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지: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텍사스 여고생의 졸업 연설

사진 출처, Paxton Smith
팩스턴 스미스는 자신의 고등학교 졸업 연설에서 TV와 미디어 소비에 대한 얘기를 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학교에서 승인받은 연설이 대신 임신 중지에 대한 연설을 했다.
그의 고향인 텍사스주에서는 최근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새 법안이 통과됐다.
팩스턴은 댈러스의 레이크 하이랜드 고등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내 몸과 내 권리를 두고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내 안일과 평화를 위해 이 발언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연설을 SNS를 통해 빠르게 공유, 확산하고 있다.
소위 '심장박동법'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법은 여성이 임신한 지 6주가 지나면 낙태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낙태 반대 진영에서는 임신 6주에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된다고 강조한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많은 여성들은 임신 6주에 임신 사실 자체를 자각하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입덧을 비롯한 신체 반응은 임신 9주쯤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이 법은 기존 성폭력이나 근친상간 피해자도 6주가 지나면 낙태를 할 수 없게 했다.
지난달 20일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낙태 제한법에 서명하면서 "매년 수백만 명의 아이들이 낙태 때문에 살 기회를 잃는다"며 "텍사스에서 우리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일한다"고 말했다.
'침묵하고 있을 수 없다'
의사들과 여성 인권 단체들은 이 법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오는 9월 법이 시행되기 전에 법원이 이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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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 포스트 마침
팩스턴은 졸업식 연설에서 "최근 발생한 일들을 생각하면, 나를 포함해 수백만 명의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칠 이 문제가 아닌 다른 주제에 대해 연설을 한다는 것이 옳지 않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제게는 꿈과 희망 그리고 야망이 있습니다. 여기 있는 모든 어린 여성들이 그렇습니다. 우리는 지금껏 자신의 미래를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동의나 의견을 묻는 과정 없이, 우리는 우리 미래에 대한 통제권을 빼앗겼습니다. 만약 내가 피임에 실패하거나 강간을 당했다는 이유로 더 내 희망과 포부, 노력과 꿈은 그 의미를 잃을까 두렵습니다."
그는 또한 자신의 몸에 대한 자율성을 빼앗기는 것은 "가슴 아프고, 비인간적"이라면서 이 문제를 당장 마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 몸과 내 권리를 두고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내 안일과 평화를 위해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이 전쟁은 우리 어머니의 권리와 자매들의 권리, 또 딸들의 권리에 대한 전쟁입니다.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용기가 필요한 일'
해당 졸업 연설은 유튜브, 틱톡, 트위터 등 SNS에서 벌써 조회수가 수백만 회를 기록했다. 팩스턴의 용기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도 이 영상을 트위터에 공유하며 "이건 용기가 필요한 일. 팩스턴, 침묵을 깨줘서 고맙다"고 적었다.
팩스턴은 BBC와 인터뷰에서 그의 졸업 연설이 관객들뿐 아니라 학교 관계자들로부터도 긍정적인 반응을 받아 놀랐다고 전했다.
"제가 한문장 한문장 말할 때 마이크가 끊기지 않아서 매우 놀랐습니다."
예정된 연설이 아닌 다른 연설을 하리라는 것을 미리 안 사람은 자신과 부모님이 유일했다고 그는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예민한 주제인 만큼 나중에라도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부모님의 '무한한 지지'로 이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우리 가족 모두 이 연설이 이 정도로 관심을 받을지 몰랐어요. 저도 예상치 못했고 부모님도 정말 놀라신 것 같아요. 하지만 좋은 것 같아요.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은 굉장히 신나는 일입니다."
팩스턴은 자신의 연설이 다른 사람들도 개인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영감을 줬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고 한다.
"아무리 자신의 말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도, 결국 말은 영향을 미칩니다. 매우 큰 영향을 줄 수도 있고요.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기회를 꼭 잡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팩스턴의 고등학교가 속해있는 리처드슨 인디펜던트 학군은 학생의 졸업식 연설 준비 과정을 다시 재정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군은 미국 방송국 CBS에 보낸 공문에서 "연설을 한 학생이 던진 메시지는 자발적이고 개인적인 표현"이라며 "학군 관계자나 직원들의 의견이나 지지 의사, 혹은 표현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