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지구 전후 사진 비교... '건물 절반 이상 파괴 혹은 훼손'

무너진 건물 앞에서 울부짖는 팔레스타인 여성의 모습

사진 출처, Getty Images

    • 기자, 다니엘 팔름보, 폴 구니악, 어완 리볼트
    • 기자, BBC Verify, BBC 아랍어 뉴스

BBC의 새로운 분석 결과,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을 시작한 이후 가자 지구 내 건물의 절반 이상이 훼손 혹은 파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격 전후 모습을 담은 자세한 사진을 통해 지난 몇 주간 가자 지구 남부에 대한 폭격 강도가 얼마나 거세졌는지, 특히 칸 유니스 지역이 이스라엘 군사 행동에 가장 큰 피해를 보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주민들에게 안전을 위해 남부로 이동하라고 거듭 경고한 바 있다.

가자 지구 전역의 주택가는 잿더미로 변해버렸으며, 과거 사람들로 붐볐던 상점가는 돌무더기로 변해버렸다. 대학 건물들도 파괴되고, 농지도 황폐해졌으며, 가자 지구 남부엔 집을 잃고 떠나온 수천 명을 수용하기 위한 텐트촌이 생겨났다.

유엔(UN)은 가자 지구 전체 인구의 80%가 넘는 약 170만 명이 현재 실향민으로, 이중 거의 절반이 가자 지구 가장 남쪽 끝 좁은 지역에 모여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BBC Verify 팀은 추가 분석을 통해 농지 파괴 규모를 밝혀냈으며, 이를 통해 광범위한 피해를 입은 여러 지역을 식별해냈다.

이러한 피해 규모에 대한 질문에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하마스 전투대원들과 “테러 인프라”를 모두 집중 공격하고 있다고 답했다.

BBC는 입수한 위성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가자 지구가 얼마나 파괴됐는지 실제 규모를 파악해봤다. 이번 분석을 통해 전체 가자 지구 내 건물의 50~60%에 해당하는 14만400~17만5000채가 훼손되거나 파괴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뉴욕시립대학교 소속 코리 쉐어와 오리건주립대학교 소속 제이몬 반 덴 혹은 이미지를 비교해 건물의 높이나 구조에 생긴 갑작스러운 변화를 분석해 훼손 및 파괴 규모를 파악했다.

2023년 10월 12일, 11월 29일, 2024년 1월 29일 순으로 파괴된 지역을 붉은색으로 나타낸 가자 지구 지도

남쪽으로 이동한 황폐화

해당 분석에 따르면, 가자 지구 남부 도시 칸 유니스는 최근 몇 주 동안 특히 심각한 타격을 입은 지역이다. 현재 이곳에선 전체 건물의 46% 이상인 3만8000채가 훼손되거나 파괴됐다.

이중 지난 2주간 훼손 및 파괴된 건물만 해도 1500채가 넘는다.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16층짜리 주거용 건물로, 칸 유니스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던 ‘알-파라 타워’가 있었던 곳은 스카이라인 변화 전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 그저 평평한 땅으로 변해버렸다.

사실 해당 타워가 자리한 지역 대부분이 지난해 12월 말부터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잿더미가 됐다.

2023년 12월 2일, 2024년 1월 15일 칸 유니스의 위성 사진

집을 잃고 가족과의 연락도 끊겼다는 가자 지구 주민 라완 카다(20)는 “이스라엘군은 주거 단지, 특히 칸 유니스의 도심 내 주거 건물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카다는 파괴된 건물 중엔 학교 건물도 다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 건물은 집을 떠나온 이들의 임시 거주지로 사용되고 있다.

거리에서 보면 피해 정도를 더욱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한때 번화했던 번화가 지역은 모두 버려지거나 파괴된 채 남겨졌다.

아래 첫 이미지는 ‘샤와르마 사나벨’ 식당과 그 주변 일대의 이스라엘 침공 전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이미지는 이 일대가 집중 포격을 당한 1월 이후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준다.

칸 유니스의 식당 전쟁 전후 모습

가자 지구 전역에 광범위한 피해

한편 IDF는 하마스가 의도적으로 민간인 거주 지역에 숨어들었다면서, 하마스 전투원을 집중적으로 겨냥하는 과정에서 건물 파괴가 진행됐다고 해명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IDF가 확실히 통제하고 있는 듯한 건물 파괴에 대해선 계속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가자 지구 북부 소재 이스라 대학 건물은 심하게 훼손됐다가, 이후 통제된 대규모 폭격으로 보이는 듯한 사건으로 인해 완전히 폭파됐다. 대학이 폭파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은 SNS에서 널리 퍼져나갔으며, IDF는 현재 해당 폭발에 대한 승인 절차를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7세기에 지어진 알-오마리 모스크를 비롯해 가자지구의 많은 유적지도 광범위한 피해를 입은 상태다.

