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봉쇄령 속 '하얀 깃발' 내건 말레이 주민들

엄격한 봉쇄 조치가 내려진 지역에서 거주자가 음식을 건네받고 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엄격한 봉쇄 조치가 내려진 지역에서 거주자가 음식을 건네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엄격한 봉쇄령이 내려진 말레이시아에서 집 밖에 백기를 내걸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주부터 소셜 미디어에는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알리기 위한 '백기(#BenderaPutih)' 캠페인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웃 주민과 유명 연예인, 기업들이 나서 이들에게 음식과 생필품을 제공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 6월 1일부터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확산을 막기 위한 전국 단위의 봉쇄령이 내려졌다.

최근 몇 주 들어 현지 언론에서는 모아둔 돈이 바닥난 가족들이 하루 한 끼로 버티고 있다는 소식도 보도됐다.

말레이시아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자살자 수는 631명, 2019년 609명이였다. 하지만 올해 1월에서 5월 사이 이미 46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엄격한 코로나 봉쇄령으로 텅 빈 쿠알라룸푸르 시내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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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엄격한 코로나 봉쇄령으로 텅 빈 쿠알라룸푸르 시내 거리

페이스북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자신의 사진과 집 주소를 게시할 수 있는 '백기(#BenderaPutih)' 그룹들이 생겨났다.

남는 식료품 사진을 올리며 이를 나눠주겠다거나 인근 푸드뱅크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지 언론 차이나프레스는 케다 지역의 한 어촌에서는 백기 20개가 내걸린 뒤 지역 소방서가 지원에 나서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많은 가정이 6주 동안 벌이가 전혀 없어 앞으로 먹고 살 걱정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들도 이번 백기 운동에 참여했다.

현지 식료품 체인점 '이콘세이브(Econsave)'는 자사 페이스북에 백기 운동을 알리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게시글에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It's OK not to be okay)'라는 문구가 써있다.

페탈링 자야시에 있는 인기 카페 '어썸 칸틴'은 계산대에 흰 종이를 들고 오는 모든 사람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기로 했다.

한편 유명 래퍼 알티멧을 비롯한 유명인들은 백기가 내걸린 집 앞에 자신과 친구들이 식료품을 가져다 주겠다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검은 깃발 운동

이런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말레이시아 무히딘 야신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검은 깃발을 내걸기 시작했다.

지난 3일, 말레이시아 트위터에서는 '검은 깃발(#benderaHitam)' 해시태그를 단 글이 유행처럼 번졌다.

검은 깃발 이모티콘 3개를 쓴 야당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의 게시물은 트위터에서 수천 번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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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 뉴 스트레이트 타임즈에 따르면, 경찰은 해당 캠페인에 선동적인 요소가 있다며 검은 깃발 운동을 조사하고 있다.

말레이의 코로나 상황

지난 2개월 동안 말레이시아의 코로나 사망자 수는 약 5400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하며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현지 시간 3일 기준, 지난 24시간 동안 보고된 신규 감염 사례는 6658건이었다.

감염자 수가 감소한 5개 주는 이번 달 5일부터 일부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 쿠알라룸푸르 일부 지역과 인근 셀랑고르에서는 신규 확진 사례가 증가하자 오후 8시 이후 통금을 비롯한 최고 수준의 봉쇄령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발생한 말레이시아 신규 확진 사례의 절반 이상이 이들 지역에서 발생했다.

현재 말레이시아는 인구의 8% 미만인 3200만명이 백신 접종을 마쳤고, 19%는 적어도 한 차례 이상 백신을 접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