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다른 나라에 나눠줄 것'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진 출처, Getty Images

미국이 최대 6000만 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사용이 가능해지는대로 다른 나라에 나눠주겠다고 밝혔다.

해당 물량은 연방정부의 안전성 검토를 거친 뒤 수개월 안에 수출될 예정이다.

미국 규제당국은 아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국은 상당량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비축하고 있었다.

이에 일각에선 백신 부족에 시달리는 나라가 많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백신을 사재기하고 있다는 비난을 제기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약 400만 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멕시코와 캐나다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나라는 모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최근엔 심각한 코로나 위기를 겪고 있는 인도의 상황이 알려지며 미국의 의료 자원을 공유하라는 압박이 더욱 거세졌다.

백악관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몇 주 내 심사를 마치면 약 1000만 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풀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5000만 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생산 단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백신 물량 수출 전에 FDA 관계자들이 품질 검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을 어느 국가에 제공할지 등 구체적 계획에 대해선 추후 더 자세한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면서 "현재는 계획 단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인도의 경우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국가적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미국 정부는 이미 인도의 백신 제조업체들에 필요한 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6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산소 장비를 비롯한 백신 원료, 치료제 등에 대한 긴급 지원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동영상 설명,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31만 명… 아비규환의 인도

미국 정부는 인도 현지 의료진에 산소 장비와 코로나 검사지, 개인보호장비(PPE), 렘데시비르 치료제 공급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모두 세 종류의 코로나 백신에 대한 자국 내 사용을 승인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세 가지 백신만으로도 이미 모든 미국 국민을 접종할 수 있으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분석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현재 성인의 53% 이상이 적어도 1회 이상 백신을 접종받았다.

Grey line

'백신 외교' 기회 잡은 미국

앤서니 저커 | 북미 특파원

그동안 코로나19 대처에 많은 문제점을 보여왔던 미국이지만 백신에 있어서만큼은 다르다.

바이든 행정부는 충분한 물량의 백신을 확보했고 이제는 이를 다른 나라에 나눠주기에 이르렀다.

아직 미국 내 사용 승인이 나지 않은 6천만 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제공하겠다는 결정은 시기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순간에 나왔다.

이웃 국가인 멕시코와 캐나다가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인도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백신 외교'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미국의 선례를 따르도록 압박을 줄 수도 있고, 미국 외교 정책의 우선 순위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종의 호의를 불러일으키게 할 수도 있다.

적어도 바이든 대통령은 필요하지도 않은, 혹은 원하지 않는 수백만 회분의 백신을 쥐고 다른 나라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기회에 등을 돌렸다는 비판은 피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백신 확보가 계속 충분한 상황이라면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조치로 국내에서 입을 타격 또한 미미해 보인다.

이는 미국 정부가 직면한 국내적 문제는 백신의 충분한 확보가 아니라 이미 확보된 백신을 모든 사람들이 접종받도록 설득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자신감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