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중단 조치... 문제는 없을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들고 있는 의료진

사진 출처, PA Media

    • 기자, 닉 트리글
    • 기자, BBC 보건 전문기자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후 몇몇 사람에게서 혈전이 발생했다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많은 나라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중단했다.

과도한 조치는 아닐까? 더 큰 그림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는 과학계와 의학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예방 원칙에 따라 내려진 조치다. 증거가 불확실한 경우 잠시 진행을 중단하고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긴박하게 돌아가는 팬데믹 상황에서 하나 하나의 결정이 막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접근법은 때로는 해로울 수도 있다.

원인일까 우연일까?

아스트라제네카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 일대에서 백신을 맞은 1700만 명 중 혈전 발생 37건이 보고됐다.

그러나 여기서 핵심 질문은 백신 접종과 혈전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느냐다. 어차피 발생할 혈전은 아니었을까?

이러한 부작용 의심 사례는 면밀한 모니터링을 거친다. 당국은 이러한 의심 사례라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더 많이 발생하는지를 평가한다.

혈전 발생 37건은 일반적인 기대치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왜 백신이 혈전을 발생시키는지에 대한 개연성 있는 생물학적 설명도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의약품규제청이 모두 백신과 혈전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하는 까닭이다.

심지어 혈전 발생 사례를 조사 중인 유럽의약청도 코로나19가 건강에 미치는 위험을 고려해 백신을 계속 접종해야 한다고 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부 국가들의 백신 접종 중단 조치에 당혹했다.

WHO의 코로나19 백신 실무단에 소속된 애덤 핀 교수는 백신 접종의 중단이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며 백신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인명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의심을 갖고 있나?

유럽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경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앞서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을 권장하지 않은 바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심지어 “효과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도 말했다.

65세 이상에 대한 조치들은 현재 철회된 상태다. 하지만 그 영향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독일과 프랑스는 현재까지 수령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절반조차도 사용하지 않아 백신 일부는 폐기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영국보다 화이자 백신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됐다.

이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프랑스, 독일 등의 유럽 주요 국가들은 영국보다 더 높은 감염률을 보이고 있고 당분간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인구 10만 명당 주간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비교할 때 유럽 주요 국가들의 확진자 수는 영국보다 더 많다

사진 출처, BBC News

사진 설명, 인구 10만 명당 주간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비교할 때 유럽 주요 국가들의 확진자 수는 영국보다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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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결정이 어떻게 내려졌는지를 보자. 임상시험이 실시된 방식 때문에 고령층에 대한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제한적이었다.

임상시험을 실시한 측에서는 안전 문제 때문에 보다 젊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길 원했고, 규제당국이 감염률을 평가했을 때는 아직 고령층에 대한 자료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미 고령층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강력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는 혈액 검사 결과가 있었다. 때문에 고령층에게서 백신이 효과가 없을 이유는 없었다. 다만 실제 상황에서 증거를 확보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따름이었다.

또한 임상시험이 실시된 방식 때문에 결과를 해석하는 데에도 문제가 생겼다. 각기 다른 곳에서 실시된 시험에서 동일한 방식을 따르지 않은 것이었다.

검사 절차와 방법이 시험을 실시한 곳마다 차이가 있었고, 어느 곳에서는 1회 접종량의 절반만 쓰는 일도 있었다.

몇몇 전문가는 당시의 임상시험을 두고 하나의 시험에 4개의 시험이 실시된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이로 인해 해석이 까다로운 자료들이 나왔다.

대담한 의사결정이 최선일 수도 있는 까닭

영국은 이 문제를 무시하고 고령층에게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대담한 결정을 내렸다. 수 개월만에 80세 이상에게서 중증 발병률이 극적으로 떨어졌다.

영국이 1차 접종과 2차 접종 사이에 최대 3개월의 간격을 두도록 권장한 것도 이러한 실용적인 접근법에서 나왔다.

하지만 작년 12월 말 이러한 권고가 처음 나왔을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 회수를 비교했을 때 영국의 접종 회수는 유럽 평균보다 3배 이상 많다
사진 설명,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 회수를 비교했을 때 영국의 접종 회수는 유럽 평균보다 3배 이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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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백신은 임상시험을 이렇게 거치지 않았다. 3주 간격으로 2회 접종을 실시했다.

그러나 증거가 없다고 해 이러한 권고가 효과가 없다거나 논리적이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시험은 일부 참가자에 대해서는 더 오랜 간격을 두고 2회 접종을 실시했으며, 이렇게 했을 때 더욱 효과가 좋은 것으로 보였다. 화이자 백신과 비슷한 종류인 모더나 백신도 간격을 더 두고 접종해도 효과가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나왔다.

2회 접종하는 백신에서 대부분의 보호 효과는 첫 번째 접종에서 나오며, 두 번째 백신은 이를 증폭시키고 더 오래가게 만든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것이다.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영국은 더 많은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보호를 제공해 현재 확보한 백신 물량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옳은 방식임을 분명히 했다. 심지어 임상시험의 결과가 이를 직접적으로 뒷받침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케임브리지대학교의 리스크 전문가 데이비드 스피겔홀터 교수는 당시의 사례가 때로는 예방 원칙을 무시하고 대담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한다.

“예방 원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행동하지 않음을 선호한다. 그러나 문제는 비상상황에서는 행동하지 않는 게 행동하는 것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가장 확률이 높은 쪽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스피겔홀터 교수는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맥락과 직접적인 증거와 간접적인 증거 모두를 살펴야 한다.

“때로는 확실성을 기다리는 게 해로울 수 있다.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것은 인명의 피해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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