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살인적인 더위에 태풍까지...도쿄는 왜 7월 개최를 고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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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개막한 2020 도쿄올림픽에서 날씨와의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올림픽 주최 측은 악천후를 예상하고, 조정 경기와 양궁 경기 일정을 옮겼다. 하지만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는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연일 30도를 넘는 기온에 높은 습도까지 더해지며 체감 기온은 더 올라갔다. 급기야 23일 양궁 여자 랭킹 라운드 예선 경기 중 한 선수가 실신하기도 했다.
27일 도쿄 인근 지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돼 경기 일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태풍 예보대로라면 실외 경기 중단이 불가피하다.
그러자 "이맘때 일본에서 주요 스포츠 행사를 개최하기에는 기상 악재가 너무 많은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태풍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일본 수도권과 도호쿠 지역이 27일부터 8호 태풍 네파탁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태풍의 중심권에서는 벗어났지만, 많은 비가 예상되는 만큼, 특히 야외 경기는 차질이 예상된다.
일본은 2년 전 럭비 월드컵을 개최했을 때, 초강력 태풍 하기비스의 상륙으로 경기 일정에 차질이 생긴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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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기록적인 큰비가 내렸고, 시속 225km의 바람이 불었다. 이 태풍으로 수십 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선수들과 관객들의 안전을 위해 세 경기가 취소됐다. 럭비 월드컵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경기들은 무승부로 처리됐다.
하기비스 태풍이 경기 결과에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항공편이 상당수 결항 및 지연되며 선수들의 발이 묶였다.
한 팀은 태풍의 영향으로 출국이 지연됨에 따라 16시간을 공항에서 대기해야 했다.
폭염
그리고 지난 2019년 럭비 월드컵 참가자들이 걱정하지 않았던 것이 있다. 바로 극심한 더위다.
럭비 월드컵은 9월 개막해 11월에 끝났다. 여름 더위가 지나간 비교적 선선한 가을에 치러졌다.
일본이 하계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개최한 1964년에는 올림픽을 10월에 개막해 폭염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 주최 측은 7월 말과 8월 초 개최를 희망했다. 주최 측은 "이 기간 다른 대규모 국제 스포츠 경기가 예정되어 있지 않다"라며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방해할 다른 주요 행사가 도쿄에서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그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올림픽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다른 국제 스포츠 행사를 피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더 많은 시청자를 TV 앞으로 모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수익의 약 3분의 2가 방송사 등에서 받는 중계권료에서 온다.
'살인적인'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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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올림픽 유치 경쟁 당시 "도쿄올림픽이 진행되는 7월과 8월에 온화한 날씨가 예상돼 선수들에 이상적인 기상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도쿄 올림픽의 날씨는 '온화한 날씨'와는 거리가 있다. 남자 테니스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는 24일 첫 경기를 치른 뒤 날씨가 "살인적이다"라고 말했다. 세계랭킹 2위 다닐 메드베데프도 "내가 경험한 최악의 환경"이라고 밝혔다.
비단 도쿄 올림픽만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앞서 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카타르가 확정됐을 때 많은 사람이 놀랐다. 6월과 7월 카타르는 섭씨 40도를 넘는데 축구는 커녕 길에 걸어 다니는 것조차 힘든 날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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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11월에 열리는 것으로 조정됐다. 월드컵 대회가 겨울에 열리는 건 사상 처음이다. 가을에 프로축구리그를 시작해 봄에 마치는 국가들은 월드컵과 일정이 겹쳐 법적 조처를 하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
국제 스포츠 경기의 일정을 짜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다. 다만 주최 측은 선수들의 안전과 건강보다는 중계권 수입을 최대한으로 확보하기 위해 다른 대회들과 충돌하지 않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일본이 현재 폭염과 태풍 가능성에도 이 시기에 올림픽을 개최한 것이 과연 현명했는지에 대한 비판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 세계 엘리트 선수들이 도쿄 곳곳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을 때, 정부 관계자들은 시민들에게 "햇볕 아래서 운동하는 것을 피할 것"과 "격한 운동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이 상황이 이상한 것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