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에 중국 청년들이 고향 가기 꺼리는 이유

설을 맞아 바쁘게 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 출처, REUTERS

    • 기자, 리 루오
    • 기자, BBC 뉴스

설(춘절)을 며칠 앞둔 지금, 유웬(33)은 “선택할 수만 있다면 절대 고향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웬은 현재 6개월 이상 실직 상태이다.

거의 3억8000명에 달하는 중국 국내 이주 노동자 중 상당수는 1년에 한 번, 바로 설에만 고향에 갈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선 가족들을 다시 만나는 최대 명절이다.

그런 까닭에 중국 전국에서 시민들이 이동하는 ‘춘절 러시’는 매년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올해 용의 해를 맞아 중국 당국은 90억 건의 이동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웬은 급여와 복지 등 자신의 상황에 대해 속속히 다 아는 친척들로부터 잔소리를 들을 것이기에 차마 고향에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유웬의 부모님도 아들의 실직에 대해 알고 있으며, 별다른 압박을 주지 않지만, 다른 친척들은 실직 사실을 아직 모른다. 유웬은 부모님께 친척들에게 자신이 여전히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말해달라고 했다.

보통 한번 가면 일주일 이상 고향 집에 머무르며 친척들을 만났지만, 이번엔 3일 동안만 있을 예정이다. 유웬은 “빨리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홍슈’, ‘웨이보’ 등 중국의 인기 SNS 플랫폼엔 집에 설 기간 고향에 가지 않겠다는 청년들의 글이 수백 개다. 유웬처럼 이들 중 일부는 최근 일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6월 공식 자료에 따르면 16~24세 도시 인구 5명 중 1명 이상이 실업 상태다. 이후 지난달까지 중국 당국은 청년 실업률 데이터 공개를 중단했다. 발표를 재개한 지금, 청년 실업률은 14.9%를 기록하고 있으나, 해당 데이터엔 학생은 제외됐다.

수십 년간의 고속 성장을 이뤄온 중국 경제는 현재 활력을 잃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 기대했던 만큼 회복하지도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폭락했으며, 지방 정부의 부채는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경제에 대한 신뢰 위기가 가장 큰 문제인 듯하다. 투자자들은 중국 지도부가 경제 발전보다 당의 통제력을 우선시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체제하에 IT분야부터 사교육까지 사기업에 대한 통제와 단속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주장이 점점 더 강해지고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도전하면서 서방과의 관계도 악화하고 있다.

사실 유웬 또한 사기업 단속의 피해자다. 지난 2014년, 유웬은 고향 허베이성에서 약 185마일(약 297.7km) 떨어진 수도 베이징에서 중국어 교육 전공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1년 전 시 주석이 해외에서의 중국 영향력을 키우고자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시작하면서 “이러한 국가 정책의 물결에 편승”하기 위해서였다.

졸업 후, 유웬은 곧바로 개인 과외 기업에 취직해 중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외국인 강사 관리 및 교육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2021년 7월, 중국 정부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면서 개인의 영리적 목적의 과외를 금지했다. 이는 1200억달러(약 159조원)의 시장 규모를 자랑했던 중국의 과외 산업에 치명타를 입혔다.

유웬 또한 어쩔 수 없이 이 분야를 떠나야만 했고, 그렇게 지난해 1월 IT 대기업에 취직했다. 이곳에선 해외 플랫폼의 라이브 스트리밍 규칙을 만들고, 유명한 인플루언서들의 업무를 감독하는 일을 맡았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5개월밖에 일하지 못했다. 미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IT 기업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을 가하면서 그가 다니던 기업 또한 해외 사업 부문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의 지난해 7월 보고서에 따르면, 이때도 벌써 2020년 이후 IT 대기업에 대한 규제 및 단속으로 이미 1조달러 이상의 가치가 사라진 상황이었기에 계속 견디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지난 6개월간 유웬은 1000개가 넘는 이력서를 보냈다. 기대 연봉 수준까지 낮췄지만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처음엔 꽤 평정심을 유지했지만, 점점 불안해졌습니다. 구직이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습니다.”

버스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

사진 출처, HANDOUT

사진 설명, 유웬은 고향 집에서 가능한 한 빨리 돌아와 친척들과의 만남을 피하고자 한다

한편 남부 선전시에서 피트니스 강사로 일하는 칭펑(28)은 이번 설에 홀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부모님께는 고향에 가는 표를 살 수 없었다고 거짓말했다.

“새해를 맞아 집에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지만 부끄럽습니다.”

2019년 군에서 제대한 이후 칭펑은 피트니스 강사로 일하기 시작했고, 상하이에서 2만위안(약 368만)을 벌었다. 그리고 지난해 근처 홍콩에서 공부하는 여자친구와 더 가까이 있고 싶어서 선전으로 이사했다.

그러다 안정성을 위해 외국계 무역 기업에 취직했다. 월급은 4500위안에 불과했다. 월세만 최소 1500위안이었기에 제대로 생활하기도 벅찼다.

중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 분야는 현재 서방과의 관계 악화로 인해 부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2달 만에 직장을 그만두게 된 칭펑은 현재 이번 설 연휴 이후 새로 개업하는 헬스장에 취직했다. 그러나 지난해 저축했던 돈을 거의 다 썼기에 가족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칭펑은 자세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주식 시장에서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고만 말했다.

실제로 이번 달 초, 중국 증시는 5년 만에 최저치로 폭락했다. 베이징 소재 미국 대사관이 운영하는 웨이보 계정은 돈을 잃은 중국 투자가들이 몰려들며 ‘통곡의 벽’이 됐다. 일부 이용자는 미국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현 지도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홍콩의 야경을 배경으로 서 있는 남성

사진 출처, HANDOUT

사진 설명, 칭펑은 홍콩에서 공부하는 여자친구와 더 가까이 있고 싶어 남부 선전시로 이사했다

경기가 좋지 않은 지금, 칭펑은 새로운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했다. “최근 여러 대형 헬스장들도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문을 닫은” 상황이다.

한편 귀향을 꺼리는 데는 경제적인 요인만 있는 건 아니다. 일부 미혼 여성은 명절을 맞아 결혼하라는 가족들의 잔소리를 피하고 싶다고 말한다.

샤오바(35)도 그중 한 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제외하면 샤오바가 설에 고향에 가지 않기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는 샤오바는 “나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한다. 도시 지역에 갈 때마다 어머니는 갑자기 대뜸 소개팅할 남자를 찾았다면서 나오라고 합니다. 말도 안 된다”고 호소했다.

중국의 인구는 2년 연속 감소세를 그리고 있다. 저출산은 중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동력인 청년 근로자들이 사라진다는 의미이다.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점점 더 기피하고 있다. 혼인 신고 건수는 9년 연속 감소세다.

지난해 10월, 시 주석은 여성들이 전통적인 가치를 증진하는 “고유한 역할”을 맡은 존재라면서 인구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결혼 및 출산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연설했다. 그러나 지금껏 결혼과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샤오바는 더 이상 결혼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즐기고 있다. 올 설 연휴에도 혼자 사는 선전시의 아파트에서 고양이와 함께 CCTV 방송국의 쇼를 보면서 지낼 계획이다.

한편 유웬은 내년 설엔 상황이 나아져 있길 바란다.

“나는 굳은 의지가 있기에 해내리라 믿는다. 포기하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유웬 또한 “2024년 경제에 대해 매우 낙관적으로 보진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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