신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신발은 신고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고 해도, 일부 선수들에게 알몸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큰 부담일 것이다. 항의의 표시로 출전 거부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일부 국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올림픽을 아예 보이콧할 수도 있다.

시드니 대학의 루스 바칸 젠더학 교수는 "예의와 겸손이 중요시되는 문화권에서, 나체 올림픽 참가는 선택사항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 올림픽에서 여성은 선수가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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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미만 선수들 또한 출전이 어려워진다. 모든 선수가 나체로 올림픽에 출전해야 할 경우, 법적, 윤리적 문제도 발생할 것이다.

고대 그리스 올림픽에서는 12살 이상 남성만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었다. 본드 교수는 당시 올림픽은 제전이었기 때문에 성적 행위나 선수들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엄격하게 금지됐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을 성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는 "고대 그리스 때 나체는 지금과는 굉장히 다른 의미를 지녔다"라며 "지금은 나체 올림픽이 등장하는 순간 성적이고 굉장히 포르노그래픽한 행사라는 취급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TV 중계와 SNS의 영향

고대 그리스 올림픽의 주요 관객은 엘리트 남성이었다. 이들 모두가 같은 문화와 종교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소수의 미혼 여성들만 이들과 함께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올림픽 경기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물론 매우 폐쇄적인 국가는 올림픽을 방송하지 않겠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올림픽은 많은 사람을 스크린 앞으로 모으는 굉장히 흥분되는 큰 이벤트다.

이런 행사가 모두 누드로 진행된다면, 반응은 갈릴 것이다. 바칸 교수는 "나체 올림픽이 예술적이고, 고귀하며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모든 것이 역겹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 미디어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올림픽의 주요 순간들은 사진, 영상, 짤 등을 통해 더 멀리 많은 사람에게 퍼진다. 선수들이 알몸으로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이들은 몸은 실시간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바칸 교수는 스스로 완벽한 몸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일부 선수들은 이런 관심을 즐길지도 모르겠지만, 자존감이 높은 선수들도 이런 관심을 부담스럽다고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동선수들은 미디어와 대중문화가 자신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통제할 수 없습니다."

바칸 교수는 특히 여성과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남성 선수들보다 의심할 것 없이 더 많은 외모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포츠 역사에서 여성의 몸이나 외모를 두고 논란이나 화제가 된 적이 남성의 경우보다 더 많다.

예로 1999년 여자 월드컵에서 브랜드 채스타인 선수가 골을 넣은 후 저지를 벗는 일이 있었다. 당시 스포츠 브라를 입고 환호하던 그의 모습이 찍힌 사진에 전세계 언론이 열광했다. 반면 남성 선수들이 저지를 벗는 일은 굉장히 흔한 일이다.

골 세레머니로 저지를 벗어 화제가 된 브랜디 체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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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 교수는 "운동선수가 스포츠 브라를 입고 있는 사진도 미국 대중들로 인해 성적으로 소비됐다"며 "이들이 다 벗고 경기에 임한다면 무슨 일이 펼쳐질지 상상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이 나체로 경기를 뛸 때, 육체적인 영향보다 정신적인 영향을 훨씬 더 받을 것이다. 바칸 교수는 "자신의 가장 은밀한 신체 부분을 수백만 명이 보고 이에 대해 한마디씩 한다고 상상해보라"며 이 상황을 묘사했다.

그는 만약 누드 올림픽이 공식화된다면, 이도 물론 시간과 함께 사회에 적응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 때와 같이 경기의 모든 것을 성적으로 소비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이 과정을 겪는 동안, 많은 운동선수는 감정적 에너지를 소비해야 할 것이다. 나체에 대한 문화적 사회적 시선을 오롯이 혼자 감내해야 하며, 이는 선수 개인 역량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첫 누드 하계 올림픽을 상상해보자. 이 대회의 우승자들은 최고의 운동 능력을 갖춘 선수가 아니라 고대 그리스 올림픽 정신을 가진 선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