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을 위한 설계: 10가지 독창적 건축물

사진 출처, Atelier tao+c / Su Sheng Liang / Building for Chan
쓸모를 다했다고 건축물을 폐기할 이유가 있을까? 낡은 공장, 곡물 창고, 시장 건물 등에 새로운 쓰임을 찾아주는 프로젝트를 소개한 책이 한 권 나왔다. BBC 컬처의 새 시리즈 '지속을 위한 설계'가 이를 활용해 10가지 독창적이고 영감 넘치는 건축물들을 소개한다.
루스 랭은 저서 '변화를 위한 건물: 창조적 재사용의 건축'에 "사람들이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지면, 도시가 근본적으로 변한다"고 썼다. "지난 50년 새 업무에 필요한 공간이 완전히 달라졌다." 보통 우리가 짓는 건물은 50년, 경우에 따라 100년간 수명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유행과 사용 패턴의 변화로 수명이 줄어들어 어떤 경우엔 고작 10년 정도만 사용되다 버려진다." 하지만 이 속에서 기존 구조물의 폐기 대신 "혁신적 해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 새로움에 대한 우리의 집착을 깨뜨리는" 디자이너들이 있다.
'변화를 위한 건물'은 창의적 재사용이 공간을 설계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책이다. 새로운 목적을 위해 기존 건물을 복원해 개조하는 것, 다른 용도로 변경이 쉽도록 처음부터 설계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랭이 쓴 것처럼, "혁신이 꼭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존 자원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혁신이다."
이 관점에서 야심차고 창조적인 디자인이 나오고 있다. "건축적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 넘는 디자인"이다. 한때 공장이나 방앗간, 곡물 창고, 시장 등으로 쓰였던 공간을 이용해 독창적이고 풍부한 상상력을 보여준 10개의 프로젝트가 여기 있다.

사진 출처, Terrence Zhang / Building for Change, Gestalten 20
바오산 재생에너지이용센터 전시관, 상하이, 중국
코카이스튜디오
과거 제강 공장이었던 이 건물은 지금은 생태공원으로 쓰인다. 공간 안에 쓰레기를 에너지로 만드는 발전소, 습지, 전시 센터, 사무실 등이 있다. 이곳은 또한 루오징 지역에 마지막으로 남은 산업 구조물로서 역사적 유산이기도 하다.
건축사무소 코카이스튜디오는 기존의 강철 프레임을 남긴 뒤 모듈식 판넬로 보강했다. 변화를 위한 건축은 이들이 "녹이 슨 파이프와 기계를 처분해야 할 문제가 아닌, 디자인 요소로 그려냈다"고 썼다. 폴리카보네이트(창문, 렌즈 등에 쓰이는 투명하고 단단한 합성수지) 스크린은 가볍고 재사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내부 공간을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고, 사용자의 요구가 달라질 때마다 이에 적응하기 위한 비용과 건설 시간을 줄어든다." "'어둡고 위압적이던' 외관도 밤이면 내부에서 빛이 스며나오는 '따뜻하고 안락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사진 출처, Iwan Baan / Building for Change, Gestalten 2022
키베라 햄릿 학교, 나이로비, 케냐
셀가스카노 앤드 헬로우에브리싱
바오산이 모듈식 구조를 통해 향후 재사용할 수 있게 한 것처럼, 덴마크의 어떤 프로젝트도 초기 설계부터 건축물에 두 번째 생명을 불어넣었다. 변화를 위한 빌딩에 따르면, "코펜하겐 인근 루이지애나 현대 미술관의 임시 파빌리온 건축에 참여하면서 마드리드의 건축 스튜디오 셀가스카노와 뉴욕의 헬로우에브리싱은 이 건물의 사후 세계까지 미리 생각했다."
"현재 목적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해체해서 다른 곳에 재배치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과거 전시용 파빌리온이었던 건물은 현재 아프리카에서 최대 도시 빈민 지역으로 꼽히는 키베라 내 학생 600명이 공부하는 학교가 됐다.
네덜란드 사진 작가 이완 반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교육을 제공하는 12개의 교실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 건축가 및 키베라 지역 구성원 20명이 쉽게 운반하고 변형할 수 있는 모듈식 비계시스템(부재를 레고처럼 조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활용해 2개월간 완성해냈다.

