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수능: 8시간 서서 감독하고 민원까지… 감독관도 수능이 괴롭다

감독관들은 1교시 정감독이 되는 것을 가장 부담스러워한다. 전체 시험 안내가 이뤄지기에 챙길 일이 가장 많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감독관들은 1교시 정감독이 되는 것을 가장 부담스러워한다. 전체 시험 안내가 이뤄지기에 챙길 일이 가장 많다
    • 기자, 김효정
    • 기자, BBC 코리아

날아가는 비행기도 멈추는 수능 날은 공기조차 긴장감이 팽팽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긴장 속에서 수능을 치르는 사람은 수험생뿐만이 아니다. 교사들도 일생일대의 시험을 감독해야 하는 날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시험을 장시간 조심스레 감독하는 업무는 그만큼 부담스러운 일이다.

수능 시험장에 배치되는 인력은 본부 담당 교사, 보건 교사, 경찰과 보안 인력 등을 합쳐 매년 12만여 명 안팎이다. 이 가운데 감독관은 전체 인원의 80%를 차지한다.

2020년에는 11만8000명 가운데 감독관이 8만4000여 명이었다. 감독관들은 한 교실에 2명(4교시에는 3명), 복도에 1명씩 배치된다.

장시간의 고된 노동... 체력 소모 심해

"3·4 교시 정도 되면 눈앞이 정말 아득해져요. 다리뿐만 아니라 허리, 척추까지 아파서 서 있기가 괴로울 정도로 힘들죠. 수능 끝나고 몸살 나는 선생님들이 정말 많거든요."

서울시 고등학교 교사 권유나(가명) 씨는 우선 체력 소모가 감독관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5시 이후까지 종일 시험장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원래 감독관들에게는 의자도 주어지지 않았다. 정자세로 긴 시간을 버텨야 하는 교사들의 요구가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지난해 수능 때 처음 도입됐다.

다만 감독관 의자 사용 관련 조건이 있다. 잠시 동안만 앉을 수 있고, 3명의 감독관이 입실하는 4교시에는 2명의 감독관이 동시에 앉을 수 없다.

하지만 막상 의자가 있어도 앉으면 감독이 쉽지 않아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는 많이 없다는 게 권 씨의 설명이다.

"키 높이 의자가 아니라, 학생과 같은 의자를 쓰다 보니 눈높이가 낮아지게 되죠. 이 때문에 제대로 감독을 못 할까 봐 1~2분 정도 밖에 앉아 있기가 힘들다고들 해요. 다른 감독관분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엄청난 부담감과 압박감이 있어서 앉아 있기가 힘든 경우가 많아요."

지난해 12월 3일 수능을 마치고 교문을 나온 한 수험생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지난해 12월 3일 수능을 마치고 교문을 나온 한 수험생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각종 민원으로 심리적 압박감도 커

감독관들은 1교시 정감독이 되는 것을 가장 부담스러워한다. 전체 시험 안내가 이뤄지기에 챙길 일이 가장 많다.

경기도 고양시 고교 교사인 이태훈 씨는 "떨리는 시간은 압도적으로 1교시"라며 "가장 예민한 부정행위와 관련한 소지품 검사도 이때 한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다른 교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긴장감이 크다"고 했다.

수능 감독관은 자신이 어떤 교시에 어떤 역할로 들어가는지 알지 못한 채 고사장으로 향한다. 교시별로 입실 직전에 역할을 배정받는데 이때 희비가 엇갈린다고 한다.

이 씨는 "감독관 선생님들이 1교시 제1감독관(정감독)만 피하면 엄청나게 행복해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수능 감독관들은 행동 하나하나가 매우 조심스럽다.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실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독관들에게는 50장 분량의 매뉴얼이 주어진다.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는 모두 금지다.

예를 들어 냄새가 나는 향수나 화장품은 사용하면 안 되고, 소리 나는 신발을 신거나, 화려한 무늬의 옷과 짧은 치마도 입으면 안 된다. 패딩 점퍼도 움직일 때 소리가 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환기를 시키는 것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에게는 신경 쓰이는 일이 될 수 있기에 한 자리에 오래 서 있는 것도, 너무 자주 움직이는 일도 피해야 한다.

이 씨는 이 때문에 감독관들이 가만히 서 있는 것 같아도 머릿속으로는 수만 가지의 생각이 오간다고 했다.

"어떤 학생이 다리를 떠는데 그걸 제지를 안 했다 그러면 나중에 '감독관 때문에 시험을 못 봤다'하는 항의 글이 올라거든요. 그런데 감독관 입장에서는 다리 떠는 학생에게 가서 '다리 떨지 마세요'라는 말도 매우 조심히 해야 해요. 그 말이 또 이 학생에게는 수치심으로 다가오거나 시험에 데 방해도 될 수 있으니까요."

