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르메니아 집단 학살' 공식 인정한 첫 미국 대통령 됐다

아르메니아 추방 캠프, 1915년

사진 출처, Armin T. Wegner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1915년 있었던 아르메니아인 집단 학살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대통령이 해당 사건을 집단 학살로 공식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르메니아인 집단 학살은 지금의 터키 전신인 오스만 제국 쇠퇴기에 발생했다. 터키는 당시 자행됐던 잔학 행위는 인정하고 있지만 이를 '집단 학살(Genocide)'로 부르는 것은 거부하고 있어 매우 민감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터키 외무부는 미국의 이번 발표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터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자국 역사에 대해 어느 누구에게도 지적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터키 외무부는 자국 주재 미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를 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인 터키와의 관계 훼손을 우려해 공식 성명에서 '집단 학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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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5년에 무슨 일이?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은 러시아에 참패한 뒤 아르메니아 기독교인들을 배신자로 몰아세우며 시리아 사막 등지로 추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십만 명의 아르메니아인들이 기아나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오스만 제국의 이 같은 만행은 당시 언론인과 선교사, 외교관 등에 의해 광범위하게 기록됐다.

2021년 4월 24일 아르메니아 학살 추모 행사

사진 출처, EPA

사진 설명, 지난 24일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 학살 106주기 추모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아르메니아인 사망자 수는 항상 논란이 됐다. 아르메니아인들은 해당 사건으로 약 150만 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지만 터키 측은 사망자 수가 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제학살학자협회(IAGS)는 당시 사망자 수를 100만명 이상으로 보고 있다.

터키 정부 측은 해당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아르메니아 기독교인들을 말살하기 위한 조직적인 시도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혼란 속에 당시 무슬림 터키인들도 많이 사망했다고 말한다.

바이든은 뭐라고 했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르메니아 집단 학살 사건을 추모하는 성명에서 "우리는 오스만 시대의 아르메니아 집단 학살로 목숨을 잃은 모든 사람들의 삶을 기억하고 있다"면서 "다시는 그러한 잔혹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형태의 증오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경계하기 위해 이를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이를 기억하는 건 "책임을 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거 일어난 일이 결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2019년 미 하원이 해당 사건을 집단 학살로 인정하는 것과 관련해 압도적 찬성을 보이자 이를 환영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가 인권을 중시하고 있는 만큼 공식적으로 이 용어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지난 1981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로널드 레이건은 홀로코스트 선언에서 '아르메니아 집단 학살'을 언급했지만, 역대 다른 미 대통령들은 이 용어 사용을 피해왔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해당 사건을 집단 학살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건을 "20세기 최악의 만행들 중 하나"라고 지칭했다.

각국 반응은?

아르메니아 니콜 파쉬냔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이 사망한 사람들을 추념했다"면서 "인권과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겠다는 미국의 변함없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터키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해당 발표는 급진적 아르메니아계와 반터키 단체의 압력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며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이를 거부하고 규탄한다"라고 분노 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양국의 상호 신뢰와 우정을 훼손하는 깊은 상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의 이번 성명 발표로 양국은 관계 악화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는 있으나 이는 별도의 제재가 없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