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4.5∼5%' … 1991년 이후 최저

3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개회식에서 자리에 앉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창 총리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5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회식에서 포착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창 총리
    • 기자, 오스몬드 치아
    • 기자, 비즈니스 전문기자
  • 읽는 시간: 5 분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국내외 여러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5일(현지시간)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4.5%~5% 범위로 하향 제시했다.

이는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자, 2023년 '약 5%대'로 목표를 낮춘 이후 4년 만에첫 하향 조정이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목표치를 아예 설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세부 내용은 중국의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공개됐으며, 제15차 5개년 계획 일부 내용도 함께 발표됐다.

중국 당국은 소비 부진, 인구 감소, 지속되는 부동산 위기, 글로벌 무역 긴장,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압박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하면서 경제 구조를 개편하고자 노력 중이다.

한 중국 전문가는 BBC에 "이번에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중국은 목표 달성을 위해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지 않고도 "경제를 운영할 여유가 더 생겼다"고 표현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의 제이슨 베드퍼드는 "중국은 특히 팬데믹 기간 목표를 유연하게 설정했으나, 이것이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개막해 보통 최소 일주일간 진행되는 양회 행사에서는 국가의 최고 지도부가 연이어 회의를 진행한다.

BBC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리창 총리 이름으로 발표된 46쪽짜리 보고서에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목표치와 최신 5개년 계획의 세부 목표가 포함됐다.

2030년까지의 중국 경제 발전 목표를 담은 이 제15차 5개년 계획의 전문은 회의 마지막 날 표결에 부쳐지게 되며, 국영 매체를 통해 이후 1~2일 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 총리는 정부 인사들에게 이번 5개년 계획에는 혁신, 첨단 산업, 과학 연구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가계 소비 촉진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국내 소비 부진으로 수출 의존도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중국 당국의 우려뿐만 아니라 자국 제조업을 고도화하겠다는 야망을 잘 보여준다.

해당 보고서는 앞으로 5년간 과학기술과 교통,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자국의 산업 역량 확장을 위한 100여 개의 대형 프로젝트 계획도 나열했다.

리 총리는 중국이 녹색 에너지 추진을 주도하며 탄소 배출을 줄이고 환경 보호를 더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보고서에는 "아이 낳기 좋은 사회"를 건설하고, 국내 고용과 교육, 의료 관련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현재 중국은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 문제를 겪고 있다. 이는 정부의 경제 활성화 계획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2021~ 2025년 기준 중국의 연간 GDP 목표치(붉은색)와 실제 성장률(푸른색) 그래프
사진 설명, 2021~ 2025년 기준 중국의 연간 GDP 목표치(붉은색)와 실제 성장률(푸른색)

올해 1월에 발표된 공식 수치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까지 전체적으로 5%의 경제 성장률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지난해 마지막 3개월 동안은 국내 소비 부진과 장기적인 부동산 위기로 인해 경제 성장률이 4.5%로 둔화했다고도 밝혔다.

아울러 중국 전체 지방 성 중 3분의 2 이상 또한 성장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아예 목표치를 낮추거나, 더 높은 목표치를 제시하기보다는 '대략 몇 %'라는 식으로 표현을 바꾸는 식이다.

중국의 새로운 경제 목표치에 대해 '중국 마이크로 그룹'의 정책 분석가인 저우 정은 복잡한 국내 문제와 까다로운 글로벌 무역 환경에 대응하는 "현실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로 긴밀히 얽혀 있고 해결에도 시간이 걸리는 여러 주요 문제들을 동시에 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경제는 여전히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의 닝 렁 연구원은 다른 지표들은 중국 경제가 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액면 그대로 보기보다는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부문의 위기가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으며, 이는 내수 소비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시장은 한때 중국 경제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했으며, 지방 정부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그러나 현재 다수의 지방 정부가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부동산 업계에서 발생한 문제는 전국적인 해고와 임금 삭감으로도 이어졌다.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시 주석과 중국 주요 관료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연례 회의 기간에 맞춰 중국 최고 지도부가 베이징에 집결했다

중국 경제를 지지해 온 주요 요소는 제조업과 수출이었다. 지난해 중국은 1조1900억 달러(약 1757억원)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닝 연구원은 이는 중국이 내부 경제의 빈틈을 메우고자 수출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이는 미국이 감지할 수 있는 약점이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중국의 수출 의존적인 경제 구조는 큰 압박을 받고 있다.

닝 연구원에 따르면, 이로 인해 중국은 자국 제품의 수출을 보장하고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시장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올해 첫 대면 회담을 할 예정이다.

한편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으로 인해 중국은 올해 들어 값싼 석유를 공급받던 주요 공급원 2곳을 잃었다. 또한 미국이 1월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사살하면서 베네수엘라산 석유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수년간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면서,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줄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