감독 교사를 대상으로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

지난해 국민권익위가 파악한 민원에 따르면 2020학년도 수능이 치러졌던 2019년에는 290여 건, 2020년은 11월까지 약 150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상당수가 수능 감독관의 행동이나 복장에 관한 것이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앞둔 11일 경기 화성 동탄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이 시험장 배치도, 시험 시간표, 휴대폰 보관가방, 감독관 업무 안내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앞둔 11일 경기 화성 동탄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이 시험장 배치도, 시험 시간표, 휴대폰 보관가방, 감독관 업무 안내 등을 점검하고 있다

권유나 씨 역시 첫 수능 감독관 때 아찔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시험 시간 내에는 휴대폰 소지가 금지라 공지를 하고 수거를 했지만, 2교시 자습 시간에 한 학생이 휴대폰을 들고 있었던 것. 휴대폰 소지는 부정행위로 간주된다.

"그 학생이 엉엉 울면서 '감독이 제대로 말을 안 해줬다'라고 한 거예요. 다행히 부감독 선생님이 지난해 비슷한 일을 겪으셔서 제가 그 말을 세 번 했다는 걸 체크를 해놓으셨더라고요. 정말 아찔했어요."

그 이후 수능 감독을 여러 차례 했지만, 권 씨는 수능 때만 되면 그때 생각이 난다.

"나이가 많은 여학생이었는데 예전에는 수능 때 휴대폰을 수거하지 않았거든요. 과거 경험 때문에 이를 간과했던 거 같은데, 마음이 아프고 불편했어요."

민원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심하면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지난해 수능 때는 서울 덕원여고에서는 4교시 첫 번째 선택과목 시험 종료종이 2분가량 일찍 울렸다. 감독관들은 시험지를 걷어갔다가 오류를 발견하고 학생들에게 시험지를 다시 배포해 문제를 풀게 했다. 학생들은 감독관을 대상으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2014년에는 한 수험생이 영어 듣기평가 방송 때 감독관의 휴대전화 진동 소리 때문에 시험을 망쳤다며 자살을 예고하는 소동도 있었다.

이러다 보니 교육과정평가원은 전체 감독관을 대상으로 매해 보험을 들어 수능 이후 있을 소송에 대비한다.

체력적·심리적 부담이 상당하기에 교사들은 '수능 감독관'으로 가는 상황을 반기지는 않는다. 자원자는 거의 없어 연차가 낮은 교사가 도맡는 경우가 많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중·고교 교사 48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의 의사와 달리 어쩔 수 없이 수능 감독을 맡았던 경험이 있는지에 93.6%가 '그렇다'라고 했다.

사진 출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코로나 상황에서 치르는 두 번째 수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로 감독관들이 신경 써야 할 일은 더 늘었다. 학생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 살펴야 하고, 혹시나 모를 감염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유증상자나 자가 격리자가 있는 별도 고사장에 들어가는 일도 교사들의 몫이다. 현장에서는 자원자를 먼저 받아 인력을 채운다. 방호복을 입고 환기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실내에서 버티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이렇게 하고 받는 수당은 올해 기준 일당 15만원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신경 쓸 게 많다는 이유로 지난해에 비해 1만원 인상됐다.

하지만 감독관 부담을 갖느니 수당을 포기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15일 전국 중·고교 교사 48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의 의사와 달리 어쩔 수 없이 수능 감독을 맡았던 경험을 묻는 답변에 응답자의 대부분이 93.6%가 '그렇다'라고 답할 정도였다.

또 현재 조건대로 감독관을 모집한다면 자발적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물음에는 90.7%가 '아니다'라고 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26일 대전시교육청에서 시험장 감독관이 착용할 보호구를 시연하고 있다. 왼쪽 4종보호구는 일반시험장 유증상자를 위한 별도시험실용 오른쪽 레벨D 개인보호구는 자가격리자를 위한 별도시험장과 확진자를 위한 병원시험장용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수능에 감독관이 착용하는 개인보호구. 왼쪽 4종보호구는 일반시험장 유증상자를 위한 별도시험실용 오른쪽 레벨D 개인보호구는 자가격리자를 위한 별도시험장과 확진자를 위한 병원시험장용

이 씨는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고 임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나 백신 접종이 없었던 작년에는 현장의 불안감이 컸다.

그는 "수당을 2, 3배를 준다고 한들 누가 그걸 하겠다고 나서겠나. 그래도 인원이 필요하고 거기에 자원하시는 분들은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한다"라고 했다.

'수능의 무게감'

인터뷰에 임한 교사들은 큰 부담감이 결국은 수능이 한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무게감'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훈 씨는 학생들의 표정을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며 "기특하면서 씁쓸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수험생들이 시험을 끝내고 교문 밖에서 부모님을 만나는 모습을 보면 되게 안쓰러워요. 수능이 너무 중요한 시험이지만 언제까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압박감 있는 시험이어야 할까... 그런 생각이 들죠."

권유나 씨도 "이 시험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지만,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는 무게감 있는 시험임을 감독관 교사들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압박감이 크지만, 수험생들을 응원하며 서 있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