사진 출처, Vector Architects / Su Shengliang, Chen Hao / Bui
알릴라 양쇼우 호텔, 광시 자치구, 중국
벡터 아키텍트
생태계 보호 구역인 고대 마을 속 1960년대 설탕 공장이 벡터 아키텍트에 의해 고급 호텔이 됐다. 건물만큼이나 풍경이 뛰어난 곳이다. 이 호텔은 과거 사탕수수를 리 강에 있는 배로 옮길 때 쓰던 트러스(지붕교량 따위를 버티기 위해 떠받치는 구조물)를 새로 지어진 수영장의 구조물로 활용했다.
기존 건축은 대부분 유지되거나 단순화되었고, 호텔의 한 면을 바로 옆 도로의 소음을 막아주는 방음 장벽으로 만들었다.

사진 출처, Iwan Baan / Building for Change, Gestalten 2022
자이츠 아프리카 현대 미술관, 케이프타운, 남아프리카 공화국
헤더윅 스튜디오
1920년대 케이프타운 내 빅토리아 앤드 알프레드 워터프론트에 지어진 곡물창고다. 이곳은 1970년대 중반까지 사하라 이남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지만, 1990년 이후 쓰임이 끊겼다. 변화를 위한 건물은 "이 농업용 구조물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식민지 역사의 상징이며 포스트 아파르트헤이트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부정하지 않고 현대 아프리카와 디아스포라 예술을 위한 세계 최대의 전시관으로 새롭게 변형됐다." 런던의 헤더윅 스튜디오는 곡물용 리프트와 별관을 구성하던 42개의 콘크리트 튜브 중 8개를 활용해 6층 규모의 전시장에 80개의 작은 갤러리를 배치했다. 또한 "이 공간의 본질과 복잡성을 느낄 수 있도록" 중앙에 거대한 공백을 만들었다.

사진 출처, Koji Fujii / TOREAL / Building for Change, Gestal
카미가쓰 제로 웨이스트 센터, 카미가쓰, 일본
나카무라 히로시 & NAP
변화를 위한 건물에 따르면, "2003년 폐기물 소각로를 강제 폐기한 한 일본의 지자체는 매립 또는 소각을 줄이기 위해 지역 주민이 생산한 모든 폐기물을 재사용 또는 재활용할 것을 촉구하는 제로 폐기물 선언을 발표했다."
"폐기물을 가까운 도시로 보내는 대신, 주민들이 재활용 및 재사용을 위해 자원을 분리하고 조달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은 그때 만들어졌다." "폐기물 센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이 곳에는 재생품 판매 상점, 커뮤니티 홀, 세탁소, 호텔, 재사용에 대한 연구 및 교육 공간 등이 들어섰다.
말발굽 모양의 이 센터는 지역 인구 감소로 버려진 주택, 학교, 정부 건물의 폐기물을 모아 벽을 만들고 버섯 재배에 쓰였던 플라스틱 상자로 보강했다. 현재 이 지역 주민들의 폐기물 재활용율은 80%로 전국 평균인 20%보다 훨씬 높다.

사진 출처, Su Sheng Liang / Building for Change, Gestalten 20
칭롱우 캡슐 호텔 및 도서관, 진화, 중국
아틀리에 tao+c
과거 헛간으로 쓰이던 곳이다. 현지에서 조달한 대나무로 만든 책장들이 20개의 캡슐 침실을 에워싼다. 욕실은 지붕 공간에 있다. 건축사무소 아틀리에 tao+c는 건물 곳곳에 캡슐 침실을 흩어 놓고 높이를 높여 무게감을 덜어냈다. 개별 침실은 건물의 외벽과 떨어져 있고, 책장 안쪽에 감춰진 철제 그리드를 통해 사생활을 보호한다.

