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어린이집 총기 난사: 마지막 작별의 시간

유가족과 친구들이 희생자들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유가족과 친구들이 희생자들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네고 있다
    • 기자, 로라 비커, 수차다 포이삿
    • 기자, BBC News, 태국

우타이사완 마을에서 희생자들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 준비가 한창일 무렵 '믹'이라고 불리는 크리사콘 렁차론(3)은 병원에서 눈을 떴다. 의료진이 영영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할 만큼 믹의 상태는 심각했었다. 믹은 큰 칼에 베이고 머리에 심한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믹은 지난 6일(현지시간) 태국 북동부 농부아람푸주에서 총 36명의 목숨을 앗아간 학살 사건의 피해자다.

전직 경찰관 출신으로 파냐 캄랍이라는 이름의 범인은 총과 칼로 무장한 채 어린이집에 난입해 어린이 23명을 살해했으며, 이후 사람들을 향해 차를 몰며 도망쳤다.

캄랍이 거의 집에 도착했을 때쯤 안타깝게도 믹이 그 근처에 있었다. 캄랍은 차에서 내려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던 믹과 어머니, 할머니를 칼로 찔렀다.

믹의 할아버지가 보여준 영상 속 믹은 인근 우돈타니 지역의 중환자실에 입원해 온통 붕대를 감은 채 여러 생명 유지 장치를 달고 있었다.

하지만 믹은 살아 남았다. 심지어 공격 이후 눈을 떠 몇 마디 말도 했다고 한다. 믹은 어머니를 찾았다. 그러나 어머니 바니다 룽차론(31)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 끝내 숨을 거뒀다.

바니다가 잠든 관과 영정 사진은 현재 사원으로 옮겨졌다.

워낙 사망자가 많은 탓에 마을에 있는 사원 3곳에 나눠 추모 장소를 마련했다.

검은 옷을 입은 친지들이 앞쪽에 앉아 사랑하는 이의 사진을 붙잡고 슬퍼하고 있었다. 괄괄한 성격으로 졸업식 날 치마를 입어야 해서 눈을 찌푸린 모습으로 사진을 찍은 세 살배기 모델, 동갑내기이자 공룡을 좋아했던 파트라우트, 달팽이를 가장 좋아했던 두 살배기 캡틴의 사진도 보였다.

이 어린이집에서만 원아 23명이 살해됐다. 생존자는 단 한 명이다.

11일은 4일간 치러진 긴 장례식의 마지막 날이였다. 지역 주민 6000명 대부분이 이번 사건으로 누군가를 잃었다. 이들은 각자 추모하는 이의 영정 사진 앞에 무릎을 꿇고 작별을 고했다.

라탄 말라핌은 해가 뜰 때부터 사원에 나와 있었다. 말라핌은 자신의 4살 난 아들 타나콘의 영정 사진 앞 장난감 트럭 등을 다시 가지런하게 놓고 있었다.

라탄 말라핌과 남편 수판은 이번 어린이집 학살 사건으로 네 살배기 아들을 잃었다
사진 설명, 라탄 말라핌과 남편 수판은 이번 어린이집 학살 사건으로 네 살배기 아들을 잃었다

말라핌은 오후가 되자 아들 몫으로 도넛 한 조각을 올렸다. 말라핌은 "잘 잤니? 뭘 좀 먹었니?"라며 여전히 아들에게 말을 건다.

보는 이의 가슴이 미어지는 모습이지만, 이렇게 아들에게 뭐라고 갖다주는 게 조금 위안이 된다고 됐다.

태국은 불교도가 다수인 국가로, 죽은 뒤에도 영혼이 행복할 수 있도록 친지들이 신경을 써야 한다. 망자가 저승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음식을 올리고 선행을 해야 한다.

한편 말라핌 말고도 추모객이 몰리면서 이곳 분위기는 조용함과는 거리가 멀다.

한쪽에서 여성들이 작별 인사를 하러 몰릴 수백 명을 위한 음식을 만드는 동안 확성기를 통해 희생자들의 이름이 울려 퍼지고 있다.

밖에선 교통경찰이 호각을 불며 추모객을 위해 거리를 통제하고 있다.

모두 그저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어느 관계자가 말했듯이, 모두가 힘든 만큼 이 마을은 다시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한편 믹의 외할아버지인 푸안 차이컨(58)은 딸에게 작별을 고하면서 손자는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사원을 찾았다.

차이컨은 "딸과 믹 모자는 사이가 각별했다"면서 "딸과 손자를 볼 때마다 서로 사랑하는 게 보여 내가 다 행복했다. 딸을 잃게 돼 너무 충격이다. 아직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3살 밖에 안된 믹은 엄마를 찾는다
사진 설명, 3살 밖에 안된 믹은 엄마를 찾는다

차이컨의 아내인 바란차이 프라파스퐁은 아직 병원에 있으며 더디게 회복하고 있다. 이웃 주민의 말에 따르면 프라파스퐁은 병원에서도 남편 차이컨이 잘 있는지, 특히 제때 밥은 먹었는지 챙긴다고 한다. 이 지역에선 전형적인 모습인 듯하다.

차이컨은 딸을 보기 위해 사당에 들어서며 감사 인사를 올려야 할 사람이 한 명 더 있다고 했다. 믹의 생명을 구했을지도 모르는 이웃 주민이다.

이 주민은 믹과 어머니, 외할머니가 칼에 찔리자 막대기 하나를 손에 쥔 채 범인에게 달려들어 제지하다 총에 맞아 숨졌다.

그의 여동생인 타이와폰 잔다부트는 "오빠는 범인에게 그만하라고, 그만 저들을 다치게 하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이웃들은 오빠가 범인의 주의를 돌리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희생자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오빠의 죽음을 추모하고 감사 인사를 올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고 있습니다."

우타이사완 마을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까.

사건을 목격했던 어느 익명의 지역 공무원은 잔혹했던 순간이 계속 떠올라 밤에 잠을 자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가족에게 그 어떤 것이 도움이 될지 물었다. 모든 게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주민들은 관습에 따라 장례를 치르며 작게나마 위안을 얻고 있다.

이 공무원은 "아이들의 영혼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이들의 영혼이 평화롭게 천국으로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