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상봉'...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혀 있던 태국인 노동자 17명 귀국
- 기자, 탄야랏 독손, 켈리 응
- 기자, BBC News
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혔다 풀려난 태국인 17명이 귀국하면서 지난 30일(현지시간) 방콕 국제 공항에선 기쁨의 상봉이 이뤄졌다.
50일 가까이 억류됐다 풀려난 폰사완 피나칼로(30)는 공항 밖에 마중나온 아버지 콩파나 수들라마이의 얼굴을 보자 그 앞에서 무릎 꿇고 눈물을 터뜨렸다.
아버지 수들라마이도 기쁨에 찬 얼굴로 달려가 아들을 껴안았다. 미소 짓던 수들라마이는 어느새 안도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수들라마이는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면서 “아들이 떠난 기분이다. 그러나 아들은 우리에게 돌아왔다”고 말했다.
태국인 인질 석방은 하마스가 지금껏 이스라엘 여성과 아동 70명을 풀어 준 합의와는 별개로 진행됐다.
지난 이틀간 풀려난 태국인 인질 6명은 건강 검진을 위해 이스라엘에 머물고 있다. 한편 아직 하마스가 억류 중인 태국인도 9명 남아 있다.
이번에 이스라엘에서 납치된 외국인 노동자는 대부분 태국 국적이다. 이스라엘에는 농장 등에서 일하는 태국인이 3만 명이 이른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외국인 집단이 바로 태국인이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임시 휴전이 6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하마스는 지난 10월 7일 납치해간 인질 240명 중 102명을 석방했다. 그 대가로 이스라엘 또한 자국 교도소에 있던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210명을 풀어줬다. 상당수가 여성과 청소년이다.
그리고 당시 하마스는 1200명을 살해했는데, 그중 39명이 태국인이다.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 지구의 보건 당국은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으로 가자 지구에서 1만4500여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한편 수들라마이가 아들 피나칼로로부터 받은 마지막 메시지는 “아빠, 엄마 정말 사랑해요”였다. 사건 당일 공격이 시작된 직후 보내온 문자였다.

수들라마이는 원래 인질 명단에 아들이 없었기에 희망을 잃어가던 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공격 이후 5일째 되던 날, 당국은 수들라마이에게 아들이 일하던 키부츠(집단농장)에서 살해된 노동자 3명의 사진을 보내왔다.
이스라엘에서 아들을 태우고 돌아올 비행기를 몇 시간 째 기다리던 수들라마이는 “내가 보낸 DNA가 이들과 일치하지 않다고 하기에 희망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한편 기쁨에 들떠 가족의 귀환을 기다리는 이들은 더 있다. 차나파, 시리랏 부파시리 자매도 한밤중에 마을을 떠나 공항으로 향했다. 그래야 오빠 버디 생번이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수도 방콕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나파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면서 오빠를 다시 만나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눈물 섞인 미소를 지으며 “포옹. 포옹과 눈물”이라고 답했다.
“1달하고도 18일이 지났습니다. 하루하루 세고 있었어요.”

태국인 인질 대부분은 태국 북동부 지역 출신이다. 주로 쌀 농사를 하는 가난한 지역으로, 이 지역 출신 청년들은 더 나은 기회를 찾아 고향을 떠난다.
한편 연로한 부모 등 방콕까지의 여정이 너무 멀거나 비싸 갈 수 없는 가족들도 사랑하는 이의 귀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마스에 붙잡힌 유일한 여성 태국인 인질인 나타와리 "요" 물칸의 어머니인 분야린 스리찬은 “너무 기쁘다. 딸이 어서 빨리 집에 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스리찬은 마늘을 넣고 튀긴 돼지고기와 “우리가 가진 최고의 쌀” 등을 준비했다며 넉넉한 식사로 요의 귀환을 축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스리찬은 귀환을 축하하는 작은 의식을 준비했다. 많은 태국인들은 이를 통해 트라우마로 겁에 질린 영혼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고 믿는다.

요의 두 자녀들을 돌봐온 스리찬은 딸이 매달 월급의 절반인 2만5000태국바트(약 92만5000만원)을 보내왔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노동자들이 이스라엘에 갈 차비를 마련하고자 빚을 진다. 그리고 이스라엘에서 일하며 월급을 송금하는 식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빚을 갚아 나간다.
10월 7일 공격 이후 약 8500명에 달하는 태국인이 이스라엘에서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BBC가 확인한 결과 이후 일부는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가기도 했다. 빚을 갚아야 하거나, 고향에선 일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많은 태국인 노동자들이 BBC 태국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에서의 노동 조건이 가혹하다고 말한 바 있다. 비위생적인 곳에서 지내거나, 너무 과도하게 일하거나,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편 임시 휴전은 지난 30일부로 끝날 예정이었으나, 현재 적어도 하루 더 연장된 상태다.
이에 나리사라 찬타상은 새로운 희망을 품고 있다. 찬타상의 남편 넛타폰 핀타는 여전히 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혀 있다.
찬타상은 “남편이 아직 석방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심장이 꽉 조이는 느낌이었다”면서 “[만약 남편이 돌아온다면] 꼭 공항에 갈 것이다. 아무 것도 날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풀려난 피나칼로는 “모든 친구들과 함께 돌아올 수 있었다면 더 행복했을 것”이라면서 자신은 “매일매일” 감금된 채 살았으며, 다시는 집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시 고국 땅을 밟은 기분은 어떨까. 피나칼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내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답했다.
아버지 수들라마이는 서둘러 아들을 집에 데려가고자 했다. 아들이 요리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번엔 가족들이 “아들이 좋아할 게 분명한” 음식을 미리 만들어뒀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