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채용: '인공지능'이 내 이력서를 탈락시킨다면?

파이메트릭스사가 개발한 AI 채용 프로그램. 25분 동안 게임 형식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사진 출처, Pymetrics

사진 설명, 파이메트릭스사가 개발한 AI 채용 프로그램. 25분 동안 게임 형식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 기자, 안드레아 무라드
    • 기자, BBC 비즈니스 기자

전문기자인 나는 최근 새로운 직장에 지원했다. 그런데 채용 과정에서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내 지원서를 평가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좀 신경이 쓰였다.

채용 과정의 첫 관문은 집에서 간단한 '온라인 게임'하기.

상자 2개 속에 들어 있는 공의 수를 재빨리 세기, 풍선이 터지기 전까지 최대한 부풀려서 점수 얻기, 얼굴 표정과 감정 매칭하기 등이 테스트에 들어가 있었다.

그 후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내 성격을 평가해 합격 여부를 판단했다. 사람이 개입하는 부분은 없었다.

나는 궁금해졌다. 컴퓨터만으로 입사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 공정한가? 그래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AI 채용 세계에 대해 알아보게 됐다.

그간 AI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처리 시간도 빠르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파이메트릭스(Pymetrics)사는 AI 채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여러 질문과 답변을 통해 지원자가 상황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는지 성격과 지능의 여러 측면을 평가하도록 설계됐다.

파이메트릭스는 "이 테스트가 단 25분 안에 인지적, 감정적 속성을 공정하고 정확하게 측정하다"고 홍보한다.

현재 맥도날드, JP모건, 회계법인 PWC, 식품 그룹 크래프트 하인즈 같은 다국적 기업이 초기 채용 과정에 파이메트릭스의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 합격해야 그다음 과정인 면접을 볼 수 있다.

파이메트릭스의 설립자 프리다 폴리 대표는 자사의 프로그램이 방대한 양의 지원자 풀을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되고 지원자도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파이메트릭스의 설립자 프리다 폴리 대표는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보다 AI를 활용하는 편이 모두에게 이득이라고 말한다

사진 출처, Frank Ellis

사진 설명, 파이메트릭스의 설립자 프리다 폴리 대표는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보다 AI를 활용하는 편이 모두에게 이득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원하고, 모두가 적합한 사람을 고용하기를 원합니다. 그 매칭이 잘 안 되면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아요. AI 시스템을 현명하게 사용하면 모두에게 이득이 되죠."

유타주에 기반을 둔 하이어뷰(HireVue)도 AI 면접 소프트웨어 개발사다.

이곳은 화상으로 진행된 면접 대상자의 인터뷰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한다. 그러면 AI 알고리즘이 주요 키워드 등을 분석한다. 예를 들어 팀워크 관련 질문 답변에 '우리' 대신 '나'라는 단어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등을 살펴보는 식이다.

이런 시스템을 활용해 채용을 의뢰한 회사는 지원자를 탈락시킬지 아니면 사람이 진행하는 면접을 진행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하이어뷰는 2019년 9월까지 총 1200만 건의 면접을 진행했는데, 이 중 20%는 AI 소프트웨어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머지 80%는 화상 면접에 사람 면접관이 참석하는 형태였다.

이제 그 수치는 1900만 건으로 증가했는데, 비율도 50대 50으로 동등해졌다.

하이어뷰는 지난 2016년부터 AI 인터뷰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설계사 ARM과 글로벌 여행사 사브르(Sabre) 등 큰 회사들도 이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2019년에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안에(2029년 전) AI가 채용 부문 일자리의 16%를 대체할 전망이다.

하이어뷰 시스템을 이용해 면접을 보는 지원자

사진 출처, HireVue

사진 설명, 하이어뷰 시스템을 이용해 면접을 보는 지원자

하이어뷰의 최고 경영자 케빈 파커는 AI는 편견이 없기 때문에 인간 면접관보다 '더 공정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공정한 과정을 거치고 싶어 하는데, AI는 모든 지원 후보들을 매우 일관된 방식으로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파이메트릭스의 폴리 대표 역시 AI 시스템이 인간보다 공정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단순히 지원자의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의존하는 것보다 AI를 활용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이력서는 누군가의 하드 스킬(hard skill 정의되고 측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능력)에 관한 정보만 줍니다. 하지만 논문이나 상식을 따져보면 소프트 스킬(soft skill 소통, 팀워크, 문제해결 등 대인관계와 관련된 능력) 또한 업무 성공에 기여를 한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렇다면, AI 채용은 우려할 부분이 없을까?

아마존의 경우 AI 채용 과정을 도입했지만, 여성 지원자에 편견을 보여 2018년 자체 시스템을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아마존의 AI 시스템이 "남성 지원자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남성 이력서에 기술 산업 경험이 더 많이 포함돼 있다보니 시스템이 여성을 배제하게 된 것.

당시 아마존은 관련 언급을 회피했다.

아마존은 지난 2018년 자사 AI 채용 프로그램을 폐기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아마존은 지난 2018년 자사 AI 채용 프로그램을 폐기했다

영국 비즈니스 심리 컨설턴트 펀 칸돌라(Pearn Kandola)의 제임스 미친은 채용 분야 전문가다.

그는 AI 시스템이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며,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의 AI 음성 인식 프로그램이 사람들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지적했다.

"만약 AI 시스템이 말한 내용을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다면, 그다음은, 이게 더 큰 문제일 수 있는데, 의미, 뉘앙스, 맥락 속에 내재된 의미를 과연 감지할 수 있냐는 겁니다. 여기서, AI 시스템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화를 듣는 '사람'은 어떤 의미인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겁니다"

옥스퍼드 대학의 AI 수석 연구원인 샌드라 워처 교수는 "사람들이 AI가 장점밖에 없다고 주장한다면 진짜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모든 머신 러닝은 동일한 기본 방식으로 작동한다. 즉, 수많은 데이터를 살펴보고 패턴과 유사성을 찾는다"라며 "AI 채용 시스템은 예전 합격자들을 살펴본다. '과거의 최고 경영자는 누구였지?', '과거의 옥스퍼드 교수들은 누구였지?'하는 식이다. 이 채용 알고리즘에 따라 '남성'이 더 많이 선발되는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다른 강도 높은 테스트를 넣지 않으면 여성과 유색 인종은 간과될 위험성이 있는 겁니다."

워처 교수는 지난해 이 문제에 대한 논문을 썼다. 기업 등 여러 조직이 AI 시스템을 활용할 때 나올 수 있는 편향성을 막기 위해서였다. 아마존은 워쳐 교수의 논문 내용을 반영하기로 했다.

적합한 사람을 뽑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적합한 사람을 뽑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외에 다른 방식으로 AI를 채용에 활용하는 회사가 있다.

시애틀에 기반을 둔 텍시오의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텍시오의 언어 분석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사람들에게 좀 더 어필할 수 있는 채용 공고 문구를 찾을 수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 드롭박스, 테스코 등이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콘 페리사의 경우, 채용할 때 AI를 활용해 인터넷에서 후보자들을 찾아낸다.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회사는 인재들이 입사 지원하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고, 입사를 원하는 사람들을 더 쉽고 적극적으로 찾을 수 있다.

그나저나 내 AI 채용 면접은 어떻게 됐을까?

나는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은 받질 못했다. 그 회사가 아직도 적임자를 못 찾았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