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백신 지재권 면제' 미국 제안 거부… '혁신의 원천'

한 여성이 지난 4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한 여성이 지난 4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독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면제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반대했다. 전 세계 백신 생산이 지체되는 것이 지재권 때문은 아니라는 주장에서다.

6일(현지시간) 독일 정부는 "지적재산권 보호는 혁신의 원천이며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유럽연합은 이 제안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으며, 일부 국가는 이 제안을 전적으로 지지했다.

백신 특허권 면제 지지자들은 특허권을 면제하면 더 많은 제약사들이 생명을 살리는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특허권 면제가 빈곤국에서 백신 접근성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약회사들을 포함한 반대론자들은 특허권 면제가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백신 특허권을 면제하자는 주장은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처음 제안했다. 양국은 국제통상을 촉진하는 정부간 국제기구인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백신 지재권 보호 효력의 일시 중지를 추진하는 약 60개 국을 이끌고 있다. 

이 제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의 미국 정부는 물론 영국과 유럽연합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나 전날(5일) 미국이 이 제안을 지지한 후 이번 주에는 제안 추진에 가속도가 붙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백신 지재권 면제를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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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백신 지재권 면제를 지지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미국의 면제 지지를 환영한다고 BBC 뉴스아워 프로그램에서 밝혔다.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현재의 불평등이 "옳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WTO 회원국들은 백신 생산에 대한 실용적인 합의를 위해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필요한 원료와 기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전 세계 백신 물량을 늘리기 위해서 어느 지점에서라도 시작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옌스 슈판 독일 보건부 장관은 독일의 모든 성인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투여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소수의 접종자에게 나타난 희귀 혈전증을 우려해 60세 이상에게만 백신을 접종했는데, 그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유럽연합 국가들의 반응

독일 정부는 6일 성명에서 미국이 지지하는 백신 특허권 면제 제안이 "백신 생산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백신 생산을 제약하는 건 생산능력 및 높은 품질기준 때문이지 특허 때문이 아니"라며 제약사들은 이미 협력사와 손잡고 백신 제조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은 유럽연합 최대 경제국이고, 가장 널리 사용되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바이오엔텍 등 주요 제약업종의 본거지다. 

독일 정부의 이같은 발언은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유럽연합은 특허 면제 제안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이후 나왔다.

폰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불과 몇 주 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지적재산권 해제를 반대하며 "특허 보호 해제에 전혀 우호적이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우루줄라 폰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유럽연합이 "위기를 효과적이고 실용적으로 해결하는 그 어떤 제안도 논의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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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다른 회원국들은 특허 면제 제안을 전적으로 지지했다. 

이 문제는 이번 주 이틀간 열리는 유럽연합 회의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 외부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특허 면제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WTO 회원국들과 협력하는 중"이라며 "코로나19 백신 생산과 공급을 늘리기 위해 미국과 WTO 회원국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적재산권의 정확한 의미

지적재산권은 특허, 저작권, 상표로 보호받는 발명품 등 창작물을 의미한다. 지적재산 보호는 무단 복제를 방지하고 원작자가 금전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또한 혁신 기업에 단기적인 생산 독점권을 부여해 기업의 개발 비용을 충당하고 투자를 장려한다.

생명공학 기업들은 지적재산권 보호가 코로나19 백신을 기록적으로 짧은 기간 안에 생산하는 동기를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동영상 설명, 인도 코로나: 인도 상황이 지구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

국제사회의 치열한 토론

많은 개발도상국은 특허와 기타 형태의 지재권 보호를 요구하는 규제들이 전염병과의 싸움에 필요한 백신과 여러가지 제품 생산을 늘리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저소득 국가들이 심각한 백신 부족 문제에 직면하면서 백신 특허권을 일시적으로 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특허 면제 반대론자들, 특히 제약업계에 종사하는 반대론자들은 특허 면제로 백신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마스 쿠에니 국제제약협회연맹 사무총장은 BBC 투데이 프로그램에서 "현재 우리가 보는 것처럼 백신의 품질과 안전성에 대해 타협할 수도 있는 상황이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특허 면제가 아니라) 공급체인에서의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지금 부유한 국가들이 초기 백신 물량을 가난한 국가들에게 나눠주지 않는 실망스러운 현실이 문제"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백신 제조사들이 제품생산 기술 등 노하우를 개발도상국들에게 전수해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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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특허 면제와 비밀 레시피 공유

Analysis box by Dharshini David, global trade correspondent

다르시니 데이빗 국제무역 특파원

모두가 보호받을 때까지는 아무도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라는 진실은 국제사회와 비즈니스 리더들이 동의한 부분이다.

하지만 제약회사들은 미국이 백신접종의 비밀 레시피를 공유하는 것, 즉 특허권 면제를 지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근시안적인 접근이라고 말했다. 진짜 문제는 어려운 백신 생산공정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제약회사들은 특허 면제는 요리 방법이나 재료를 공유하지 않고 레시피만 공유하는 것과 비슷하며, 품질 문제와 생산 효율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영국과 유럽연합은 특허 면제 대신, 생산 노하우를 공유하고 더 많은 관리감독권을 부여하는 라이센싱 제도를 선호해왔다. 이미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와 인도 세럼 연구소의 제휴 등이 이처럼 자발적으로 이뤄졌다.

이 자발적 제휴를 강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제약사들은 금전적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갖게 될 것이다.

일부 무역 전문가들은 미국이 특허 해제를 지지한 것은 제약사들이 자발적으로 전문기술을 공유하거나 최소한 그 가격을 낮출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으로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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