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극단선택…정작 아이는 선택한 적이 없다

완도 앞바다에서 조유나 가족이 탄 차량을 수색 중인 경찰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숨진 조 양은 학교에 '제주 한 달살이' 교외 체험학습을 신청했지만 기간이 끝나고 나서도 등교하지 않았다

지난 29일 조유나(10)양이 실종 29일 만에 전남 완도 앞바다에서 부모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30일 조 양 가족에 대한 1차 부검을 한 결과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외상이나 질병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익사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정확한 사망 원인과 경위를 밝히기 위한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자녀 살해 후 극단선택' 예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00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언론 보도 사례를 분석한 결과 가족을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미수에 그친 사건은 총 426건에 달했다. 이 중 피해자에 자녀가 포함된 경우는 절반 이상인 247건이었다.

흔히 '부모-자녀 동반자살'로 불리는 '자녀 살해 후 극단선택'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대부분의 경우 가해자가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범죄 통계에 집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동보호 및 사회복지 기관에서도 해당 사례를 아동학대에 이를 포함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는 알려진 사례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강미정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장은 BBC에 "지금까지 언론에서 자녀 살해 후 극단선택 사건이 보도된 후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되는 경우가 없었다"며 "이미 학계에서는 이를 극단적인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연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이를 아동학대에 포함해 관련 대책을 마련해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1991년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이 생명에 관한 고유의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당사국 정부는 아동의 생존과 발달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아동권리주간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박주영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동반자살은 가해 부모의 언어"라고 강조했다

'동반자살 아니라 명백한 살인'

부모가 아이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실패해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2020년 울산지방법원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경제적 어려움과 양육 부담 등으로 인해 아이를 살해한 후 극단선택을 시도했다가 살아남은 피고 2명의 살인 혐의를 인정해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당시 판결문은 '우리는 살해된 아이의 진술을 들을 수 없다. 동반자살은 가해 부모의 언어다. 아이의 언어로 말한다면 이는 피살이다. 법의 언어로 말하더라도 이는 명백한 살인이다'라고 밝혔다.

올해 초 창원지방법원 형사4부(장유진 부장판사)는 빚 독촉에 시달리다가 아들을 살해한 피고에 대해 징역 7년 형을 선고했다.

딸, 아들 등 직계비속에 대한 범죄도 조부모와 부모 등 직계존속에 대한 범죄와 마찬가지로 가중처벌하도록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형법 제250조 2항은 본인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 살인 양형 기준(5년 이상 징역)보다 높다.

강 팀장은 "(존속 살해와 대조적으로) 자녀 살해는 일반 살인으로 분류되고 영아 살해는 일반 살인보다 최고 형량이 낮다"며 "법이 대중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관련 법률도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는 부모 혼자 키우는 것 아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체계적인 조사를 기반으로 위기 가정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팀장은 "무엇보다 정부가 '자녀 살해 후 극단선택'을 아동학대로 규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며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20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가 좋은 출발이 되길 기대했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은 총 43명이라고 발표했다. 해당 통계에는 전국 각 경찰청에서 취합한 '아동학대치사죄', '아동살인죄',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과 언론을 통해 인지된 사례들이 포함됐다.

국제 아동권리 비영리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은 2020년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자녀 살해 후 자살'을 포함해 지표화하고 위기 가정을 사전에 찾아내는 등 사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언론이 더 이상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의견서를 보낸 바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가족이 아닌 경우 (정부의 위기 가정) 레이더망에 포착되기가 어렵다"며 "심리 상담 및 치료 등 위기 가정에 대한 사회 서비스 개시 기준을 소득이 아닌 문제 기준으로 책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가 효과적인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내 소셜워크 등 시스템 강화를 통해 (위기 가정의) 문제를 조기에 발견한 다음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관련 기관으로 이관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때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