사진 출처, Ángel Verdasco Arquitectos / Building for Change,
EOI 멜리야 어학원, 멜리야, 스페인
앙헬 베르다스코 아르케텍토스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스페인의 자치 도시 두 곳 중 하나인 멜리야는 모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변화를 위한 건물에 따르면, 2003년에 중앙 시장 건물이 문을 닫게 됐다. 90년 된 이 공간은 그동안 "도시의 기독교, 무슬림, 유대인 공동체를 연결하는 사회적 촉매"였다. 때문에 갑자기 "시민들의 응집력에 구멍이 생겼다."
건축사무소 앙헬 베르다스코 아르케텍토스는 2008년 이곳을 재생하기 위한 경쟁 입찰에서 시장이라는 공간의 사회적 가치를 살려 음악, 어학, 성인 교육 센터로의 탈바꿈을 제안했다. 멜리야에 있는 다양한 공동체의 상호작용 공간을 만들어 "문화간의 연결"을 이뤄내겠다는 제안이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시장 벽은 그대로 남겨두어 내부를 "사라질 수 있었던 시장의 기억과 정체성"을 구축했다. 알루미늄 격자 프레임은 현지 이슬람 건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구멍을 뚫어 내부 공간의 빛과 환기를 제어한다.

사진 출처, Ángel Verdasco Arquitectos / Building for Change,
변화를 위한 건축에 따르면, 버려졌던 시장 건물의 내부는 해체돼 그 안에 "역사적인 건물의 사회적 목적을 반영하는 새로운 구조가 들어섰다." "센터는 이 지역에 사는 다양한 공동체의 매개 공간 역할을 하며 시장을 새로운 목적으로 활용하면서" 다문화주의를 촉진하고 있다.

사진 출처, Taran Wilkhu / Building for Change, Gestalten 2022
캐슬 에이커 워터 타워, 노퍽, 영국
톤킨 류
변화를 위한 건축에 따르면 "1952년에 영국 노퍽에 지어진 이 워터 타워에 대해 지자체는 활용가치가 더 없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과거 비행장에 세워졌다가 이후 고철로 경매되었던 곳이다." 그런데 운 좋게도 이를 구입한 사람이 이 탑을 집으로 개조했다. 건축가는 리본 창을 자르고 물 탱크의 벽을 이루던 강철 판넬을 줄기만 남겨 주변 풍경을 방 안으로 가져왔다.

사진 출처, Dennis Pedersen - left image / Taran Wilkhu - righ
또한 타워에 목재 계단을 울타리처럼 둘러 강풍에 지붕이 날아가는 것을 방지했다. 계단은 열을 방출하거나 창문을 닫았을 때 공기가 순환하는 통로로도 활용된다. 재활용된 알루미늄 플라스틱 패널과 탱크에서 떼어 낸 강철 결착철(지붕틀이나 아치 따위의 하단이 벌어지지 않게 죄고 있는 것) 등의 폐자재도 재사용했다.

사진 출처, Iwan Baan / Building for Change, Gestalten 2022
타이퀀 문화예술센터, 홍콩
헤르조크 앤드 드 뫼롱
변화를 위한 건축에 따르면, "1841년 홍콩을 식민지로 편입시킨 영국은 중앙 경찰청, 중앙 법원, 빅토리아 교도소 등이 있는 복합 공간을 만들었다." 그만큼 건물이 너무 오래되어 건축 관련 기록이 없었다. 때문에 새롭게 이곳을 활용하려는 엔지니어는 적절한 수리 방법을 찾기 위해 포렌식 검사를 실시해야 했다. 두 개의 새로운 구조물을 만들 때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었다.
기존 건물의 손상을 피하기 위해 작업 중 진동을 최소화해야 했고, 현재 문화 및 쇼핑 센터로 공간 이용도가 높은 이곳에 혁신적인 방식으로 기초를 만들어야 했다.

사진 출처, Jin Weiqi / Building for Change, Gestalten 2022
레이크사이드 플러그인 타워, 베이징, 중국
인민 건축 사무소
레이크사이드 플러그인 타워는 보호된 농지 지역에 세워진 것으로, 모듈식 건축의 장점을 보여준다. 현장의 생태계, 지하수위, 야생동물 등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향후 제거해 다른 곳으로 옮기기 쉽도록 지면과의 접합을 최대한 가볍게 했다. 변화를 위한 건축은 "이 모듈은 조립식 공장에서 쉽게 운반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숙련된 작업자 없이도 조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형태 및 구성이 가능해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창의적인 조합을 만들어 다양한 뷰와 색상, 질감을 얻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레이아웃과 모양, 크기, 색상을 건축가가 통제하던 방식에 변화가 생겨났다. 건물의 수명 또한 거의 무기한으로 연장됐다. "플러그인 구조가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질 수 있는 기술과 거주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