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기후 소송단: '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돈 빌리고 안 돌려주나요?'

"나중에 헌법재판소에 또 가서 말하고 싶어요. (환경보호) 법을 그렇게 약하게 하면, 어른들이 친구에게 돈 빌리고 나중에 안 돌려주는 것과 다름없다고요."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다는 초등학교 4학년 한제아(10) 양은 지난 13일 헌법재판소에 기후 위기 관련 헌법소원을 청구한 경험을 BBC에 전했다.
한 양을 포함해 5세 이하 39명, 6~10세 22명, 그리고 20주 차 태아 1명으로 구성된 62명의 '아기 기후 소송단'의 목표는 환경 보호 법을 강화하는 것.
구체적으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이 미래세대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보장할 수 없어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이 법안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번 소송은 청구인에 '태아'가 포함돼 국내외에서 관심을 받았다.
소송단은 40%라는 감축 목표로는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없으며,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미래 세대의 몫이라고 주장한다. 이대로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환경 빚'을 지게 된다는 뜻이다.

사진 출처, News1
'친구들이랑 놀 때, 학교 갈 때 불편해요'
한 양은 왜 현행법이 강력하지 않다고 느끼는 걸까.
"사람들은 여전히 아무 데서나 담배 피고 쓰레기를 버리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랑 밖에서 놀 때 주변에서 담배 냄새가 너무 많이 나고 쓰레기도 있어서 불편하거든요."
그러면서 "등굣길에도 (미세먼지 등으로) 앞이 뿌옇게 보일 때가 있는데 계속 불안한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담배는 개인 건강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7000여 종의 독성 화학물질을 비롯해 담배 필터는 초미세 플라스틱도 함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발행한 보고서에서 매년 담배 생산 및 소비로 인해 800만 명이 사망하고 나무 6억 그루, 토지 20만ha, 물 220억t이 사라지며 이산화탄소 8400만t이 배출된다고 밝혔다.
한 양은 "법을 더 강력하게 해야 한다"며 "사실 40%는 반도 안 되기 때문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70%에서 90%까지 늘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이 자기 잘못이 아니라 기업 잘못이라고만 하지 말고 모두가 다 잘못하고 있다는 걸 인정했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우리 지구가 (환경오염 때문에) 나중에 멸망한다면 지금 어른들은 없을 거잖아요. 책임도 안 지고 (어린이들에게) 떠넘기려고 해서 기분이 나빠요."
'친구들도 대부분 다 그래요'
한 양은 학교에서 환경 수업을 들으면서 환경 오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동네 주민들과 기후 행동을 하는 엄마의 영향도 있었다.
한 양은 "(일상에서는) 길에 있는 쓰레기를 주워서 버리거나 내 쓰레기는 주머니에 넣어놨다가 쓰레기통을 찾아서 버리는 등의 노력을 한다"며 "친구들도 대부분 다 환경을 지키려고 하고 쓰레기도 안 버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에 청구서를 제출하러 갈 때는 직접 써온 글을 현장에서 읽기도 했다.
"어른들은 자꾸 엄마가 시켜서 한 거라고 해요. 아이가 저렇게 말할 리 없다고요. 제가 쓰고 싶어서 쓴 건데, 전달이 안 된 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소송을 준비한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는 "처음에는 열 명 정도 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 제출) 전날까지도 동참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일단은 공개 변론 기회가 주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10대가 나섰다
지난 수년간 국내외에서 청소년 및 어린이들의 기후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 3월에는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이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등 현행 법령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소극적으로 규정해 청소년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 사건은 아직도 심리 중이다.
포르투갈에서는 10대 남매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참여한 유럽 33개국을 상대로 기후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최초로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책임을 인정한 네덜란드 '우르헨다 판결' 등 기념비적인 판례도 나왔다.
지난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연방 기후변화법이 일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해당 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이상 줄이는 것을 의무화했는데, 2030년 이후 충분한 목표를 제시하지 못해 미래세대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독일 헌재는 판결 요지에 "기본법 제2조2항에 따르면 국가는 기후 변화 위협으로부터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이는 나아가 미래세대를 보호하기 위한 객관적 의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