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 스트릭랜드: 노벨 물리학상, 55년 만에 '유리 천장' 뚫고 여성 수상

레이저 물리학 연구로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가 된 스트릭랜드 박사

사진 출처, Uni Waterloo

사진 설명, 레이저 물리학 연구로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가 된 스트릭랜드 박사
    • 기자, 폴 린콘
    • 기자, BBC 과학 기자

55년 만에 여성 과학자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캐나다 출신 도나 스트릭랜드 박사(59)는 1903년 마리 퀴리, 1963년 마리아 괴퍼트 메이어에 이어 이 상을 받는 세 번째 여성 수상자가 됐다.

스트릭랜드 박사는 미국의 아서 애쉬킨 박사(96)와 프랑스의 제라드 무루 박사(74)와 함께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세 사람은 레이저 물리학 분야에서 이룩한 성과를 높게 평가받아 이번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애쉬킨 교수는 생물학 시스템 연구에 사용되는 레이저 기술, 즉 '광학 트위저'를 개발했다.

무루 박사와 스트릭랜드 박사는 초단파 고강도 레이저 펄스를 연구했다.

이들이 개발한 CPA(처프 펄스 증폭·chirped pulse amplification)는 오늘날 고강도 레이저의 기준이 됐다. 이 기술은 암 치료나 시력 교정 수술과 같은 의료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스트릭랜드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한동안 여성 수상자가 없었기에 자신의 수상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항상 평등하게 대우받았다"며 "두 남성 과학자도 상을 받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인 애쉬킨 박사(좌), 무루 박사(우)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인 애쉬킨 박사(좌), 무루 박사(우)

이번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발표 며칠 전, 물리학계에 큰 논란을 몰고 온 사건이 일어났다.

한 물리학자가 제네바에 있는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물리학이 남성에 의해 고안됐다"며 "남성 과학자들이 차별 받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해당 연구소는 이 발언을 한 물리학자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스트릭랜드 박사는 이 물리학자의 말을 "어리석다"고 평하면서도, 해당 발언을 "개인적 감정으로" 받아들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여성 물리학자로는 독일 태생 미국인 마리아 괴퍼트 메이어가 있다. 원자의 핵 관련 연구로 상을 받았다.

폴란드 출신 물리학자 마리 퀴리는 1903년 남편이던 피에르 퀴리를 비롯해 앙투안 앙리 베케렐과 함께 방사능 연구 업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노벨물리학 수상자에게는 상금 900만 스웨덴크로나(약 11억 2491만원)이 주어진다.

첫 여성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였던 마리 퀴리와 남편 피에르 퀴리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첫 여성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였던 마리 퀴리와 남편 피에르 퀴리

스트릭랜드 박사는 자신의 수상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고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고 했다.

자신의 멘토였던 공동수상자 제라드 무루 박사에 관해선 "CPA 기술 향상에 큰 공로를 세웠기에 당연히 받을만한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또 다른 공동수상자 애쉬킨 박사 관련해서도 "그가 일찍이 해온 연구가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이 큰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마침내 그 공로를 인정받게 됐다"며 함께 상을 받게 된 것을 기뻐했다.

미국물리학협회는 성명을 내고 세 명의 수상자에게 축하인사를 건냈다. 협회는 "레이저 눈 수술, 고출력 페타와트 레이저, 바이러스 및 박테리아 박멸 연구 등 이분들의 연구로 실생활에 적용하게 된 많은 분야들이 있다"고 평했다.

이어 "스트릭랜드 박사가 55년의 공백기를 깨뜨리면서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더욱 더 역사적인 것으로 만들어서 기쁘다"고 전했다.

스트릭랜드 박사와 무루 박사가 개발한 기술은 시력 교정술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활용된다

사진 출처, SPL

사진 설명, 스트릭랜드 박사와 무루 박사가 개발한 기술은 시력 교정술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활용된다

이번 노벨상 수상을 이끈 연구

이전에는 레이저 펄스의 최대 전력이 제한됐다. 강도를 높일 경우 에너지 증폭에 사용되는 물질이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트릭랜드 박사와 무루 박사 연구팀은 우선 레이저 펄스를 시간 내에 늘려 최대 전력을 줄이고 재증폭 시킨 후, 압축했다.

레이저 펄스가 시간 내에 압축돼 짧아지면, 더 많은 양의 빛이 작은 공간에 쌓인다. 이렇게 하면 펄스 강도를 높이게 된다.

스트릭랜드 박사와 무루 박사의 이 CPA 기술은 고강도 레이저의 표준이 됐다.

한편, 아서 애쉬킨 박사는 물리적 물체를 이동시키는 데 빛의 복사 압력을 사용해 그의 오랜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그는 강한 에너지를 가진 레이저로 매우 작은 입자, 원자, 바이러스, 살아있는 세포를 잡을 수 있는 '광학 집게'를 발명했다.

그는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작은 입자들을 쏘아진 빛의 중심으로 이동시켜 고정시키는 연구를 했다.

1987년 그는 이 광학집게를 사용해 살아있는 박테리아를 손상시키지 않고 잡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오늘 날 생명체 연구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최근 노벨 물리학 수상자

2017년 - 라이너 위스, 킵 손, 배리 배리쉬가 '중력파 감지'로 수상

2016년 - 데이비드 사울리스, 던컨 홀데인, 마이클 코스털리츠가 '이종 물질 단계'에 대한 연구로 수상

2015년 - 카지타 타카야키, 아서 맥도날드가 '중성미자 질량' 연구로 수상

2014년 - 아키사키 이사무, 아마노 히로시, 나카무라 슈지가 최초로 '청색 발광 다이오드(LED)'를 개발한 것으로 수상

2013년 - 프랑수아 엥글레르, 피터 힉스가 '기본 입자가 질량을 갖게 되는 메커니즘' 발견으로 수상

2012년 - 서지 아로슈, 데이비드 와인랜드가 '양자역학' 연구로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