가자 지구 피해 규모 분석에 참여한 셰어는 자신이 과거 분석한 다른 전쟁 지역과 비교했을 때 가자 지구의 피해 규모가 특히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시리아) 알레포 등 다른 지역의 피해 규모도 분석했지만, (가자 지구의) 피해 규모 및 피해 지역 확대 속도는 놀랍습니다. 이런 정도의 엄청난 피해가 이토록 빠르게 발생하는 건 본 적 없습니다.”

가자 지구 농지의 파괴

BBC Verify 팀이 실시한 추가 분석에 따르면 가자 지구 전역에서 경작돼 농지로 사용되고 있던 넓은 지역 또한 광범위하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위성사진에서 가자 지구의 여러 지역에 나타난 이스라엘의 침공과 폭격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자 지구의 파괴된 지역

이번 전쟁 전, 가자 지구는 수입 물자에 크게 의존하던 상태였으나, 식량만큼은 대부분 이 지역 내 식량 생산 및 농업으로 조달되고 있었다.

구호 단체들은 가자 지구 인구의 절반이 현재 기아 상태에 직면했다고 말한다.

BBC 아랍어 뉴스는 가자 지구 베이트 라하이에서 남부로 피난 간 사이드(33)와 접촉할 수 있었다.

사이드는 가자 지구에서 구아바, 무화과, 레몬, 오렌지, 민트, 바질을 재배하며 연간 6000달러(약 800만원)를 벌었다. 사이드와 사이드의 여자 형제, 이들의 아버지가 가진 유일한 수입원이었다. 조부모님께 물려받은 농장을 15년간 돌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남부로 피난 간 지 며칠 후 친척으로부터 자신의 농장이 IDF에 의해 파괴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쟁 전 대부분의 농지가 자리하고 있던 가자 지구 북부와 중심부에선 많은 지역이 폐허가 된 듯한 모습이다. 이스라엘군이 임시로 무언가를 지어 두거나, 장갑차를 보호하고자 흙으로 둑을 쌓거나, 주변 땅을 전부 정리해버리면서 많은 지역이 망가졌다.

파괴된 농지의 위성 사진(2023년 10월 15일, 2024년 1월 15일 비교)

한편 BBC가 이해한 바로는, 직접적으로 농지 피해를 입지 않은 일부 농민들도 농작물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가자 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 출신의 농민 모하메드 알-사다르는 전쟁 발발 직후 자신의 농장에 단 1번밖에 가볼 수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휴전 기간에 가봤더니 오렌지들은 땅에 흩어져 썩어가고 있었다.

“오렌지를 수확하려 했던 날짜가 전쟁 시작일이었다. (그러나) 감히 오렌지를 수확하러 농장에 갈 수 없었죠.”

알-사다르는 오렌지 수확량의 90% 이상을 잃었다고 호소했다.

한편 도로를 불도저로 밀거나, 건물 훼손 외에도 IDF가 고의로 파괴를 일으키고 있다는 혐의도 제기됐다.

지난해 11월 4일 온라인에 게시된 동영상 속 이스라엘 민정청의 부청장인 요제브 바르-셰트 대령은 가자 지구 내부에서 진행된 인터뷰 중 “누구든 이곳으로 돌아온다면, 이후 이곳에 돌아온다면 잿더미로 변한 땅을 발견할 것이다. 집도 없고, 농업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이들에겐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IDF는 여러 농지에서 하마스가 파놓은 터널 입구와 미사일 발사장을 발견했다면서, “작전상 필요에 따라 이러한 지역을 파괴 및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투, 총격전 등으로 환경적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구호 전문가들은 가자 지구 농업에 미친 피해 영향이 계속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시리아, 우크라이나 등 이전에 일어난 분쟁 상황을 통해 손상된 농지 복구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발탄이 있기에 농민들이 다시 농지로 돌아와서 일하기도 위험하다. 오염된 땅을 다시 정화하고, 물, 에너지 등의 인프라를 재건설하고, 운송 시스템을 다시 세우는 것도 쉽지 않다.

늘어난 텐트촌

공중에서 찍은 사진으로 확인 가능한 가자 지구의 마지막 극명한 변화는 바로 텐트촌 및 남부로 몰려든 이들을 수용하고자 임시로 세운 구조물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점이다.

이집트와 가까운 가자 지구 남부에선 지난해 12월 초~올해 1월 중순 사이 새로운 텐트촌이 약 3.5㎢ 더 늘어났다. 이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 축구 경기장 500개에 해당하는 넓이다.

2023년 10월 15일 대비 2024년 1월 14일 늘어난 난민 캠프

12월 3일, 1월 14일에 촬영된 위성 사진은 극적인 변화를 담고 있다. 라파 북서부 지역 내 접근 가능하며 미개발로 남아있던 모든 구역이 난민들의 피난처로 바뀌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한 행동을 시작하며 가자 지구 북부 및 중부 거주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안전을 위해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남부 라파로 왔고, 이들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제이크 호튼, 투랄 아메드자데, 베네딕트 가먼, 라미스 알탈레비, 압델라흐만 아부탈렙